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4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연명의료 조항은 2018년 2월 4일)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해 의료계의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명확하지 않은 법 지침으로 현장의 혼란이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보험이사를 맡고 있는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대균 교수(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장)를 만나 법안이 갖고 있는 문제점과 바람직한 개정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최미라 기자: 안녕하세요.

김대균 교수: 반갑습니다.

최미라 기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연명의료결정법의 가장 큰 문제점이 뭔가요?

김대균 교수: 핵심은 이 법을 누구에게 적용하느냐입니다. 법학자마다 법 해석이 다른 상황이에요. 연명의료결정법을 임종과정에 있는 모든 환자에게 적용될 수도 있다는 해석도 있고, 연명의료사전계획서를 쓴 사람에게만 해당된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최미라 기자: 보건복지부는 최근 심포지엄에서 사전계획서를 쓴 사람만 대상으로 한다고 해석했죠?

김대균 교수: 당시 심포지엄에서 복지부는 법 적용대상을 매우 협소하게 얘기했는데, 글쎄요. 복지부 말대로 사전계획서를 안 쓴 환자들은 지금처럼 DNR 받고 자연스러운 임종을 맞이하게 된다는 건데, 그러면 이 법이 적용될 사람이 정말 적습니다. 한편으론 그렇게 적은 사람을 위해 그 치열한 사회적 논쟁 끝에 이 법을 만들었을까 의문도 들고요. 최근 심포지엄의 이슈는 하위법령에 대한 의견을 받겠다는 거였지만, 모법을 안 바꾸면 아무리 하위법령을 바꿔도 의료계가 제기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최미라 기자: 연명의료의 경우 일반 급성기 병동과 호스피스 병동의 이슈가 좀 다를 것 같은데요?

김대균 교수: 그렇습니다. 호스피스 병동 이슈의 핵심은 말기 판정과 임종기 판정입니다. 법대로라면 의사 2인의 판단이 필요한데, 호스피스 병동에는 의사 2인이 있기가 어려워요. 복지부에 호스피스 병동은 의사 1인으로 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입니다.

최미라 기자: 8월부터 법이 시행되면 현재 병동형, 가정형 외 자문형 호스피스도 신설되는데 어떻게 내다보시나요.

김대균 교수: 자문형 호스피스가 생기면 호스피스 병동으로 안가고 일반 급성기병동에 있으면서 완화의료팀이 컨설팅한다는 취지인데, 학회의 큰 걱정은 정부가 과연 그에 걸맞는 준비를 하고 있느냐는 겁니다. 이런게 제대로 되려면 장비, 시설이 아니라 인력이 필요한데, 기존 호스피스팀이 있는 병원은 그 팀이 가서 하면 되지만 업무량이 과다해지는 문제가 있죠. 의사, 사회복지사 인력 추가는 없고 간호사만 추가하는건데, 의사는 지금도 병동형, 가정형 호스피스에 외래진료를 하는데 자문형 호스피스까지 하게 되면 업무량이 너무 많아질 거에요.

최미라 기자: 그렇군요.

김대균 교수: 더 큰 문제는 소위 빅5들이에요. 대부분 호스피스ㆍ완화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팀이 없어 교육을 해야 하는데, 60시간 교육과 16시간 별도 교육을 받고 전문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의문인거죠. 법 시행시기에 쫓겨 8월에 시작되는데, 본사업은 아니고 시범사업 개념이니 정부는 분명 빅5를 포함해서 하길 원할 거에요.

최미라 기자: 빅5 병원들에는 호스피스 병동이 없군요?

김대균 교수: 돈이 안 되니까 만들지 않죠. 만들었다가 없앤 곳도 있구요. 안타까운 점은 정부가 호스피스 병동이 있는 병원에서 자문형을 하는 것과 달리, 자문형만 있는 병원도 호스피스 전문의료기관으로 인정해 주겠다는 점입니다. 호스피스 병동이 없는데 자문형 호스피스만 하면 돌봄을 받은 환자들이 그 다음은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요? 그 병원에서 임종까지 돌봄을 받을 수 있겠어요? 하루라도 빨리 퇴원시키는 것이 대학병원 목표인데 말이죠. 즉, 자문형 호스피스가 도입 취지와 달리 환자들의 조기퇴원 상담역할로 변질되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병원의 니즈와 환자, 자문형 호스피스의 니즈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죠. 또, 당장 8월부터 시범사업이 시작되는데 수가도 나오지 않았어요. 이번달 말에 공개하겠다고 하는데, 3개월 동안 준비하기엔 너무 짧아요.

최미라 기자: 연명의료결정법과 관련해 복지부에 학회 차원의 의견서와 질의서를 제출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나요?

