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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보건법 재개정 안하면 현장혼란 우려”[생생인터뷰]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
최미라 기자 / 헬스포커스뉴스 | 승인2017.04.17 10:35

오는 5월 30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개정 정신보건법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는 정신질환자의 인권 보장과 탈수용화를 위해 법을 개정했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는 개정안 역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면서 재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건강복지법TFT 위원을 맡고 있는 백종우 교수(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를 만나 개정 정신보건법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최미라 기자: 안녕하세요.

백종우 교수: 반갑습니다.

최미라 기자: 요새 논란이 되고 있는 개정 정신보건법의 문제는 무엇인가요?

백종우 교수: 개정 정신보건법은 헌법재판소의 판결 취지를 구현하지 못하고 있어요. 헌재는 비자의입원 조항이 헌법 제12조(신체의 자유)에 위배된다며 전원 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해법으로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제3자’에 의한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절차를 둘 것을 제시했죠. 또, 현행 기초정신보건심의위원회가 다수의 사례를 서류상으로만 심사해 그 실질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최미라 기자: 그런데 개정법이 헌재의 판결 취지를 담아내고 있지 않은 거죠?

백종우 교수: 그렇습니다. 개정법에 따르면,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는 조사원에 의한 일부 대면조사를 제외하면 여전히 서류상으로만 심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부실화된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의 역할과 책임을 오로지 2차 진단 의사에게 지우고 있으며, 2차 진단을 실시할 전담 인력 또한 확보하지 못해 민간의료기관 소속 전문의들을 대거 동원할 계획을 추진함으로써 민간정신의료기관의 진료공백을 우려하게 하고 있어요.

최미라 기자: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민간에게 떠넘긴다는 지적이 나올만 하네요.

백종우 교수: 그 동안 우리나라는 국가가 할 일을 안했던 거죠. 민간의 정신과 전문의에게 맡겼던 부분을 국가가 다시 가져가는 것은 중요해요. 외국도 입원 결정을 법원 등 사법기관이나 행정기관이 하는 추세에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국공립 의료기관 2인 의사에게 진단을 맡기기로 했다가 인원이 부족하다며 다시 민간 지정기관이라는 이름을 통해 또 민간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그 책임을 지우려고 하는 겁니다. 정부가 민간을 압박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잘못된 법인지 보여주는 거죠. 복지부 스스로가 개정법의 취지를 훼손하고 있는 상황으로, 재개정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최미라 기자: 의사들은 민간동원시 발생하는 민ㆍ형사상 책임에 대한 걱정도 많죠? 복지부는 보호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의료계는 믿지 않는 분위기던데요?

백종우 교수: 맞습니다. 개정법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 대한 각종 서류구비 의무와 벌칙 조항만 무수히 나열돼 있을 뿐, 의사들의 의료행위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는 미흡해요. 복지부는 입원 통지가 국립병원장의 공문으로 결정되므로 2차 진단의사는 법적으로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지난해 경기북부 여러 병원의 전문의에 대한 검찰수사와 함께 최근 모 국립병원에서 발생한 자의입원환자에 대한 서식미비에 대해 해당 부처는 당시 병원장과 주치의를 고발하는 상황에 비춰보면 2차 진단에 참여하는 전문의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에 대한 보호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민간에 압력을 행사해 무리하게 제도를 운영하려고 하니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최미라 기자: 언론에서 입원 정신질환자 8만명 중 4만명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많이 나왔었는데요, 근거 있는 주장인가요?

백종우 교수: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나오기 전에는 그 정도 상황까지 예상됐었는데, 복지부가 하위법령에 상당히 많은 예외규정을 포함해 절반이 쏟아져 나올 것 같진 않습니다. 다만, 모법에서 치료필요성과 자ㆍ타해 가능성을 ‘and’로 해놓은 걸 하위법령에서 워낙 넓혀놔 모법과 충돌할 우려가 있어요. 또, 현재로선 중요한건 장기입원의 경우 과거 정신보건심판위원회에서 돌아갈 집이나 지지집단이 없는 경우는 계속입원을 허용했었는데 이제는 입원시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퇴원 사태가 예견돼요. 약 2만여 명에 달합니다.

최미라 기자: 학회는 이 같은 문제점을 계속 지적해 왔죠. 복지부는 3월 3일부터 4월 11일까지 하위법령 입법예고를 진행하며 학회 등 주요 당사자와 자문단을 운영하며 의견반영을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하던데요, 의견이 많이 반영됐나요?

백종우 교수: 학회에서는 꾸준히 모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어요. 하위법령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모순이 발생하고 현장 혼란이 초래되거든요. 하위법령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고, 어떤 결과로 확정될지는 주시하고 있습니다.

최미라 기자: 하위법령 입법예고안을 살펴보면, 논란이 됐던 ‘자ㆍ타해 위험’의 범위를 넓히고, 강제입원 조건에도 예외규정을 넣었더라구요?

백종우 교수: 하위법령을 보면 정신요양원에 시ㆍ군ㆍ구청장에 의한 행정입원을 할 수 있도록 한 게 눈에 띕니다. 이런 부분은 이해할 수 없는게, 상근의사도 없는 정신요양원에 자ㆍ타해 위험이 있는 사람을 입소시키게 했다는 거죠. 잘 수정되는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최미라 기자: 학회는 모법 재개정을 주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죠?

