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3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제69차 정기대의원총회를 개최했다. 올해 총회는 4개 분과위원회 회의를 하루 당겨 마무리 함으로써 본회의 당일 시간에 쫒겨 안건을 심의하지 못하고 폐기하는 악순환에서 탈피했다. 임수흠 의장은 오후 4시 48분 폐회를 선언했다.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안건은 모두 가결됐으며, 총회가 매끄럽게 진행됐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하지만 성원보고 직후 일어난 대의원 자격 논란은 아쉬움을 남겼다. 무엇이 문제 였을까?

▽대의원 자격 문제제기와 논란 과정
“재적대의원 238명 중 과반수인 159명이 참석해 성원이 되었으므로 69차 정기대의원총회 회의성립을 선언합니다.”

임수흠 의장의 회의성립 선언이 끝나기 무섭게 의사진행발언 요청이 들어왔다.

발언권을 얻은 이동욱 경기대의원은 “수정ㆍ동의ㆍ발의 등 의결권을 행사한 대의원의 자격이 없으면 총회 전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대의원 자격을 시작단계에서 짚고가야 한다.”라며 김세헌 경기도대의원의 자격을 문제삼았다.

이동욱 대의원은 “김세헌 대의원은 수원시에서 대의원으로 선출됐으나 의원을 폐업하고 안산시로 이전해 신분에 변화가 있다.”라며, “경기도는 6개 권역으로 나눠 대의원을 별도 선출했다. 김세헌 대의원이 이전해서 대의원 유고가 생겼으므로 수원시 대의원을 교체대의원으로 교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동욱 대의원은 “수원 회원들에 의해 선출된 김세헌 대의원은 안산시로 이전했기 때문에 자격이 없다. 용인시의 경우, 김태형 대의원이 의협 집행부로 가면서 최순국 교체대의원이 총회에 참석했다.”라고 예를 들었다.

이 대의원은 “대의원의 참석 및 발언권 관련 자격은 의장의 권한이다.”라며, “사전에 자격 여부와 발언권 여부를 확인해야 했는데, 의장에게 하지 않고 집행부에 질의했다. 집행부는 의장에게 총회 직전 통보했다. 법률적인 견해는 다를 수 있으므로 변호사의 의견은 참고사항이다. 이 자리에서 김세헌 대의원의 자격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그러자 경기도의사회 대의원의장인 전철환 대의원이 나섰다.

전철환 대의원은 “총회 참석은 의협 정관 제18조제1항에 따라 소속지부장의 신임장에 의해 판단해야 한다. 경기도 회장과 의장은 경기도 법제이사, 의협 법제이사에게 김세헌 대의원의 자격에 문제가 없다는 법률적 판단에 따라 신임했다.”라고 강조했다.

전철환 대의원은 “소속지부 및 의협 법제이사의 법률적 근거가 명확하다.”라며, “책임이 있다면 소속지부 회장과 의장이 책임져야 한다. 비생산적인 토론으로 대의원들의 귀중한 시간을 소모하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논의 중단을 요청했다.

그는 대의원 의결로 표결하면 의협정관 제20조 대의원총회 의결사항 제1항을 넘어서는 총회의 월권이라고 분명히 했다.

이번에는 최상림 경남대의원이 반대입장을 밝혔다.

최상림 대의원은 “김 대의원이 대의원자격을 취득한 것은 비례대의원 직접선거에 의해 된 것이다. 지역구를 옮겼다는 것은 본인이 그 지역구의 대표성을 포기한 것으로 본다.”라고 주장했다.

최상림 대의원은 “대의원 유고를 대비하기 위해 교체대의원이 있는 것이다.”라며, “이 문제는 논의의 대상조차 아니다. 유감스럽지만 논의가 된다면 동의안으로 받아들여서 표결로 해결하는게 맞다.”라는 논지를 폈다.

당사자인 김세헌 대의원도 반격에 나섰다.

