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한국노바티스의 글리벡이 보험급여 정지 대신 과징금 처분을 받은 것을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장관 정진엽)는 지난 27일 의약품 리베이트를 제공한 한국노바티스에 대해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9개 품목(엑셀론 캡슐ㆍ패취, 조메타주)의 보험급여를 6개월간 정지하고, 나머지 33개 품목에 총 55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사전처분을 했다고 밝혔다.

이번 처분은 지난해 8월 서울서부지검의 한국노바티스 기소에 따른 것으로, 2011년 1월부터 5년간 43개 품목(비급여 1개 품목 포함)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약 25억 9,000만원 상당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이다.

문제는 복지부가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필름코팅정의 경우, 반응을 보이는 환자는 수 년간 장기 복용해야 하는 항암제로, 약제 변경 시 동일성분 간이라도 적응 과정에서의 부작용 등 우려가 있으며, 질환의 악화 시 생명과 직결된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했다며 과징금 처분을 내린 점이다.

이를 두고 복지부가 글리벡 제네릭의 생물학적 동등성을 부정한 꼴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식약처가 인정한 약효가 동등한 제네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을 바꿀 경우 환자들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과징금 처분을 했기 때문이다.

다국적제약사에 대한 특혜라는 비판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ㆍ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ㆍ노동건강연대ㆍ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ㆍ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27일 논평을 통해 “복지부의 이번 처분을 통해 향후 오리지널 의약품 특히 항암제, 중증질환치료제는 리베이트 처벌 무풍지대가 됐다.”라며, “환자들, 약제들 간의 형평성을 빌미 삼아 이후 리베이트 처벌규정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체 가능한 의약품에도 예외 규정을 적용함으로써 복지부 스스로 법 규정을 무력화시켰다며, 이 사유로 급여 정지 면제 처분을 받은 글리벡과 트리렙탈의 경우 이미 제네릭이 존재하는 의약품이라고 강조했다.

식약처가 그 효능과 안전을 입증해 허가를 내줬음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제네릭의 동등성을 의심해 국내 의약품 허가 당국의 권위를 무너뜨렸다는 것이다.

이들은 “설령 특허가 만료돼 제네릭이 존재하더라도 오리지널 의약품은 요양급여 정지 대상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복지부가 보장해줌으로써 대다수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하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에게 특혜를 준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복지부가 과징금으로 노바티스사에 부과한 금액은 전체 요양급여비용의 30%인 551억 원으로 2016년 글리벡 단일 품목 청구액 수준인 점도 지적했다.

이들은 “과연 이 정도의 벌금이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할 수 있을 정도의 실효성을 가지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복지부는 보다 실효적인 제제를 위해 과징금 상한을 40%에서 60%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으나, 이 또한 제약사 입장에서는 미미한 숫자 놀음일 뿐이다.”라고 꼬집었다.

지난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미 리베이트 사건으로 과징금을 부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바티스는 오히려 더 교묘한 방법으로 리베이트 불법을 계속해왔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의약품 가격을 높이고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초래하는 의약품 리베이트 척결 제도를 그 시작부터 무력화시킨 복지부는 이에 대해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환자단체가 17일 노바티스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환자단체가 17일 노바티스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비판이 이어지자 복지부는 28일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노바티스 리베이트건 관련 약제의 건강보험급여 정지 여부 검토과정에서 해당 약제 제네릭의 안전성ㆍ유효성 여부는 제도적으로 검증돼 있기 때문에 별도로 검토하지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다만, 환자들이 복용하는 기존의 약제를 다른 약제로 대체(기존 약제→제3의 약제, 오리지널→제네릭, 제네릭→오리지널)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그 부작용으로 인한 환자의 건강과 생명에 우려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기준으로 했다는 설명이다.

복지부는 이번에 약제 4종, 총 10개 품목에 대해 과징금으로 대체했으며, 글리벡(항암제), 트리렙탈(뇌전증 치료제), 산디문뉴오랄(면역억제제) 등 3종은 ‘약제 변경이 환자의 생명ㆍ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으며, 레스콜(고지혈증 치료제)의 경우 ‘사실상 급여 정지로 인한 제재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백혈병, GIST(위장관 기질 종양) 치료제인 글리벡의 경우 암질환은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질환으로 약제 변경으로 인한 질환의 악화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전문가 의견을 반영했다고 강조했다.

백혈병 환자는 약제에 반응을 보이는 한 지속 복용하며, 이처럼 수 년간 장기 복용하는 약제의 경우 환자의 몸이 해당 약제에 적응해 동일 성분일지라도 타 제조사 제품으로 변경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약제 변경으로 부작용 발생시 수치가 정상화될 때까지 치료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호중구감소증, 혈소판감소증, 간 기능 이상 등 부작용 발생시 수치가 정상화될 때까지 치료를 중단해야 하며, 심한 경우 치료 요법을 변경해야 한다.

한편, 복지부의 처분에 앞서 시민단체와 의료단체는 글리벡에 대한 특혜를 중단하고 평등한 법 집행을 하라며 글리벡 급여 중단을 촉구한 반면, 환자단체는 불법 리베이트 제공에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는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불합리하므로 제약사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반박한 바 있다.

복지부는 이번 사전처분에 대한 한국노바티스의 이의신청 절차를 거쳐 다음 달 내 본 처분을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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