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연주의 치료법을 표방하며 백신 접종 및 항생제 사용 지양을 주장해온 온라인 카페가 논란이 됐다. 한의사가 운영한 이 카페 이름은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안아키)’다. 아이가 자연스럽게 병을 앓도록 둬야 한다고 주장해 오던 이 카페는 사회적 문제가 되자 운영자는 카페를 폐쇄했다. 시민단체는 아동학대라며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극단적 자연주의 치료법 맹신에 따른 예방접종 기피는 감염병 재유행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안아키 논란, 왜?
지난 2013년 한의사 김효진 원장(54ㆍ대구 살림한의원)이 개설한 ‘안아키’ 카페는 ‘자연주의 치료’를 표방하며 6만명이 넘는 회원을 모았다.

환경 문제에 민감한 젊은 부모들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까지 터지자 ‘자연주의 치료’에 더욱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SNS에서 논란이 된 안아키 사례들
SNS에서 논란이 된 안아키 사례들

안아키가 주장하는 치료법에 대해 의료계를 중심으로 간헐적인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온라인 카페의 폐쇄성 때문에 공론화가 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안아키에서 알려주는 치료법을 따르다가 심한 부작용을 겪은 아이들의 사진이 SNS 상에서 공유되며 지난 4월부터 안아키에 대한 문제제기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안아키에서 회원들은 화상을 입었을 때 찬물 대신 온수로 씻어 낼 것, 아토피가 있어도 스킨과 로션 등을 사용하지 말 것, 설사와 복통 등 장질환에는 숯가루를 먹일 것, 소금물 혹은 재래간장을 섞은 물로 비강세척을 할 것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자연치유’ 방법을 공유하고 있었다.

또한 수두에 걸린 자신의 자녀와 다른 아이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 감염되도록 하고 자연스럽게 수두와 관련한 면역체계를 생성하는, 이른바 ‘수두파티’까지 개최하기도 했다.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으로 논란이 된 해당 글은 현재 모두 삭제된 상태지만, 각종 캡처 등을 통해 온라인 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미검증 치료법 뿐 아니라 카페 운영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운영자인 김효진 원장은 ‘부모가 최고의 의사’라면서 ‘맘 닥터 아카데미’라는 강좌를 개설한 후 자신이 낸 시험을 통과한 이들에게 ‘맘 닥터’ 자격을 부여했다.

맘 닥터들은 카페 내 의료상담 게시판에 댓글을 작성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이들은 주로 회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역할을 담당하지만, 아이 증세가 적힌 글만 보고 사실상 ‘처방’과 다를 바 없는 해결책을 주거나 김 원장의 치료법을 전달하기도 했다.

특히 이들이 내린 ‘처방’에는 김 원장이 이사로 재직중인 화장품 업체의 윤포진액, 숯가루 등의 구입 유도가 포함됐고, 때로는 김 원장 한의원에서 시행되는 ‘해독요법’(1회 15만원)을 권하기도 했다.

▽필수 예방접종 거부, 주변에 피해
이처럼 안아키는 미검증 치료법과 무면허 의료행위 소지가 있는 운영방식으로 문제가 됐는데, 더욱 심각한 것은 필수 예방접종까지 거부해 주위에 피해를 준다는 점이다.

대부분 안아키 회원들은 “예방접종을 무조건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백신 설명서를 충분히 읽어본 뒤 접종해야 한다는 생각이다.”라고 주장하면서도, 그 뒤에는 백신의 부작용과 불필요함을 강변하는 설명이 이어진다.

이로 인해 많은 안아키 회원들은 예방접종으로 인한 각종 부작용을 이유로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필수로 접종해야 하는 예방접종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회원은 아이가 입학한 초등학교로부터 안내장을 받았다며, ‘예방접종 미접종 내역이 확인됐다. 조치를 취한 후 회신서를 보내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장 사진을 올렸다.

이 회원은 안아키에 따라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을 뿐인데, 이 같은 통지서를 받았다며 해결책을 구했고 카페 회원들은 “학교에 직접 전화해 소신 때문에 예방접종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라. 계속 예방접종을 하라고 강요할 때에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직접 책임질 것인지에 대해 물어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안아키 아이들과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에서 단체생활을 하게 되면 홍역과 수두 등 전염병의 감염확률이 높아질 수 있어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증폭됐다.

이처럼 다른 아이에게 미칠 ‘외부효과’를 떠나 극단적인 자연치료와 민간요법을 맹신해 아동에게 필요한 의료적 처치 및 개입을 하지 않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아동복지법 제3조에 위배되므로 사회가 개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논란 확대되자 한의사단체 꼬리자르기?
안아키에 대한 논란이 확대되자 한의사단체는 안아키 카페 내용 중 일부는 의학적 근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아이의 건강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행위들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운영자인 김효진 원장은 한의계의 이단아가 아니라 한의계 전문학회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한의사들을 대상으로 보수교육까지 실시하는 등 알려진 인사라는 점에서 한의사단체의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도 나왔다.

