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욱 정책관
권준욱 정책관

최근 보건복지부 고위관계자의 ‘총액예산제(총액계약제)’ 도입 발언에 의료계가 술렁이고 있다.

총액예산제의 경우 가입자단체는 꾸준히 도입을 주장해왔지만, 의료계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가운데, 권준욱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이 최근 공식석상에서 국립대병원의 총액예산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의료취약지 공공보건인력 확충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권준욱 정책관은 “국내 의사 수는 OECD와 비교했을 때 평균 이하인데 진료 건수나 병상 수는 훨씬 많다. 이는 환자를 많이 볼 수록 수익이 나는 행위별수가제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라며, “의료 취약지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재 시행되는 행위별수가제를 총액예산제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권 정책관은 “중환자를 치료할 때 노력이 더 들어가는 것을 인정해 수가를 더 제공하는 방식 등 기존의 행위별수가제에서 벗어나 연간 진료비를 예산으로 지급하고, 예산범위 안에서 의료기관이 진료비를 충당하는 방식의 총액예산제를 도입해야 한다.”라며, “총액예산제를 도입해서 환자 수에 집착하지 않도록 해 의료 취약지 문제를 해결하고 질환 정도가 심한 중환자들에게 더 많은 치료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권 정책관은 지난해 12월 9일 외상환자 관련 토론회에서도 “매번 국립대병원들이 돈이 없어 못한다고 말을 한다.”면서, “복지부가 국립중앙의료원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총액예산제를 도입할 계획인데, 시범운영이 완료되면 이 제도를 국립대병원을 포함한 모든 공공의료기관에 도입해 돈 얘기를 하지 않게 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이 같은 발언 소식에 의료계는 긴장했다. 국립대병원을 대상으로 한다지만, 향후 민간 의료기관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한 의료계 인사는 “행위별수가제를 총액계약제로 개편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라면서 의료계에 파장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용어에 대해 바로 잡고,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모든 의료기관과 의료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복지부 공공의료과 관계자는 2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총액이라고 하면 모든 병원의 모든 비용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좀 애매해서 그것보단 ‘공공병원예산제’로 표현하는게 맞는 것 같다.”라며, “총액예산제보다는 ‘공공병원예산제’로 표현하는 것이 합당한 것 같아서 복지부도 앞으로 총액이라는 말은 안 쓰고 그렇게 변경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시범사업을 통해 범위를 어디까지 할 지 고민할 것이라며, 국립중앙의료원을 대상으로 연구결과에 따라 시범사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약간 늦어지긴 했는데, 연구결과에 따라 시범사업을 하려고 준비중이다. 1차연구는 지난해 끝났고, 올해 2차 연구 중이다.”라며, “시스템을 바꾸는 부분이라 갑자기 해서 되는건 아니고, 추가 검토를 마친 후 2018년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으로 준비중이다. 시기는 좀 더 늦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립대병원까지 확대된다고 하더라도 의료기관 범위나 시기를 어떻게 도입할지는 고민해 볼 것이다.”라며, “민간 의료기관도 공공의료 행위에 대해서는 도입 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즉, ‘공공병원예산제’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필수 공공의료서비스에 한해 적용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국립대병원이라고 하더라도 공공성이 떨어지는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이 예산제를 도입하지 않는다.”라며, “반면, 수익성은 안 되지만, 손해를 보면서도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서비스에 대해서는 수가제도를 개편하자는 의미로 예산제를 도입하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거듭 “모든 행위에 대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국립중앙의료원 음압병동의 경우 국가위기상황에서 꼭 필요하지만, 평상시엔 비용 소모가 많은데, 이런 부분은 수가로는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예산제를 통해 지원하려는 것이다.”라고 강조하며, “국립대병원도 어린이 환자 등을 위해 지역에서 꼭 필요한 서비스인데 운영하기엔 부담된다고 하면 그런 부분도 예산제로서 보존하겠다는 의미로 시작하려고 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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