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수 조정 같은 안이한 정책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을 탈피해야 한다. 의사는 신이 아니다. 위험한 일에 과감히 나서는 의사들에게 안전장치를 마련해 주고, 격려를 보내야만 안전한 의료환경이 구축된다.”

대한의사협회 이혜연 학술이사(연세의대 해부학교실)는 최근 발간된 계간 의료정책포럼에 ‘의사인력 수급 불균형 해소 및 양질의 전문인력 양성체계 구축’을 주제로 한 기고문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이혜연 이사는 “정치의 계절이 오면 의사가 부족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새 의대를 지어야 한다는 단골 정책이 등장한다.”라며, “정부는 의사수 조정으로 의료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려 하는데, 의사를 국민의 적으로 만들어 문제를 없애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외국에서 우리나라가 의료천국으로 불리고, 외국인들이 싸고 질좋은 의료혜택을 받기 위해 방한한다.”라며, “하지만 정작 국내 환자들은 의사와 의료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크다.”라고 현실을 언급했다.

이 이사는 “정부는 의료시스템의 문제를 모두 의사에게 전가한다.”라며, “지방에서 의사를 찾기 어려운 것도 의사 탓인 것처럼 말하고, 대학병원이 없는 지역을 낙후된 지역으로 폄하하며 선거 때마다 대학병원 유치를 공약으로 내건다.”라고 꼬집었다.

이 이사는 “지역에 의사들이 근무하지 않는 것을 의사의 양심이나 사명감 부족으로 몰아가는 것은 양질의 지역의료환경을 구축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거주 환경, 경제 활동, 교육 환경, 의료ㆍ치안 등 복합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이사는 “정부는 진료수가를 계속 낮추면서 환자를 위하는 것처럼 오도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의사들로 하여금 인구가 많은 지역에 의원이나 병원을 개설하고 많은 환자를 볼 수 밖에 없도록 한다.”라고 비판했다.

이 이사는 “의사는 신이 아니며 최선을 다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을 의사에게 책임지게 하면 사명감 있는 의사도 위험한 일을 감당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위험한 일에 나서는 의사들에게 안전장치를 마련해 주고, 격려와 지원을 보내야 안전한 의료환경 구축이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이사는 일차의료의 중요도와 필요성을 언급하며 수준높게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이사는 “여러 번 낙상한 노인이 손목 골절, 발가락 골절, 허리 골절을 치료하면서 대학병원의 정형외과를 전문분야별로 따로따로 가느라 동일 기관의 여러 진료실을 방문하는 일도 흔하다.”라며, “이러한 추세라면 나이가 들어가면서 전문 주치의 수십명이 필요하게 된다. 일차의료는 수준높게 유지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이사는 “현재 인구구성이나 지역분포, 질병 발생이나 사망원인을 근간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적절한 전문분야는 어떻게 구성하고, 각 전문가는 개원가에서 이차병원 또는 삼차병원에서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해서 정부의 분석과 고민이 있는지 묻고 싶다.”라며, “모든 통계를 쥐고 있는 정부가 의료의 적정수준을 어떻게 구성하고 계획할지에 대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현실을 반영하는 보건정책을 수립해야 그에 맞는 전문가 구조, 의사인력 구조, 의료시설의 구성과 체계가 만들어진다는 게 이 이사의 설명이다.

이 이사는 무엇보다 의사가 소신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복지가 국민의 안전그물망이라면 국민의 건강을 위해 질병과 싸우는 의사들이 소신껏 진료할 수 있도록 규제위주의 정책에서 탈피해야 한다. 또, 의사수를 조정하는 안이한 정책에서도 탈피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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