대한한의사협회(회장 김필건)는 지난 2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안아키 폐쇄조치와 함께 무면허의료행위 등 불법사항 적발 시 사법기관에 고발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의협은 “안아키 카페의 내용들 중 일부는 의학적 근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설혹 일부 근거가 있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의료기관에서 의료인에 의해 전문적으로 진찰되고 치료가 되지 않으면 영유아 등 아이의 건강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행위들이다.”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한의협은 “안아키에서 의료인이 직접 검증 안 된 행위를 시행하거나 권장했는지 등의 여부는 아직 명확히 확인하기 어려우나, ‘아이들도 독립된 인격체로서 자신의 건강보호를 위해 적절한 보건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보건의료기본법 제6조의 내용과 ‘부모의 보호ㆍ감독을 받는 아동의 치료가 소홀히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아동복지법 제17조 사항이 심각히 침해당한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돼 방통위와 네이버에 카페 폐쇄 및 강력 조치를 요청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의협은 운영자가 한의사로 알려지자 “해당 원장이 카페 내에서 비윤리적, 불법적인 행위가 이뤄진 부분이 확인되면 추가적으로 윤리위원회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라고 밝혔다.

한의협은 “카페 운영자가 단지 한의사라는 이유만으로 해당 카페에서의 주장이 의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맹신해서는 안 되며, 나아가 악의적으로 한의학을 폄훼하는 사태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대한한의학회(회장 최도영)도 지난 4월 29일 ‘안아키’ 카페에서 일어나고 있는 내용과 주장하는 것들은 현대 한의학적 근거 및 상식과는 맞지 않음을 밝히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한의학회는 “안아키나 (운영자인) 한의사는 단순히 항생제, 스테로이드 등 양방화학약품 남용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선을 넘어, 의학상식에 근거한 일반적 치료법까지 부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라며, “안아키가 주장하는 것들은 현대 한의학적 근거 및 상식과는 맞지 않음을 한의학의 전문가인 대한한의학회로서 알리며, 이에 대한 국민의 주의를 당부한다.”라고 전했다.

특히 한의학회는 “예방접종은 한의사(의생면허 6번) 지석영 선생이 도입한 것으로, 한의사들은 감염병의 예방과 치료에 있어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면서, 안아키의 예방접종 거부 행위를 경계했다.

▽운영자 카페 폐쇄했지만 경찰 수사 착수
시민단체는 안아키의 아동학대ㆍ불법의료행위를 수사해 달라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남지역 시민단체인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은 지난 1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에 ▲아동학대행위 신고서 ▲무면허 불법의료행위 신고서 ▲김효진 대구살림한의원 원장의 의료법 위반 신고서와 증거물을 접수했다.

김효진 원장이 카페를 폐쇄하며 올린 글
김효진 원장이 카페를 폐쇄하며 올린 글

이들은 안아키 운영자인 김효진 원장과 카페 회원 70여 명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공혜정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 대표는 “안아키의 존재를 접하고 아동학대와 무면허 불법의료행위 증거를 수집하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라며, “아이의 몸에 아토피가 올라 피진물까지 흐르는데도 끝내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 그들은 ‘노 로션ㆍ노 스테로이드 요법’이라고 하는데, 말만 그럴싸할 뿐 그저 아픈 아이를 방치하는 게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아동학대방지모임이 수집한 증거자료에는 화상을 입은 아이가 고통을 호소하는데도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하기는 커녕 ‘온수로 목욕시키면 화상이 낫는다’라는 카페 자체 처방을 따라 50℃나 되는 뜨거운 물로 아이를 씻겨 상처를 덧나게 만든 경우도 있었다.

이 외에도 아토피에 걸린 갓난아이를 일명 ‘햇빛보기’, ‘식혜 바르기’, ‘땀내서 해독하기’ 등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으로 자녀를 치료하려 한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이후 경찰청은 지난 18일 안아키 운영자 등이 아동복지법 등을 위반했는지 수사하기 위해 해당 사건을 대구 수성경찰서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역시 관련 사항을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안아키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자 카페 운영자인 한의사 김효진 원장은 오해와 비난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면서 카페를 폐쇄하면서도,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서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원장은 지난 21일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 “제 발에 일부러 쑥뜸을 태워 3도 화상을 만들어 치료해 본 적이 있다. 뜨거운 물에 담가서 40도 정도 하면 순식간에 없던 일이 된다.”면서, 안아키 육아법이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며 해외논문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방송에 따르면, 그가 근거로 든 해외논문에는 사람이 아닌 쥐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김 원장은 또, “스테로이드로 인해 변질된 피부가 낫는 과정에서 진물이 나고 피가 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진물이 나는 등 심각한 상태의 아이들 사진이 떠도는 것은 치료 과정의 일부가 과장돼 알려졌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TV 프로그램서 억울함을 호소한 김효진 원장
TV 프로그램서 억울함을 호소한 김효진 원장

▽보건당국ㆍ전문가 “예방접종 기피 위험해”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극단적 자연주의 치료법 맹신에 따른 예방접종 기피는 감염병 재유행을 가져올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공인식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장은 “예방접종에 대한 잘못된 정보는 백신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라고 지적했다.