김세헌 대의원은 “상식을 말하는데 2016년 11월까지 정관 세칙에는 대의원 자격상실에 대해 소속된 지부 즉, 경기도를 벗어나는 경우 대의원을 상실한다는 내용이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김세헌 대의원은 “지금은 그 규정이 대의원회 운영 규정 18조에 나와 있다. 대의원은 임기중 선출된 지부에서 이주하거나 또는 소속학회를 변동할 때에는 그 자격을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세헌 대의원은 “정관은 대의원 자격 상실에 대해 두가지만 명시하고 있는데 하나는 정당한 사유없이 2회 연속 총회에 불참하는 경우이고, 하나는 회비를 미납하는 경우이다. 그 외에 대의원 자격상실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대의원은 “의협 법제이사와 경기도 법제이사에게 자문을 구했다. 대의원 자격 상실에 대한 근거규정과 정관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동욱 대의원은 김세헌 대의원이 정관을 다르게 말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이동욱 대의원은 “정관세칙 제7조에 대의원은 임기중 선출된 지부에서 이주하거나 또는 소속학회를 변동될 때는 자격을 상실한다고 돼 있다. 선출된 지부를 법률적으로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인데, 경기도 회원 전체를 대상으로 대의원을 선출하고 교체대의원을 선출하면 경기도 내에서의 이전이므로 관계 없지만, 경기도는 6개 권역별로 대의원과 교체대의원을 별도로 선출하므로 김세헌 대의원은 수원 대의원이 될 수 없는 게 상식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세헌 대의원은 “지부에 대해 논란이 있다고 하는데, 정관 4조를 보면 협회는 산하단체로써 지부(시ㆍ도지부 및 군진지부)를 둔다고 명시돼 있다. 경기도는 십수년 전부터 6개 권역으로 나눠서 대의원을 선출해 왔는데 2006년도에 양재수 대의원이 안양에서 대의원으로 선출되고 그해에 용인으로 이주했을 때도 대의원 자격을 인정했다.”라고 강조했다.

죄훈정 대의원은 “대의원 자격상실에 관한 규정은 대의원회 운영 규정 18조에 있다. 운영 규정에 있는 것은 집행부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 최종 결정을 대의원회에서 하는 것을 말한다고 생각한다. 의협과 경기도 법제이사가 어떤 해석을 내렸는지 모르지만 그것은 참고사항이다. 대의원회에 물어보지 않고 집행부에서 결정한 것은 유권해석이 아니고 월권해석이다.”라고 주장했다.

의장으로부터 설명을 요구받은 김해영 의협 법제이사는 “김세헌 대의원이 개인적으로 요청해서 법무법인 의성으로부터 법률자문을 받았다. 정관과 정관세칙, 운영 규정이 있는데, 정관과 세칙은 효력범위가 다르다. 정관 세칙과 운영 규정에 따라 결정한다고 해도 그 결정이 정관과 다르다면 법적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심사숙고해서 판단해야 한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임수흠 의장은 동의와 제청에 따라 안건이 성립됐다고 선언하고 찬반 의견을 요청했다.

박철신 충남대의원은 “수원시가 대의원을 뺏기게 생겼는데 항의를 안하나? 경기도의사회가 무능하다.”라고 비판하고, “국회의원이 지역구를 옮겼을 때 자격이 있는가를 생각해보고 투표하자.”라고 말했다.

김석범 경기대의원은 “중앙대의원회에서 경기도의사회에서 파견되는 중앙대의원의 권한을 투표를 통해서 결정하는 것은 경기도의 기본 권한을 무시하는 것이다.”라며, “이 문제는 경기도에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권윤정 대구대의원은 “의원 개업을 총회 이후로 늦췄어야 하는데 대의원을 배려하지 않았으므로 자격이 없다.”라는 의견을 냈다.

유태욱 개원의대의원은 “대의원들이 법리적 문제에 대해 오해하는 것 같다. 대의원총회는 4주 전에 공고하는 것으로 아는데, 공지 시점에 대의원 자격이 규정되는 것이다.”라면서, “이후 변동사항이 있어도 신분이 바뀌지 않는다. 법리적으로 검토하면 총회 공고일자에 대의원 자격을 유지한 대의원은 총회에 대의원 자격으로 참석할 자격을 갖춘 것으로 봐야한다.”라고 말했다.

유태욱 대의원은 “합리적 지성을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 규정에 대한 법리가 맞느냐를 판단해야 한다.”라며, “법리를 잘 파악하고 처리해야 한다. 잘 모르면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해서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임수흠 의장이 수정동의안 찬반 의결 여부를 표결하자, 재석대의원 167명중 97명(58.08%)이 찬성해 표결이 결정됐다.

