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포커스뉴스 칼럼/김동희 변호사>

김 원장은 병원 개원을 위해 지인으로부터 병원컨설팅업자를 소개받았다. 직접 병원자리를 알아보기 보다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을 거라는 주변의 권유가 있었다고 한다.

컨설턴트가 매출이 잘 나올 수 있는 건물을 소개해 준다고 했다.

컨설팅 비용으로 3,000만원을 지급했고, 소개받은 건물을 임대차보증금 10억원에 임차하기로 했다. 계약서 작성과 잔금 지급까지 순조롭게 끝나 인테리어 공사 준비 중이었다.

그러나 김 원장은 개원 조차 하지 못했다. 그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버렸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건물주가 자력이 없어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했다.

건물에 가압류와 근저당권이 많다는 사실은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건물주가 보증금을 받아 다 처리할 것이라고 호언장담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보증금도 시세보다 저렴하게 책정했다고 했다.

김 원장은 그 말을 믿고 보증금을 지급했으나 알고 보니 잔금 지급 전에 이미 경매개시결정이 내려진 상태였다.

경매개시결정은 등기부에 공시되는 사항이라 등기열람만 하면 알 수 있는 일이었는데,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필자는 의심 많은 변호사라 김 원장의 이야기는 솔직히 듣고도 믿기 어려웠다.

아파트를 매매할 때에도 계약체결 직전과 잔금지급 직전 등기부를 열람하고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는 게 일반적 상식일터인데. 심지어 문제가 많은 건물인 것을 알면서도 제대로 된 확인 없이 그 큰 돈을 지급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김 원장의 문제는 사람을 너무 믿었다는 거였다. 중개한 공인중개사무실만도 세 개, 컨설턴트와 컨설턴트를 소개한 다른 병원장까지 거래에 관여한 인물이 거의 10명 가까웠으니 알아서 해주리라 생각했던 것 같다.

특히, 컨설턴트는 병원 매물을 소개했고, 계약 체결 전 김 원장과 건물에 여러 번 함께 방문했고, 계약 체결일과 잔금 지급일에도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함께 갔었다.

그러나 문제가 터진 후에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 애초에 부동산 권리관계 분석은 컨설팅 대상이 아니라는 거였다. 컨설팅 비용이 3,000만원이나 되는데도.

그 건물의 등기부는 변호사인 필자조차 분석하는데 한나절이 꼬박 걸릴 정도로 복잡했다. 근저당권자는 개인부터 은행까지 금액도 다양했고, 가압류도 다수 있었으며, 경매개시결정이 있었다가 취소되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이렇게 등기부가 복잡한데 누가 권리분석을 해줬나요?’라고 물었을 때, 김 원장은 권리분석이라는 단어도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경매개시, 근저당권, 가압류 같은 문제는 전문가가 아니고서야 의미와 효력을 모르는 게 당연하다.

전문가인 공인중개사나 법무사를 통해 일정 부분 분석이 가능하지만, 본인이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채무관계가 있는 매물은 아무리 저렴해도 쳐다보지도 말라고 하고 싶다.

언제나 임대인은 ‘별 문제 아니다’ 라거나 ‘보증금만 받으면 금방 해결해주겠다’고 약속하지만 해결 못해 사기죄라는 죄명을 달고 법원으로 직행하는 사건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부동산의 등기부등본 확인과 현장확인 두 가지만 유념하면 최소한 김 원장과 같은 일은 막을 수 있다.

개원을 위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면, 먼저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등기부등본을 열람한다.

등기부등본은 표제부, 갑구, 을구 순서로 나누어져 있다. 표제부는 그 부동산의 위치나 구조와 크기 등 소위 부동산 신상정보를 담고 있고 갑구에서는 소유권 관련 사항을, 을구에서는 대표적으로 저당권같은 소유권 이외의 권리 정보를 담고 있다.

등기부등본은 ①갑구에 압류ㆍ가압류ㆍ경매개시결정 등이 기재돼 있지 않은지 ②을구에 근저당권이나 저당권이 존재하는지, 그 금액은 얼마이며 순위는 몇 번인지를 중점으로 체크한다. 등기부 확인은 잔금 지급일까지 여러 번 해야 한다.

그리고 등기부 등본에 나타나지 않는, 그러나 꼭 확인해야 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유치권이다.

유치권이란 부동산에 관한 채권을 가진 자가 그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부동산을 점유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건물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공사업자가 대금을 받을 때까지 건물에서 나가지 않고 ‘유치권 행사중’이라는 현수막을 내건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유치권은 등기부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계약 체결 전후로 직접 건물에 방문해 유치권 행사자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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