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의 대국회 업무에 대해 아쉬움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쟁점법안에 대한 대응 시기가 너무 늦거나 타이밍이 맞지 않고, 그 정도도 약하다는 것이다. 충청남도의사회 이주병 부회장은 과거 의사협회 대외협력이사로 2년여 간 활동하며 대국회 업무를 경험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이 아산에서 운영하는 충무재활의학과의원을 찾아 의료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 부회장은 의협을 향해 쓴소리를 전하면서도, 대국회 업무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최미라 기자: 안녕하세요 부회장님.

이주병 부회장: 반갑습니다.

최미라 기자: 의사협회 대외협력이사는 언제, 몇 년 동안 역임했나요?

이주병 부회장: 2012년 7월 5일부터 2014년 5월까지 했습니다. 노환규 집행부 시절이었죠.

최미라 기자: 당시 의사협회의 대국회 업무 기틀이 잡혔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떤 업무를 했나요?

이주병 부회장: 솔직히 전혀 시스템이 없는 상태에서 만들었어요. 운이 맞았던건지, 진짜 그런건진 모르겠지만 제가 처음으로 대외협력이사로서 국회 업무를 담당했고, 이후 심평원이나 다른 단체에서도 국회를 담당하는 곳이 대외협력팀이 됐죠.

최미라 기자: 원래 대외협력이사는 국회 담당업무를 하는 자리가 아니었나요?

이주병 부회장: 그렇죠. 제 전임은 사회공헌팀 만드는 일 등을 했어요. 노환규 전 회장도 사회공헌 분야 업무를 하는 비의사를 채용해 사외이사 비슷하게 가려고 했는데, 제가 국회 쪽 업무를 해보겠다고 나서서 시작하게 된거죠. 당시 DRG 투쟁도 있어서 대국회 업무가 중요한 일이었는데, 국회 분야 팀은 직원만 있었고 진두지휘하는 자리가 미흡했거든요.

최미라 기자: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했다면 초기에는 대국회 업무를 하는데 어려움이 많았겠네요.

이주병 부회장: 맞습니다. 네트워크는 전혀 없고, 담당 직원 둘만 달랑 있는 상황이었어요. 기초를 쌓는게 중요한데 힘든 일이죠. 특히 다른 직역단체인 약사회나 간호협회, 한의사협회 등보다 의사협회는 그런 부분이 많이 약했던게 사실이에요.

최미라 기자: 대국회업무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이주병 부회장: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큰 사건이 한의약단독법이었죠. 당시 법안을 발의한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에게 (의사들이) SNS에서 ‘정신적 장애인’이라는 등 비하를 해버리니 상당히 곤란했어요. 김 전 의원은 장애인협회 쪽 출신이고, 보좌관 중에도 협회 인사가 있었거든요. 더불어민주당 최동익 전 의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죠. 우리는 절대 그런 식으로 대응하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최미라 기자: 그렇다면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대국회 업무를 했나요?

이주병 부회장: 진정성을 갖고 먼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죠.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주는 게 가장 중요해요. 지금 보면 아마 자기들 얘기하려고 자료를 잔뜩 만들어서 이 법안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할 거에요. 그럼 상대방은 ‘예, 알겠습니다’ 하고 끝이에요. 다들 법안을 발의할 때는 연구를 많이 해서 내고, 어떤 반대 의견이 나올 것이라는 것도 의견서 보면 다 아는데, 와서 같은 얘기하면 좀 그렇다는 거죠.

최미라 기자: 그럼 의원실에 가서 어떤 식으로 해야 할까요?

이주병 부회장: 일단 문제가 되는 법안을 발의한 의원실에 가서 법안의 취지는 이해한다고 인정하고, 왜 그런 법안을 만들었는지 들으러 왔다고 하면 잘 설명해 줄겁니다. 설명을 잘 들은 후에 그런 취지는 이해하겠는데, 이런 부분은 좀 그렇지 않냐는 식으로 해야 대화가 되는 거에요. 내가 그 사람 얘길 들어줬으니 그 사람도 들어줄 생각을 할 때 대화가 되는 거죠.

최미라 기자: 상대의 이야기부터 들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거군요.