김대균 교수: 의견서를 통해 자문형 호스피스의 경우 호스피스 이용신청서를 면제해달라는 의견을 냈습니다. 비암성 환자들의 호스피스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서죠. 또, 가족이 없거나 연락이 안 되는 경우 등을 고려해 기록 열람, 사본 발급 요청시 구비서류에 친족관계 증명서류 뿐 아니라 위임장도 포함되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어요.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인력기준도 개선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질의서를 통해서는 의사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인 연명의료결정법대로 의사 2인의 판단을 받지 않고 지금처럼 DNR 동의서만 받고 환자가 사망하면 처벌되느냐는 질문을 했어요. 특히 호스피스에 온 환자라면 이미 연명의료 유보를 요구한건데, 다시 의사 2인의 임종과정 판단절차를 밟고, 환자 의사표현이  불가능하다면 모든 가족을 불러야 하는 상황이 되니 호스피스에 온 사람들은 의사가 연명의료계획서를 안 쓰게 되겠죠. 결국 환자가 뭘 원하는지 알기 위한 법의 취지를 무너뜨리게 될 거에요. 연명의료계획서를 사전에 쓴 환자라 하더라도 DNR만 받으면 자연스럽게 임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최미라 기자: 그렇군요.

김대균 교수: 이행통보도 문제에요. 모든 환자가 연명의료 결정과정을 통한 후 사망하면 즉시 연명의료 결정기관에 보고하고, 미보고시 처벌받게 돼 있는데요, 이는 행정력 낭비입니다. 이미 이행한 것으로 의무기록을 남기면 되지, 그걸 보고하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행정절차이고, 이 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의지가 꺾일 겁니다.

최미라 기자: 말기진단 및 임종과정 판단 의사 소견서 작성 주체에 전공의를 포함하느냐를 두고도 논란이 되고 있죠?

김대균 교수: 말기진단이야 급박한 상황이 아니니 담당 전문의가 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임종과정 판단은 말기진단과 달라서 시급성과 긴급성이 있죠. 아침에 멀쩡하던 환자가 두 시간 후 긴박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고, 호스피스 병동 환자가 제일 많이 죽는 시간이 새벽입니다. 그 때 당직 서는 전공의가 있고 환자가 임종과정에 들어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공의가 아닌 의사 2인이 해야 한다면 주치의와 전문의 1인이 또 와야 할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그렇게 하면 어느 호스피스 병동도 이 절차를 하지 않으려고 할 겁니다. 호스피스 병동에 당직근무중인 전공의는 임종과정 판단이 가능해야 한다는 조항을 하위법령에 넣어달라고 요청했어요. 일반병동 종양내과도 같은 요구를 했구요. 사실 암학회 등에서는 말기진단까지 전공의가 할 수 있도록 인정해 달라고 하는데, 우리 생각은 좀 다릅니다. 가족과 환자 입장에서 보면 오래 봐온 주치의가 말기진단을 내려주는게 옳다고 생각해요.

최미라 기자: 이렇게 많은 문제가 있다니, 당장 8월부터 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혼란이 예상되네요.

김대균 교수: 그래서 우리는 시범사업부터 해보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고 심각하다면 법 발효 전이라도 개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아니라면 일부 가이드라인을 통해 수정하면 되구요. 시범사업 없이 바로 적용하면 의료현장의 반응은 아마 환자 사망 직전까지 최대한 버틸 것입니다. 말기진단도 안 하고, 임종기 판단도 사망 직전에 하는 거죠. 환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쓰지 않았고 유일하게 가족에게 심폐소생술을 원하는지 묻고, 유보했다는 사실만 보고하면 끝이에요. 어느 의사도 말기환자를 앞에 앉혀놓고 임종이 머지 않았으니 어떤 의료행위를 할 지 안 할지 얘기해 보자고 하는 것은 너무 어렵습니다. 의사들이 많이 힘들어 할 것이고, 훈련이 필요한 부분이니 당장 시행하긴 힘들어요.

최미라 기자: 관련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만 먼저 시행하게 될 경우 나타나는 문제들이 많겠네요.

김대균 교수: 그렇습니다. 서구권과 다른 우리 문화를 고려해야죠. 자기결정권을 확대하는 방향은 맞지만, 환자 중에는 자기결정권 못지 않게 감정적 교감이나 가족과의 교류를 소중한 가치로 느끼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 분들은 자식들이 알아서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는데, 그게 꼭 무책임한건 아니에요. 무조건적으로 전면 시행하기 이전에 시범사업을 통해서 홍보도 좀 하고, 여론에 대한 환기도 하고 병원과 의료인이 준비할 시간도 줘야 한다는 겁니다.

최미라 기자: 인천성모병원의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장을 맡고 계시죠. 센터 규모는요?

김대균 교수: 보통 호스피스 병동이 10~15병상인데, 저희 병원은 21병상으로 많은 편입니다. 사실 가톨릭 의료기관이므로 호스피스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기관이 이념사업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감내하고 하고 있는 것이죠. 다른 병원들은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우선순위에 밀려서 없어진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기관 이념사업으로 적자에도 불구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미라 기자: 장점은 뭔가요?

