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대통령선거가 끝나자마자 국회에서는 의료계를 옥죄는 법안들이 쏟아져나와 의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대선을 앞둔 지난 4월은 국회의 기능이 ‘올스톱’ 되다시피 했다. 상임위원회나 본회의가 열리지 않은 것은 물론, 법안 발의 건수도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4월 17일부터 국회의원들은 각 당 후보 지지 호소 활동에 전념하느라 법안 발의에는 거의 손을 놓았다.

실제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4월 한 달간 국회의원 대표 발의 법안은 총 268건으로, 3월 557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관 법률의 경우 3월은 84건인 반면, 4월은 44건에 그쳤다.

하지만 대선이 끝나자마자 상황은 급변했다.

대선 다음 날인 지난 10일 하루 동안 보건복지위 소속 국민의당 최도자 의원은 6건의 법안을,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11일 5건, 12일 1건의 법안을 발의했다.

특히, 내용을 살펴보면, 최도자 의원 발의법안의 경우 업무 수행과정에서 취약계층의 학대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의료인 등의 신고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미신고시 현행 벌금형에서 자격정지까지 할 수 있도록 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최 의원이 지난 10일 발의한 법안은 ▲의료법 ▲장애인복지법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노인복지법 ▲의료기사법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법 등 6건으로, 의료인이 아동학대범죄, 노인학대범죄, 장애인학대범죄 등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는 경우 6개월 이내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최도자 의원은 “의료인에게 부여된 신고의무는 그 직무의 특수성에서 비롯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신고의무를 불이행하는 경우 개별법에서 규정한 과태료 부과대상이 될 뿐, 면허자격의 정지 등 제재처분의 대상으로는 규정돼 있지 않아 신고의무 이행 확보가 어렵고, 범죄 신고율이 매우 저조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개정안을 통해 범죄에 대한 신고를 유도하고, 의료인의 업무상 책임을 강화하려는 것이다.”라고 발의 취지를 밝혔다.

실제로 복지부 제출자료에 따르면, 진료ㆍ치료과정에서 학대 징후를 파악할 수 있는 의료인 등에 대한 과태료 처분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신고의무자의 미신고로 인한 과태료 부과 건은 아동학대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34건, 노인학대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0건으로 실적이 미미하며, 특히 장애인학대는 과태료 부과현황에 대해 관리조차 하지 않아 실태를 파악할 수 없는 상태다.

하지만 의사들은 과잉입법과 법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통과에 난항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지난 11일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 대상 조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 의원은 “현행법은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또는 장애등급 1급에 해당하는 경우 조정절차가 자동으로 개시하도록 했으나,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이 될 것이 명백한 경우 또는 1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되고 까다로운 등급판정 절차를 거치기 전이라도 장애등급 1급이 될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위원장의 판단에 따라 조정절차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해 보다 신속하게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또는 장애등급 1급이 될 것이 명확하다고 위원장이 판단한 경우 조정절차를 지체없이 개시하도록 했다.

이어 전 의원은 지난 12일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의료기관 개설자 등이 법인인 의약품 도매상의 주식 또는 지분을 가진 경우, 그 의약품 도매상을 통해 해당 의료기관이나 약국에 의약품 판매를 제한하도록 했다. 의료기관 등 개설자가 의약품 도매상에 대한 지분관계를 이용해 우회적으로 도매상을 지배하는 행태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전 의원은 의료기관 개설자 등이 의약품 도매상의 주식ㆍ지분을 50% 이하로 보유하더라도 여전히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의약품 도매상으로 하여금 의료기관 등과 독점적 거래를 하도록 강제하는 의약품의 불공정거래 행태가 발생해 왔다며, 의료기관 개설자 등이 법인인 의약품 도매상의 주식 또는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의약품 도매상은 해당 의료기관이나 약국에 직접 또는 다른 의약품 도매상을 통해 의약품을 판매해서는 안 되도록 했다.

또한 전 의원은 지난 11일 발의한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을 통해서는 보건의료를 이용한 영리추구를 제한함으로써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보장하도록 했다.

아울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이 감염병 확산으로부터 신속하고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감염병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의약품ㆍ치료재료 등의 오남용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상의 위해 방지 등에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도록 했다.

전 의원은 “보건의료에 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강화하고자 보건의료를 이용한 영리추구를 제한함으로써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감염병 대응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의약품 등의 오남용으로부터 국민 건강을 강구하도록 할 필요가 있으므로 이를 명확히 규정하려는 것이다.”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이외에도 전 의원은 같은 날 국시원 시험문제를 공개하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법 개정안, 대한결핵협회의 사업으로 환자진단ㆍ진료, 약품 개발 및 보급, 예방에 관한 교육ㆍ홍보사업, 국제사업 및 교류협력, 통계작성과 연구, 기념사업 등을 법률에 명시하고, 국가가 지원할 사업 경비의 범위를 확대하는 ▲결핵예방법 개정안, ‘모자보건법’에 따른 임산부와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에 따른 결혼이민자(사실혼관계 포함) 및 그 자녀에 대한 건강검진을 국가건강검진 대상으로 추가하는 내용의 ▲건강검진기본법 개정안도 함께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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