이주병 부회장: 무조건 내 의견만 얘기하고, 약점을 지적하는 식으로 가면 힘들어요. 일단 법안 취지를 듣고 이해하려고 해도 안 되는 부분에 대해 의문점을 제기하고, ‘좀 생각해보자’라는 식으로 하다 보면 충분히 시간 끌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10만명이 머리띠를 둘러도 통과될 법은 통과됩니다. 진정성을 갖고 얘기해야 그 쪽에서 받아들입니다.

최미라 기자: 그렇군요. 현재 의사협회의 대국회 업무를 평가한다면요?

이주병 부회장: 솔직히 ‘이슈 파이팅’이 잘 안 되는것 같습니다. 회원들과 집행부가 현안에 대해 체감하는게 너무 달라요. 회원들이 원격의료 나쁘다고 난리치고 전 협회장은 자해까지 했었는데, 추무진 회장은 대통령 앞에서 원격의료 현장을 웃으면서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보도됐잖아요? 그런데 며칠 전엔 느닷없이 원격의료를 막겠다며 청사 앞에서 데모하겠답니다. 다행히 소위에서 유보됐지만, 행동에 일관성이 없어요.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니 회원들이 무관심해져 버리는 거구요.

최미라 기자: 현안에 대한 태도의 일관성 결여가 문제라는 거군요. 또 다른 문제는 뭘까요?

이주병 부회장: 타이밍도 참 안 맞아요. 취업제한 기간이 무려 30년으로 늘어난 아청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입법 직후부터 대응에 나서야 하는데, 상임위를 통과하고 법사위에서 겨우 계류됐죠. 또, 최근에 ‘현지조사대응센터’를 개소했는데, 그것도 좀 느닷없어요.

최미라 기자: 현지조사대응센터는 인력과 예산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는데도 문을 열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주병 부회장: 회원이 현지조사에 시달리다가 자살한 사건 당시에는 심평원에 가서 조용히 얘기한 수준에서 마무리하다가, 갑자기 센터를 개소하냐는 거죠. 회원 입장에선 현지조사시 행동은 어떻게 하라든가, 매뉴얼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건 없이 뜬금없이 개소를 하니 문제에요. 큰 사건은 그냥 넘어가고, 작은 건은 혼자 부풀렸다가 쓰러지는 식이랄까요. 솔직히 그런 면에서는 요새 소청과의사회가 잘 하는 것 같아요. 확실한 이슈 파이팅을 적절한 타이밍에 제기해 회원들의 이해가 쉽잖아요.

최미라 기자: 그렇군요.

이주병 부회장: 지난 대선 당시 제가 대선기획단 간사를 하며 한마음의사대회를 기획했습니다. 또, 민주당, 새누리당 경선에 들어가 정책자료를 만들어 나눠주면서 박근혜,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을 하게 했어요. 당시 ‘스텝 바이 스텝’에 의해 업무를 진행하며, 회원들도 느끼는 프로세스가 있었죠. 그런데 지금 의사협회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가 느닷없이 반모임을 하라고 하니 회원들이 어리둥절하지 않겠어요?

최미라 기자: 그렇겠네요.

이주병 부회장: 예전 같으면 의료계에 민감한 법안이 발의됐을 때 국회의원실에 팩스 보내고 강력하게 항의를 해서 막아낸 적이 꽤 되는데, 지금은 그런 지휘체계가 없어요. 이건 약한 법안 같은데 왜 갑자기 머리띠를 둘렀는지 회원들은 모르는 상황이 되는 거죠. 그렇게 되면 회원들의 무관심이 커지고, 전체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못하는 겁니다. 시도의사회장들도 헷갈릴 거에요. 어떤 건에서 나서서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가서 어필해야 하나, 개인적으로 하면 욕 먹나 하고 고민하는 거죠. 의협 차원에서 통일된 행동지침이 없으니까요. 사실 지금 의협이 우스운 집단으로 보일까 걱정이에요. 회원들은 원격의료를 반대하는데 한 쪽에선 협회장이 대통령 원격의료 현장에서 웃고 있었으니까요. PA도 마찬가지에요. 교수들은 찬성하고 전공의는 반대하니 국회에서 의료계 의견을 안 듣게 됩니다. 의협이 컨트롤타워로서 의견을 하나로 취합하고 언론 플레이를 해야 대응이 되는 거에요. 그런걸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이 의협의 가장 큰 문제 같습니다.