김대균 교수: 지난 2011년부터 이미 가정형, 자문형 호스피스를 해오고 있어요. 수가제도가 없을 때부터 가정형 호스피스를 했고, 자문형은 제가 이 병원에 오자마자 2012년부터 시작했죠. 자문형은 주로 산부인과, 외과 등에서 통증조절이 안되는 말기암환자들의 통증조절을 돕거나, 종양내과 환자 중 아직은 호스피스로 갈 의향은 없지만 더 이상 적극적인 항얌치료가 어려운 경우 진행하죠. 의사, 간호사, 사회복자시가 이 분들을 방문해서 환자의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평가를 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퇴원하면 같이 외래에서 갑니다. 종양내과도 가고 우리 과도 오다보면 자연스럽게 스위칭이 되는 거죠. 자문형에 의뢰됐던 환자들 대부분은 호스피스 병동으로 옵니다. 호스피스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다른 분들보다 일찍 오는 거죠. 실제로 다른 의료기관은 사망시점에서 평균 21일 전에 처음 호스피스에 오는데, 저희 병원은 평균 40일로 훨씬 길어요.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게 자문형 호스피스죠.

최미라 기자: 두 배 가까이 길군요.

김대균 교수: 이외에도 다양한 요법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적용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쿠킹클래스는 병동 생기자마자 2014년부터 시작했고, 음악치료, 미술치료, 원예요법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요법 프로그램들이 호스피스에서는 환자, 특히 보호자들이 지치는 것을 막아줘요. 또, 환자들이 하루종일 신체적 변화에만 관심을 갖는게 아니라 다양하고 주도적으로 내가 뭔가 할수있다는 걸 경험하게 해주죠. 말로만 자기결정권을 하는게 아니라 마지막까지 자기 조절능력을 중요시 여기며 쿠키나 피클, 케익을 만들며 작게나마 성취감을 느끼는게 중요해요.

최미라 기자: 마지막으로 새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가 있다면요?

김대균 교수: 선거 과정에서 가톨릭주교회의가 각 후보에게 호스피스와 관련한 질의를 했는데 문재인 후보와 심상정 후보만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이제는 대통령이 된 문재인 당시 후보는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호스피스를 확대하고, 가정형 호스피스를 확대하겠다는 두 가지 방향을 제시했죠.

최미라 기자: 어떻게 평가하세요?

김대균 교수: 수가를 왕창 올려준다고 해서 상급종병에서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기는 힘든 현실이므로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호스피스를 확대한다는 방향은 옳다고 봅니다. 제가 2013년부터 계속 주장해온 것인데, 정부가 꼭 호스피스라고 단정짓지 말고 노인돌봄, 고령화시대 대책의 일부로 전국의 공공의료기관, 특히 의료원을 중심으로 병동을 설치하고 공공서비스화를 시키자는 거에요. 지방공사의료원들에 15병상씩만 설치돼도 재정적 부담없이 정부가 빠른 시일 내에 할 수 있고, 의료원은 유휴병상 활용이 가능하며, 지역적 접근성이 확대될 수 있죠.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대부분 호스피스 병동이 대도시에 몰려 있는 점을 생각하면 지방의료원을 활용하는 것은 매우 좋습니다.

최미라 기자: 가정형 호스피스 확대도 약속했죠?

김대균 교수: 네, 그런데 딜레마가 있습니다. 가족이 있다고 해도 과연 당장 집에서 돌볼 여건이 될까요? 차라리 병원에 입원하면 도우미 도움을 받겠는데, 환자 혼자 두고 가족들이 출근해야 하는데 안전하냐는 문제가 있죠. 오히려 사회적 고립 위험이 생기게 됩니다. 외국을 보면 일관된 패턴이 그 사회의 경제적 수준이 낮을 때는 보건의료자원이 부족하다보니 다들 병원 이용을 못해서 집에서 사망하다가 경제적 발달을 이루고 개발도상국이 되면 제일 먼저 병원 인프라가 늘고 의료 이용이 활성화되면서 급격히 병원 사망이 늘어나죠. 우리나라가 지금 그 단계입니다. 이후 어느 선을 넘어서 충분한 보건의료 인프라가 생기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되면 거꾸로 집에서 임종하려는 경향이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보건복지 인프라가 너무 부족해서 미국처럼 가정형 호스피스를 할 수 없어요. 집으로 방문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거죠. 가정형 호스피스를 하려면 지역사회에서 방문하는 자원봉사자, 환자에게 일이 생겼을 때 차로 데려다주는 서비스 등 여러 가지 사회적 보건복지 네트워킹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장기요양보험에서 제공 중인 재가요양서비스와 연계해서 가정형 호스피스를 확대하면 돼요. 막연히 수가를 올려준다고 해서 가정형 호스피스를 확대하기는 어려워요. 돌봄문제가 있기 때문에 자녀들이 환자를 집에 두고 출근할 수 있게 해줘야지, 그게 안되면 어렵다는 거죠.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방향을 제시할진 모르겠네요.

최미라 기자: 연명의료결정법이 본 취지대로 잘 시행되기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고, 호스피스 완화의료도 갈 길이 먼 것 같네요.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김대균 교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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