최근 한 온라인 카페에서 아동학대 수준의 자연주의 치료법을 내세워 사회적 논란이 됐다.

한의사가 운영한 이 카페 이름은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안아키)’로, 아이가 자연스럽게 병을 앓도록 둬야 한다며 백신 접종 및 항생제 사용 지양을 주장했다.

안아키가 사회적 문제가 되자 운영자는 카페를 폐쇄했지만, 온라인 상에서는 캡쳐 등을 통해 안아키에서 행해진 치료법을 확인할 수 있다.

안아키에서 회원들은 화상을 입었을 때 찬물 대신 온수로 씻어 낼 것, 아토피가 있어도 스킨과 로션 등을 사용하지 말 것, 설사와 복통 등 장질환에는 숯가루를 먹일 것, 소금물 혹은 재래간장을 섞은 물로 비강세척을 할 것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자연치유’ 방법을 공유했다.

또한 수두에 걸린 자신의 자녀와 다른 아이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 감염되도록 하고 자연스럽게 수두와 관련한 면역체계를 생성한다며 이른바 ‘수두파티’까지 열었다.

안아키 사태를 보면 데자뷰가 떠오른다. 과거에도 한의사들이 버섯, 산삼약침, 줄기세포 등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으로 환자들을 현혹한 유사한 사건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인터넷에 ‘말기암치료’ 등을 검색해 보면 각종 한의원 광고가 즐비하다.

이들 사건의 공통점은 환자나 보호자의 불안감과 절박함을 이용해 치료를 명목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시행하고, 부당한 폭리를 취한다는 점이다.

안아키의 경우도 ‘맘 닥터’라는 지위를 부여받은 엄마들이 아이 증세가 적힌 글만 보고 사실상 처방과 다를 바 없는 해결책을 주거나 김 원장의 치료법을 전달했다.

이들이 내린 처방에는 김 원장이 이사로 재직중인 화장품 업체의 윤포진액, 숯가루 등이 포함됐고, 때로는 김 원장 한의원에서 시행되는 해독요법(1회 15만원)을 권하기도 했다.

산삼약침이나 줄기세포도 환자들에게 수 천만원에서 수 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부담하게 해 논란이 됐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비방이라는 명목으로 수수방관하거나, 의사들이 민원 등을 통해 문제를 제기해도 의료법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을 부처별로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한의사협회는 한의사들의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꼬리 자르기에 불과한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느라 바빴다.

또한 문제가 된 한의사들 대부분은 현대의학으로도 완치가 어려운 말기암이나 아토피 등만 골라 공략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말기암까지 치료할 정도의 실력인데 상대적으로 치료가 더 수월한 조기암환자는 왜 치료하지 않을까? 혹시 본인이나 가족이 암에 걸리면 열심히 병원에 다니고 있진 않을까?

정부는 대대적으로 한의학의 표준화ㆍ과학화, 세계화를 한다며 조직을 신설하고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한의학의 표준화와 과학화를 위한 ‘한의 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 사업단’과 ‘한약진흥재단’이 출범했으며, 올해 2월에는 한방의료기관이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한의약기술인 이른바 비방의 제도권 진입을 위해 한약 비임상 및 임상연구에 최대 12억원까지 지원한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오는 2019년부터 10년간 한의약의 표준화, 과학화, 산업화 연구에 총 3,82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복지부와 한의계는 한의약 기술을 표준화ㆍ과학화하고 제도권내로 진입시키기 위해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사업(2016~2021) ▲의한협진 건강보험 시범사업(2016~2018) ▲추나 건강보험 시범사업(2017~2018) ▲탕약현대화 시범사업(2017~2020) 등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보다 시급한 문제는 온라인에서 횡행하는 미검증 치료법, 환자 울리고 등쳐먹는 사이비의료에 대한 적극적인 단속이 아닐까?

한의사협회도 문제가 생길 때마다 꼬리자르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보다 철저히 회원 단속을 해야 전문가단체로서의 위상을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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