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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개시로 의사들 방어진료? ‘갑론을박’의료중재원 세미나서 개정 의분법 문제 두고 엇갈려
최미라 기자 / 헬스포커스뉴스 | 승인2017.05.26 6:10
신현호 변호사

지난해 개정돼 시행중인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분법)’ 중 자동개시 제도가 의사들의 방어진료를 불러올 것이라는 주장을 두고 의료계와 비의료계의 의견이 엇갈렸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의료중재원, 원장 박국수)은 지난 25일 백범기념관에서 창립 5주년 기념 ‘의료분쟁 조정 및 감정 발전 방향 세미나’를 개최했다.

18대 국회인 지난 2011년 4월 의분법이 제정됐으나, 자동개시 조항이 빠져 있어 처음부터 실효성 논란이 있었고, 실제로 의분법을 운영한 결과 조정중재 신청건수는 증가한 반면 조정개시율은 절반에도 못 미쳐 우려가 기우가 아니었음이 증명됐다.

조정절차 자동개시 조항이 없는 의분법은 반쪽짜리 법률이라는 지적은 예강이 사건과 신해철 사건을 계기로 개정 노력이 시작됐다. 자동개시 조항이 포함된 개정안은 19대 국회인 지난해 5월 29일 통과돼 같은 해 11월 30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안의 자동개시 제도는 사망, 1개월이상 의식불명 또는 장애등급 1급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상대방의 동의가 없어도 조정절차가 개시 가능하도록 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대표변호사(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자동개시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신 변호사는 먼저 자동개시 요건에 대해 일부에서는 죄형법정주의 위반, 재판 받을 권리 위반 등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입법재량, 입법기술의 문제로 타 법률에서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중증질환, 응급질환, 고난도 치료는 최선을 다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과실이 없는 ‘부정적 결과(사망, 의식불명 장애)’의 비율이 높을 수 밖에 없으며, 심한 뇌출혈이나 뇌경색 환자에 대해 사망을 피할 수 있더라도 무의식상태로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의료계는 과잉진료ㆍ방어진료ㆍ진료기피가 심해질 것으로 우려하는데, 이는 법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신 변호사는 “의료중재원의 조정절차는 민사사건이지, 형사범에 대한 절차가 아니다. 중상해와 관련해 법 개정 이후 사망사건과 달리 중상해 사건의 경우 그 범위를 어떻게 규정하느냐를 두고 의료계 안팎에서 논란이 있어 왔지만, 의분법에서는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장애 1등급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라며, “또한 장애등급 1급 상태에서 동일부위에 장애가 발생한 경우, 불가항력적으로 장애 1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 등은 자동개시 요건에서 제외됐다.”라고 강조했다.

신 변호사는 “의료계를 중심으로 과잉진료, 방어진료, 진료기피, 의료분쟁 사회적 비용 급증 비판이 있지만, 방어진료 등은 오래된 사회문제로 이 제도로 인해 증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오히려 이는 자동개시 제도 때문이 아니라 의료소송 및 손해배상액의 증가에 대한 문제이고, 자동개시 제도가 없는 다른 국가에서도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존재하는 문제다.”라고 전했다.

또한 조정 강제화는 자율적인 합의를 통해 분쟁을 유연하게 해결하고자 하는 입법취지에 반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조정절차 자동개시 조항은 모든 사건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사망, 중상해의 경우에 한해 감정절차를 강제하는 것일 뿐, 합의(조정)까지 강제하는 것이 아니므로 조정의 임의성은 유지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고의적 조정신청 남발 시 견제방법이 부족하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진료방해 ▲거짓된 사실로 조정신청을 한 것이 명백한 경우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등, 의료기관에서 자동개시에 대해 이의를 신청할 수 있는 사유를 규정하고 있어 오남용을 막을 수 있는 견제장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환자와 의료기관 간의 불신을 더욱 조장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조정절차에서 사고원인과 진료과실 유무가 밝혀지면 오히려 환자와 의료기관 간 진정한 신뢰관계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변호사는 “일부에서는 의료분쟁의 증가와 법원, 의료중재원의 지나친 과실 인정 등으로 방어진료와 특정임상과 지원기피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비난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인적ㆍ물적자원의 부족, 자질 부족 등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다만, 의료책임에 대해 의료배상책임보험료의 사회적 부담 증액, 무과실책임보상제도의 확대, 입증책임전환 등 다양한 정책적 대응도 병행해 환자는 안심하고 진료받을 수 있고, 의료인은 소신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자동개시 제도 때문에 방어진료가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 이숭덕 대한의료법학회장(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은 무의식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회장은 “의사들이 의도적으로 방어진료를 하려는게 아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면 무의식적으로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다.”라며, 보라매병원 사건을 예로 들었다.

이 회장은 “의사가 살인죄라는 한 마디 말로 그 이후 얼마나 많은 방어진료가 행해졌는지 본다면 방어진료 증가는 그렇게 이론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런 부분을 좀 더 헤아려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자동개시의 긍정적인 면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쉽다. 조정이나 중재는 합의와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해야 하는데, 자동개시는 의사들 입장에서는 자발적이지 않을 수도 있어서 결과를 받아들일 때 좀 더 보수적인 태도를 취할 수 밖에 없다.”라고 주장하며, “이미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개정된 법이므로 어쩔 수는 없겠지만, 그런 의료인들의 마음을 좀 더 헤아려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이 회장은 또, 자동개시와 관련해 의사들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요건이 있다고 했는데, 내용을 자세히 보면 사실상 이의를 제기할 수 없도록 돼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측 패널인 임혜진 대법원 재판연구관(부장판사)은 민사소송보다 조정절차가 갖는 장점을 설명하며, 당사자에게 예측가능성을 부여하기 위한 의료중재원의 노력을 강조했다.

