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포커스뉴스 칼럼/김동희 변호사>

최근 지인이 휘트니스 개업 소식을 전해왔다. 친구와 동업을 하기로 했으니 계약서 작성을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동업관계가 틀어지는 것을 여러 번 봤던지라 ‘무슨 일이 생겨도 동업계약서대로 하면 되도록’ 계약서조항을 촘촘하게 작성해 주었다.

언젠가 지인과 친구 사이에 문제가 생긴다면 동업계약서가 재판관이 되어줄 것이었다. 만약 한쪽이 승복할 수 없다면 승복할 수 없는 쪽은 동업계약서 자체의 효력을 뒤집는 난관을 겪어야 한다.

일상에서 웃으면서 가벼이 쓰는 “증거 있어요?”라는 말. 법정에서는 결코 가볍게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증거 없는 주장은 ‘물주먹’ 날리는 꼴이고, 증거 있는 주장은 ‘결정타’가 되는 살벌한 곳이 바로 법정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증거는 계약서ㆍ차용증ㆍ각서ㆍ확인서처럼 누군가가 작성한 문서다.

장황하게 문서의 중요성을 언급한 이유는 혹시 현지조사를 받게 되면 사실확인서에 서명할 때 신중하자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의사들은 현지조사 자체가 너무 힘들기 때문에 사실확인서에 서둘러 서명하고 만다.

그러나 꼭 기억해두자, 사실확인서에 서명한 순간 그 확인서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돌아온다는 것을. 확인서에 순순히 서명했다고 해서 보건복지부가 선처를 베풀어주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서명거부를 명목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현지조사 후 당분간은 없었던 일처럼 잠잠하겠지만, 몇 달이 지나면 업무정지나 과징금처분 사전통지가 날아온다.

이후 형사고발과 자격정지까지 줄줄이 이어지고 뒤늦게 부당청구 내용 중 일부 혹은 전부를 다투려 해도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패소한 판결문에는 ‘의사 본인이 사실확인서에 기재ㆍ서명하였다.’라는 문구가 단골로 등장한다.

응급처치를 잘한 환자의 예후가 더 좋지 않은가. 현지조사에 잘 대처할수록 이후의 절차에서 더 유리한 상황을 이끌어낼 수 있다.

사실확인서 서명이 불리한 증거로 작용해 패소하는 사례를 접하면 변호사도 속상하다. 물론 사실확인서에 서명을 거부하는 것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고 사실상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현지조사를 받는 것도, 향후 행정처분을 받는 것도 전부 의료인 본인이기 때문에 신중할 것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사실확인서는 통상 복지부 직원이 내용을 불러주고 의사가 자필로 기재하게 하거나, 미리 작성한 내용에 서명만 하라는 방식으로 받는다.

이 때 그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이 있으면 다투어야 한다. 압박감을 느껴 서명하게 되더라도 서명 후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적으면 향후 대응에 유리하다.

혹시 사실확인서를 받는 과정이나 현지조사 과정에 강압적인 부분이 있었다면 그 내용을 기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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