백종우 교수: 그렇습니다. 지난 2월 국회에 원포인트 개정안을 제안했지만, 대선 일정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5월 30일 이전의 재개정은 쉽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환자를 비롯해 사회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빨리 재개정되는게 바람직합니다. 의사 출신 박인숙 의원이 준비 중이라 기대를 걸고 있어요.

최미라 기자: 최근 국회 공청회에 참석한 정신질환자들은 의사들이 돈벌이를 위해 이 법을 반대하고 있다고 소리치기도 했어요. 사회적으로 이해시키는 노력도 필요할 것 같아요.

백종우 교수: 아직도 오해를 사는 부분이, 정신과 의사들이 과거같은 입원을 원하느냐는 겁니다. 하지만 3월 25일 신경정신의학회 정기대의원회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장기적 사법입원과 행정기관을 통한 입원으로 가야 한다는데 동의했고, 이미 헌재에서 결정된 사항이라 돌아갈 수도 없습니다. 전혀 그런 의도는 없어요. 그런 오해 때문에 일부 당사자단체들이 부정적 생각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관련 법률 전문가, 사회단체와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건은 절대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입니다. 합심해서 해결하려고 해요.

최미라 기자: 그렇다면 학회가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사항은 무엇인가요?

백종우 교수: 일단 2차 진단의사가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에 실질적으로 소속돼 활동하도록 시행령ㆍ시행규칙에 명시해 달라는 거에요. 공정하고 독립된 심사기구의 심의에 의해 비자의입원 환자의 인권도 보호될 수 있죠. 또, 개정법 시행 후 최단기간에 2차 진단의사를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에 소속시키는 최소한의 법안 재개정을, 중장기적으로는 사법입원ㆍ준사법입원을 골간으로 하는 법안의 전면 재개정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2차 진단 전담 전문의를 최단기간 내 확보할 청사진과 이행계획을 밝힐 것을 요구했습니다. 진료 공백을 유발하는 2차 진단 실시지역의 무리한 확대 계획을 중단하고, 민간병원의 2차 진단 참여를 위한 부당한 압력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어요. 특히 ‘입원판정’을 위한 지정진단의료기관 신청을 ‘행정입원’을 위한 지정정신의료기관 신청에 연계하는 조치를 중단해 달라고 강조했습니다.

최미라 기자: 최근 각 정당 대선 후보들에게 질의서도 보냈던데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백종우 교수: 현실적으로 대선 일정에서 개정 정신보건법의 문제가 구체적으로 다뤄지긴 쉽진 않겠지만, 전반적인 정신보건에 대해선 논의가 필요하잖아요. 새정부가 빠른 시일내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각 정당 대선후보 캠프에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내용은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국 및 대통령 직속 국가 정신건강위원회 설치 ▲자살예방과 재난ㆍ범죄ㆍ학대 관련 트라우마의 극복을 위한 인프라 조성 ▲정신건강질환의 차별 철폐와 치료 및 재활 지원 ▲정신보건법 재개정에 대한 입장입니다. 국민 4명중 1명이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고 있으나 사회적 편견과 부족한 서비스로 한계 상황에 부딪히고 있는 만큼, 이번 대선에서는 정신건강정책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사회적 아젠다로 다뤄져야 합니다. 

최미라 기자: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볼게요. 최근 일어난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의 범인인 여고생이 조현병이라고 알려져 논란이 됐잖아요? 이후에는 조현병을 앓긴 했지만, 그보다는 사이코패스에 가깝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구요.

백종우 교수: 경찰 발표에 따르면, 매우 계획되고 준비된 범죄였고, 정신질환 증상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당뇨병 앓는 사람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해서 당뇨병 때문이라고 하진 않잖아요? 저도 그 사건을 조현병과 연계시키는건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조현병의 경우 전체 범죄율은 낮지만, 치료받지 않는 시기의 강력범죄 위험은 좀 더 높다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어요. 특히 ‘묻지마 범죄’로 얘기되는 예측 불가능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사회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적극적인 조기치료와 지역사회의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개정 정신보건법이 탈수용화를 강조하며 입원은 까다롭게 했지만, 지역사회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대한 예산과 인력 확보 등은 제대로 담고있지 못하기 때문에 상당히 우려되는 상황이에요.

최미라 기자: 정부가 최근 성인 4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겪는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어요. 정부의 정신건강 대책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면요?

백종우 교수: 복지부는 민간 전문의에게 진단하라고 압력을 행사할 게 아니라, 기재부를 찾아가 예산과 투자를 적극적으로 해 달라고 호소해야 해요. 본인들도 알고 있을 겁니다. 법과 관련해서 예산이 늘어난게 없거든요. 이번에 기재부가 국립정신건강센터 전문의를 16명 증원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회의 안전과 국민건강 측면에서 너무나 중요한 문제인데, 그동안 너무 저평가, 저투자돼 왔어요. 복지부는 이제 의료문제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전문가들과 함께 예산과 인력을 결정하는 부처를 설득해야 해요. 또, 국회에 가서도 상황을 알리고, 법적ㆍ제도적 보완을 촉구하는 노력을 지금부터라도 전문가, 당사자들과 함께 하자고 당부하고 싶네요.

최미라 기자: 정신건강 문제는 사회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잘 해결되길 바랄게요.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백종우 교수: 감사합니다.


최미라 기자  mil072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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