백신에 대한 불신과 백신 안전성에 대한 잘못된 정보(mistrust and misunderstandings about vaccines)는 재유행을 초래하는 중요 요인 중의 하나로 작용(Oxford Text book of public health, 5th Ed. 2009)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998년 영국의 웨이크 필드 박사가 MMR 백신이 자폐증과 관련 있다는 논문을 게재(Lancet)한 이후 연관성 없음이 확인돼 2010년 논문 취소와 해당 의사 면허가 박탈됐지만, 그 이후로도 영국 등 유럽의 많은 부모가 MMR 접종을 거부해 홍역 유행이 빈번하게 발생한 바 있다.

공 과장은 특히 최근 이슈가 된 극단적인 자연주의 치료법 맹신에 따른 예방접종 기피는 낮은 접종률과 감염병의 재유행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 과장은 “미국의 홍역 유행 사례는 감염병 발생이 퇴치수준에 이르렀다 해도 국가 간에 교류가 활발한 최근 국제화된 사회에서는 해외에서 유입되는 환자에 의한 재유행 위험이 계속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국내에서도 이러한 위험은 지속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1979년 전 세계 두창 박멸, 2000년 아메리카지역 홍역퇴치, 2014년 대한민국 홍역퇴치 인증, 1960년대 이전 국내 흔히 발생하던 폴리오(소아마비)도 예방접종을 통해 1983년 이후 발생하지 않고 있다.

예방접종 전문가인 이환종 교수(서울대 소아감염 교수)도 “예방접종은 비용 대비 편익 면에서 매우 효과적으로 흔히 사용되는 공중보건 중재의 수단으로 그간 예방접종을 통해 예방 가능한 많은 질병들의 발생은 현저하게 감소되는 등 인류의 건강증진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예방접종을 통한 감염병의 발생 감소로 인해 해당 감염병의 위험은 잘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예방접종의 부작용 등이 더 부각돼 보임으로써 예방접종을 거부하기도 하나, 이는 합리적인 판단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동 43만 5,886명 중 적법한 사유 없이 국가 필수예방접종을 맞지 않은 아동은 일본뇌염 1만 5,798명, 디프테리아ㆍ파상풍ㆍ백일해(DTaP) 6,024명, 폴리오 5,290명, 홍역ㆍ볼거리ㆍ풍진(MMR) 6,428명 등으로 집계됐다.

▽해외서도 심각한 예방접종 거부 문제
예방접종 거부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 면역 체계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2000년 홍역이 퇴치된 미국에서 2015년 캘리포니아 지역(디즈니랜드 방문자) 중심으로 홍역 유행이 발생했는데, 당시 환자의 상당수가 개인적 신념에 따라 예방접종을 거부한 미접종자로 확인됐다.

또한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 미네소타주 소말리아 커뮤니티에서 홍역 유행 중으로, 환자의 90%는 미접종자로 확인됐다.

이는 자폐증에 대한 우려로 2008년 이후 해당 집단에서 MMR 백신 접종률이 급격하게 감소한 것이 원인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14년 미네소타주 소말리아계 미국인 MMR 접종률은 42%에 불과했다.

유럽에서도 최근 루마니아와 이탈리아 중심으로 홍역 유행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루마니아에서 206년 1월부터 2017년 4월까지 홍역 환자 5,200명이 발생하고 24명이 사망했는데, 이는 95% 이상 유지되던 홍역 백신(MMR) 접종률이 2010년 이후 지속 감소해 2015년 MMR 1차 접종률 86%로 감소한 것이 원인이 됐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도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보건당국의 조치를 촉구했다.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안아키의 행위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는 게 아닌지 질의하고 조치를 요구한 상태다.

김주현 의협 대변인도 지난 2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의료법 위반이나 아동학대 차원보다도 더 심각해 보인다. 사이비 종교 수준이 된 것 같다.”라며, “빨리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김 대변인은 이 뿐만 아니라 인터넷 상에서 횡행하는 ‘사이비 의료’ 문제 해결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넷에 보면 진료라는 명목으로 말도 안 되는 것들이 올라온 게 많다. 그 동안에도 한의사들이 항암치료라며 국민을 현혹한 사례가 많지 않았나.”라며, “이런 문제들은 의료법 위반 이상으로 도를 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하루 빨리 의료광고심의위원회가 정립돼 허위ㆍ과장광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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