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의료인에 대한 처분을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돼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때마다 의료인들은 법을 통한 제재는 신중해야 한다며 과잉입법에 대한 우려를 밝히곤 했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전문가인 의료인들의 주장을 주의깊게 들어주지는 않는 듯 하다. 매번 납득하기 어려운 법안이 반복적으로 발의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최근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 의원(국민의당)이 아동학대 미신고시 의료인의 면허를 최대 6개월까지 정지하도록 한 법안이야말로 전문가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는 대표적 사례라 할 만 하다.

최 의원은 “의료인은 직무수행 과정에서 아동 등의 학대범죄를 알게 된 경우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과태료 부과대상일 뿐 제재처분 대상으로 규정되지 않아 범죄신고율이 저조하다.”라며, “개정안을 통해 범죄 신고를 유도하고, 의료인의 업무상 책임을 강화하려는 것이다.”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 얼마나 황당한 주장인가? 아동학대 신고율이 낮은 것은 신고를 할 만한 상황에 처하지 않아서 일 수도 있고, 신고 조건에 해당하는지 구분이 어려워서일 수도 있다.

또, 처분을 강화하는 것이 신고 건수 증가와 상관관계가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특히 정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전체 신고건수보다 의료인 등 신고의무자의 신고 건수가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진료 및 치료과정에서 학대 징후를 파악할 수 있는 의료인 등에 대한 과태료 처분은 한 건도 없었다.

신고 건수는 증가하고, 신고를 하지 않아 과태료 처분을 받은 의료인이 없다면 신고를 잘하고 있다고 해석해야 하지 않을까?

최도자 의원의 법안을 보고 국회의원에게도 발의 법안에 따른 벌칙을 부과하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현실과 맞지 않은 법안이나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한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의 임기를 줄이는 것 말이다.

아마도 대다수 의료인은 양손을 들어 환영하겠지만, 국회의원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반드시 국회의원의 임기단축을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다만, 현장에서 매일 환자와 만나는 의료인들에게는 이번 법안이 국회의원의 임기를 단축하는 만큼이나 말도 안되고 아픈 법안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무엇보다, 법안을 발의할 때는 직접적인 관련 전문가 단체의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

물론, 국회는 의료단체들이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한다고 항변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화로 설득하고 타협과 양보를 이끌어 내는 것이 국회의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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