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협회의 숙원인 전문간호사 법제화를 두고 의료계와 간호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보건당국은 일부 수용 의사를 밝혔다.

특히 전문간호사는 전공의특별법 시행으로 인한 병원 인력공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PA 제도와 함께 제시되며 최근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월 20일 전문간호사 법제화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이 법안은 3월 23일 복지위 전체회의에 상정돼 법안심사소위로 회부됐다.

현행법에는 전문간호사가 행할 수 있는 업무 범위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어 일반간호사와 동일한 업무만 수행할 수 있는지 전문 업무도 수행할 수 있는 것인지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인 의원은 의료법 개정안을 통해 시행규칙에 위임돼 있던 전문간호사의 자격인정 요건을 법률에 명시하고, 전문간호사 자격을 인정받은 경우 해당 분야에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전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인 의원은 “전문간호사 자격 제도를 활성화하고 전문의료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다.”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전문간호사 교육기관 및 입학정원 현황(2017년 1월 기준, 단위: 개소, 명)
전문간호사 교육기관 및 입학정원 현황(2017년 1월 기준, 단위: 개소, 명)

하지만 의료계는 의료행위 범위의 불명확성과 직역간 갈등 등을 이유로 현행유지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현행 ‘의료법’이 의료인의 의료행위 범위를 포괄적으로만 명시하고 의료인이 행할 수 있는 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음을 고려할 때 전문간호사의 자격 및 업무범위를 명시하는 개정안은 불합리하다.”라고 주장했다.

대한병원협회도 “현행법상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어 의료행위의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으나, 직역간 갈등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의료현실을 감안해 전문간호사 업무범위에 대한 구체화 뿐만 아니라 조화로운 업무수행 방안 강구가 우선될 필요가 있다.”라며, 현행유지 의견을 전했다.

전문간호사 교육 과정
전문간호사 교육 과정

반면, 대한간호협회는 “현행법에는 전문간호사가 행할 수 있는 업무범위에 대한 규정이 없어 일반간호사와 동일한 업무만 수행할 수 있는지 등이 불분명하므로, 업무 수행의 근거 규정을 마련한다면 전문간호사 자격제도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법안 수용 의사를 밝혔다.

보건복지부의 경우 “현행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시행규칙)’ 제3조에 규정된 사항을 법률로 상향입법하고, 간호사의 면허 범위 내에서 전문 간호사의 업무내용을 보건복지부령으로 규정하는 입법방향에 대해서는 수용한다. 다만,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는 의사 등 관련 직역과의 갈등 소지가 있어 충분한 사전 협의 및 연구기간이 필요하다.”라며, 일부 수용 의견을 전했다.

전문간호사 등록현황(2016년 12월 기준, 단위: 명)
전문간호사 등록현황(2016년 12월 기준, 단위: 명)

복지위 전문위원실은 입법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제언했다.

석영환 수석전문위원은 “전문간호사의 업무영역을 명확히 해 의료현장에서 발생 가능한 혼란을 방지하고, 전문간호사 제도의 활성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양질의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그 입법취지에는 공감할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

다만, 업무범위를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위임근거를 마련하더라도 전문간호사가 수행할 수 있는 역할 및 업무범위의 모호성이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는 개정안의 입법취지를 달성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지적했다.

석 전문위원은 “전문간호사의 역할과 업무범위, 보상체계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사회적 의견수렴 등 전문간호사 제도 전반에 대한 논의를 거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간호사 활동현황(2016년 12월 기준, 단위: 명)
전문간호사 활동현황(2016년 12월 기준, 단위: 명)

한편, ‘전문간호사(Advanced Practice Nurse, APN)’란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전문간호사 자격을 가진 자로서 해당 분야에 대한 높은 수준의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전문적 간호를 제공하는 간호사를 말한다.

전문간호사제도는 지난 1973년 ‘의료법’에서 보건, 마취, 정신 등 3개 분야의 ‘분야별 간호사’가 도입된 이래 2000년에 4개 분야(보건, 마취, 정신, 가정)의 ‘전문간호사’로 명칭이 개정된 것이 그 시초다.

지난 2003년에는 6개 분야(응급, 산업, 노인, 호스피스, 중환자, 감염관리)가 추가됐고, 2006년에 3개 분야(아동, 임상, 종양)가 추가돼 현재 총 13개 분야가 인정되고 있다.

전문간호사는 현행법령상(전문간호사 자격인정등에 관한 규칙) ▲간호사 면허를 취득한 자 중 3년 이상의 실무경력을 쌓고 2년 이상의 전문간호사 교육과정을 거친 자가 전문간호사 시험에 합격하거나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외국의 해당분야 전문간호사 자격이 있는 자가 전문간호사 시험에 합격한 경우 자격이 인정된다.

전문간호사 활동현황(2016년 12월 기준, 단위: 명)
전문간호사 활동현황(2016년 12월 기준, 단위: 명)

현재 연간 약 400여 명의 전문간호사가 배출되고 있고, 2016년 말 기준으로 전체 자격 취득자의 수는 1만 4,549명다. 2016년 12월 기준으로 가정ㆍ보건ㆍ마취ㆍ정신 등의 분야에서 전문간호사 약 1,278여명이 활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간호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주요 국가로는 미국, 캐나다, 영국 등이 있으며, 각각 간호관련법령에 근거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행법은 보건복지부장관은 간호사에게 간호사 면허 외에 전문간호사 자격을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전문간호사의 자격 구분, 자격 기준, 자격증,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주요국 전문간호사 제도 비교
주요국 전문간호사 제도 비교

그러나 전문간호사의 업무에 관한 사항은 전문간호사제도의 본질적인 사항임에도 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법률에 마련돼 있지 않고, 보건복지부령에도 구체적인 업무범위가 규정되지 않아 다른 의료인과 전문간호사 간 업무범위가 불명확해 전문적 간호 제공이라는 제도적 취지 달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대법원은 지난 2010년 그간 마취전문간호사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마취행위를 할 수 있다는 복지부의 유권해석(1991, 2005)과 달리, 마취전문간호사의 척수마취 행위에 대해 의사의 지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환자에게 직접 마취를 한 행위에 대해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판시해 마취전문간호사의 업무 수행상 상당한 위축을 가져왔다.

또한, 전문간호사는 전문간호사 교육과정을 거쳐 국가시험에 합격해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의료인력임에도 임상현장에서 전문간호사와 일반간호사의 업무분화가 명확하지 않은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계와 간호계의 입장이 맞서는 전문간호사 법제화 문제를 두고 국회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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