의장이 수정의견을 묻자 김세헌 대의원은 대의원의장에게 ▲정관 20조 대의원총회 의결사항 중 몇조에 해당하는가 ▲대의원 자격 상실은 정관 몇 조에 해당하는가 ▲자격이 없다에 찬성표가 많으면 대의원 자격을 잃는가 등 세가지를 물었다.

논란이 계속되자 최성호 대의원은 “이 문제를 법리적 지식이 없는 대의원들이 순간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당사자가 납득하지 않으면 재판이라는 쓸데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라며, “대의원들이 이 자리에서 결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므로 의장단이 논의한 후 발표하면 대의원들이 수용하는 방향으로 하자.”라며, 의장단에 일임하는 수정동의안을 냈다.

장경석 광주대의원도 “마치 소크라테스를 사형시키는 웃기는 사건이 벌어졌다.”라며, “이 사안은 법적인 논란의 여지가 크다.”라고 주장했다.

장경석 대의원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안이고, 대의원들이 잘 모르는 상태인데 대의원의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가?”라며, “충분한 법적 검토 후 서면으로 다루자.”라고 제안했다.

좌훈정 대의원은 “오해가 있다. 김세헌 대의원의 자격을 박탈하자고 안건을 낸 게 아니다. 빠른 회의 진행을 위해 김세헌 대의원을 제외하고 총회를 진행하자고 의견을 낸 것이다. 추후 법리적 검토 후 결정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결국 김세헌 대의원의 자격 여부는 ‘의장단에 일임해 법적 판단을 거쳐 결정하자’는 수정동의안을 표결한 결과, 재석대의원 159명 중 찬성 126명(79.24%), 반대 31명(19.50%), 기권 2명(1.26%)으로 가결됐다.

임수흠 의장은 상식적인 것과 법적인 해석이 다른 경우가 많은데 대의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리시간을 갖는게 필요해 보인다고 마무리했다.

▽의협이 의뢰한 법무법인 판단은?
총회에서 다룬 모든 안건보다 더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지만 결론은 법적 판단을 더 구해보고 결정하자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김세헌 대의원이 의협에 요청한 경기도 중앙대의원 자격상실에 대한 법률자문 결과는 어떨까?

의협은 김세헌 대의원의 법률자문 요청을 받고 법무법인에 자문을 의뢰했다.

의협의 의뢰를 받은 법무법인은 ‘협회 정관상 대의원이 임기 3년 동안 회비 미납이나 정당한 이유 없는 총회 불출석 이외에는 자격 상실이나 퇴직 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있으므로, 일단 선출된 이후 임기 중에는 지부, 학회, 분회 등과 관계없이 그 임기를 보장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검토의견을 회신했다.

또, 운영 규정 제98조(퇴직)제4항에서 ‘대의원이 소속 분회나 특별분회 및 직역협의회 지부를 이탈하는 경우에는 대의원직을 퇴직하는 것으로 한다’라는 규정에 대해, “정관의 위임이 없는 상태에서 대의원의 임기를 보장하고 자격상실이나 퇴직 사유를 제한하려는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규정이므로 삭제돼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라고 판단했다.

이날 김세헌 대의원의 자격을 문제삼은 대의원들은 평소 정관과 규정을 강조해 온 인물이 많았다.

하지만 김세헌 대의원의 ‘자신의 대의원 자격여부 의결이 정관 20조 대의원총회 의결사항 중 몇조에 해당하는지’와, ‘대의원 자격 상실은 정관 몇 조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자격이 없다에 찬성표가 많으면 대의원 자격을 잃게 되는가’ 등 세가지 질문에 답변하는 대의원은 없었다.

김세헌 대의원은 총회가 끝난 직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총회에서 대의원 자격 상실을 결정하면 법적 판단을 구할 생각이었다. 총회에서 위임받은 대의원회 운영위원회가 대의원 자격 여부를 시급히 판단해 주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불거진 대의원 자격시비는 관련 근거를 제시하라는 당사자와,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대의원들, 그리고 상식에 맞지 않다며 자격여부를 표결해야 한다고 주장한 대의원들이 엉겨붙어 소모적 공방을 벌인 셈이 됐다.

대의원회는 법적자문 등을 통해 해당 대의원의 자격 문제를 결론내고, 나아가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관 및 규정을 명확히해야 할 숙제를 안게 됐다.

<편집자 주>
김인호 서울대의원의 발언이라고 소개한 부분은 최상림 경남대의원의 발언으로 확인돼 수정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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