임혜진 판사는 “의료분쟁의 해결수단으로 민사소송을 택하는 경우 절차적으로는 법률전문가가 아닌 국민에게는 생소한 민사소송법에서 정한 바를 엄격히 따라야 하고, 실체 판단에 있어서는 당사자들만이 온전히 알 수 있는 사실관계에 누구나 쉽게 이해해 적용하기는 쉽지 않은 법률, 법이론이 적용돼 결국 분쟁의 실체적 국면에서는 제3자에 해당하는 재판부가 승자와 패자를 완전히 가를 수 밖에 없다.”면서, “때로는 소송을 통한 분쟁 종결이 결과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고, 소송의 승패와는 무관하게 분쟁 당사자의 가슴에 상처와 응어리만 남을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소송 대신 소송외 분쟁해결제도 중 하나인 조정을 통해 분쟁이 해결되는 경우 무엇보다 분쟁의 당사자가 자신의 실질적 이해관계를 고려해 스스로의 결정을 통해 구체적 타당성이 있는 유연한 결론으로 분쟁을 종식시킨다는 큰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임 판사는 “이러한 조정의 장점이 십분 발휘되기 위한 기본 전제는 조정기관에 대한 참여당사자의 신뢰이며, 이를 바탕으로 조정기관과 참여당사자 사이와 참여당사자들 서로 간의 소통과 대화가 있어야 한다.”라며, “분쟁당사자에게 예측 가능성이 부여된 상황에서 숙고해 분쟁을 그만하기로 결정한다면 설령 최종 합의가 내용상으로는 자신에게 조금 불리하다고 생각하더라도 스스로 자유의지로 상황을 종결시켰기 때문에 더 이상 상처도 후회도 없어 보이는 경우를 많이 봤다.”라고 말했다.

임 판사는 “이러한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의료중재원이 의지를 갖고 다양한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라며, “의분법의 상세규정을 미리 알려 당사자들이 필요한 경우 언제든 손쉽게 자신의 절차상 권리를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서상수 법무법인 서로 대표변호사는 자동개시 제도와 더불어 함께 신설된 간이조정 제도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간이조정 제도는 조정신청 사건의 사실관계 및 과실유무, 쟁점 등에 신청인과 피신청인 간에  큰 이견이 없거나 과실유무가 명백 또는 간단한 경우 감정을 생략하거나 1인 감정을 통해 진행하는 제도다.

의분법 개정 이후 12건이 간이조정에 회부됐고, 그 중 감정을 생략한 경우가 11건, 1인 감정을 한 경우가 1건이었다. 6건은 합의조정으로 종료됐고, 6건은 진행중이다.

서 변호사는 “전체 조정신청 사건 중 간이조정의 요건인 조정신청 금액이 500만원 이하인 사건이 2016년의 경우 약 20%에 이르고 있어 향후 의료중재원 조정부의 의지에 따라 간이조정사건이 늘어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또한 법 개정으로 간이조정제도가 도입되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간이조정에 회부된 조정신청 사건이 12건 정도에 불과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간이조정제도를 활용한 경험이 늘어나고 간이조정에 대한 조정부와 감정부의 자신감이 생기면 간이조정의 요건에 해당하는 사건을 간이조정으로 회부하는 비율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서 변호사는 “이러한 변화를 앞당기기 위해 의료중재원은 간이조정 요건에 대해 법 규정의 한도 내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규정을 마련하고, 간이조정 결정을 하는 절차에 대해서도 보다 세부적이고 실무적인 규정과 양식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조정부와 감정부에서는 적극적인 자세로 간이조정 결정을 해 간이조정 요건에 해당하는 사건을 간이조정으로 회부하는 비율이 조만간 대폭 늘어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보건당국은 아직 자동개시 제도 등이 미흡한 측면도 있지만, 지난해 개정된만큼 앞으로 제도를 잘 운영해 나가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전했다.

정은영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자동개시에 대한 긍정적 측면과 우려가 모두 많이 나오고 있다. 사회적 합의를 하고 국회 동의를 얻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라며, “국회 내부적으로도 치열한 토론을 거쳤다. 어려운 일이었지만 사회적 여건이 성숙하고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정 과장은 “이제 복지부 차원에서 어떤 일을 해야할지 고민 중이다. 의료중재원도 그 동안 많은 역할을 했지만 외부지적 역시 많았다.”라며, “지난해 국회 지적도 많아 내부감사도 했다. 의료중재원과 함께 치열하게 고민중이다. 중재원의 전문성과 공정성,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시스템을 개선하고 서비스 질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킬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의료분쟁 조정중재제도가 활성화되고 늘어날 것이다. 신해철법이 통과되며 다른 때보다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아진 것 같고, 그런 부분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면서, “예산 문제나 전문가 확보 과정도 충분히 개선해 국민적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중재원을 발전시켜 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정 과장은 특히 자동개시 제도와 관련, “미흡한 측면도 있고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다.”라면서도, “법이 지난해 개정된 만큼 앞으로 제도를 잘 운영해서 순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 누군가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지 않고, 모두에게 조정제도를 통해 소송보다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신속하게 얻는 효과가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최미라 기자  mil072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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