최미라 기자: 국회 법안처리 과정을 살펴보면, 사실 상임위 소위에서 막는게 가장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요새는 상임위 전체회의까지 통과되고 나서야 뒤늦게 대응에 나서고, 법사위에서 부랴부랴 막는 경우가 많이 보이는 것 같아요.

이주병 부회장: 맞습니다. 법안이 하나 발의되면 대국회 업무는 그때부터 시작해야죠. 저는 대외협력이사 당시 출근하면 매일 의안정보시스템을 확인하고, 누가 발의했는지 정책팀에 연락해서 대응자료를 만들라고 지시했어요. 법안소위 상정목록에 안 올라가게 하는게 가장 중요한데, 소위에 상정되기 전에 이미 보건복지위원실을 한 바퀴 돌아야 해요. 목록에 올라간다 하더라도 순서를 뒤쪽으로 미루는게 중요하구요. 또, 새누리당이 진행할 경우, 민주당의 감정이 안 좋은 의원에게 가서 어필하는 식의 ‘작업’도 중요합니다. 어떤 사람은 여야 따로 대응하자고 하지만 저는 반대했어요. 일단 의협 회장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그래도 안 되면 시도의사회장에게 연락해 지역구 의원을 만나서 꼭 이 얘기해 달라고 당부해야죠. 지금도 의사협회가 그런 시스템을 잘 하고 있는데 내가 모르는 걸 수도 있겠지만, 아쉬운건 사실이네요.

최미라 기자: 오는 5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세력화가 더욱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의사들의 정치력 강화 방안에 대해 조언해 주신다면요?

이주병 부회장: 의사들의 정치력을 강화하자면서 ‘1인 1정당 가입 운동’을 막연하게 얘기만 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게 지역구민의 10만원 후원금이에요. 후원인원도 많아지고 자금도 많아지거든요. 생각보다 후원금에 대해 굉장히 민감해요. 특히 지역구의원들 입장에서는 자기 지역구 해당 의사협회가 10만원씩 내주면 그걸 가장 좋아해요. 그렇게 하면 그 국회의원은 절대 의사에게 나쁜 법안 발의 못합니다. 돈도 돈이지만, 표로도 연결되기 때문에 그만큼 관심을 갖고 적극적이라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죠.

최미라 기자: 비례대표 의원들 후원은요?

이주병 부회장: 비례대표에게 10만원씩 후원하는 것도 (효과가) 큽니다. 그들은 후원금이 자주 부족하니까요. 그런데 후원하면 아무래도 그 직역의 눈치를 보게 돼요. 정치세력화는 다른 게 아닙니다. 어차피 세액공제로 돌려받는 돈인데도 의사들은 잘 안해요. 단순히 귀찮아서 그런걸 수도 있지만, 협회에서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자꾸 독려하고 붐업하고 해야죠.

최미라 기자: 지역의사회 부회장을 맡고 계신데요, 충남의사회 얘기를 좀 해볼게요. 지난해 임시총회에서 회장을 직선제로 뽑도록 회칙을 개정하고, 중앙대의원도 직선제로 바꿨죠. 그 동안 현안에 대한 목소리도 적극적으로 내는 등, 개혁적 이미지로 알려진 것 같아요.

이주병 부회장: 박상문 회장이 뭔가 새로운 걸 하자며 시작했고, 저도 그렇게 해왔으니 같이 참여하고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그런데 솔직히 생각만큼 썩 잘되진 않아요. 현안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면 중앙회나 다른 지역에서 왜 그렇게 딴지만 거냐며 이상하다는 식으로 취급을 하더라구요. 또, 충남의사회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회관이 없는데, 이사도 하는 등 지역 내에서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는데 역시 지치는 면이 있어요. 의협 차원에서만 그런게 있겠습니까? 자기 이득, 자리싸움 등 많죠. 그러다보면 그만 해야겠다는 생각도 솔직히 듭니다. 요새는 언론에 충남의사회 성명에 대한 보도가 잘 안나오잖아요. 우리는 진정성을 갖고 안 된다고 하는데 저쪽에서는 ‘또 반대야’, ‘맨날 반대만 한다’, ‘반골이다’ 등의 반응으로 돌아와요. 결국 우리 의견은 채택도 안 되고 하니 좀 지친 것 같아요.

최미라 기자: 그렇군요. 충남의사회의 목소리가 좀 더 반영되길 바랄게요.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주병 부회장: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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