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포커스뉴스 칼럼/이명진 의사평론가(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

의사를 법률가, 성직자와 함께 전문직이라고 한다. 전문가적 지식과 술기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윤리강령에 기초해 스스로 자율규제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자율규제는 자율징계라는 방식을 통해 의사의 직능윤리와 전문직업성을 회복시키고 비윤리적인 행위의 재발을 방지하고 있다.

징계를 통해 정신적, 경제적, 사회적 불이익을 주는 것을 넘어 자신의 잘못한 부분을 깨닫게 해주고 뉘우치게 해서 전문직으로서의 역할을 회복하도록 만들어 준다.

만약 의사로서 갖추어야 할 규범인 윤리강령이나 윤리지침에 동의하지 않고 자율규제와 기준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전문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자율규제의 모든 기준은 전문직 윤리를 기초로 해서 만들어진다. 의사들이 지켜야 할 전문직 윤리에는 그 대상에 따라 ▲의사와 환자와의 윤리 ▲의사와 동료 의사와의 윤리 ▲의사와 동료 의료인들과의 윤리 ▲교육자와 피교육자 간의 윤리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의학이라는 특수한 영역은 본인이 선배 의사에게 배우고, 또 배운 의술을 후학에게 전해주는 도제교육 제도가 자리 잡고 있기에 만약 교육자와 피교육자 간에 지켜야 할 윤리가 훼손될 경우 의술이 올바로 전수될 수 없다.

전문직 윤리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보면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윤리를 제일 앞부분에 두고 있다. 그 만큼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윤리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의학은 단순히 전문 지식과 술기를 배우는 차원을 넘어선다. 철학과 윤리적 자질을 갖추어야만 의술을 올바로 베풀고 후학에게 전수할 수 있다. 그러기에 의사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의철학자가 되어야 하고, 윤리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의학교육은 교육자와 피교육자 간의 윤리로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교육현장에서 의대 교수들은 학생과 전공의들에게 롤 모델이다. 배움의 대상이다. 좋은 영향도 주고 나쁜 영향도 끼친다.

학생들과 전공의들은 교수들이 환자를 대하는 행동과 말투, 습관까지도 흉내 내며 따라하게 된다. 만약 교수들이 환자들에게 무례하게 대하거나, 교수의 지위를 이용해 피교육자를 폭행하거나 인격을 무시하는 말을 하는 경우 후학들도 그렇게 해도 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못된 행동과 말을 따라 하게 된다.

최근 수련병원에서 교수가 전공의를 폭행하거나 선배 전공의가 후배 전공의를 구타하는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동료 의사들을 존중하지 못하고 인격적으로 대하지 못하는 사람이 환자들을 어떤 모습으로 대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이러한 악습은 의사의 명예와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위로 당연히 징계의 대상이다. 교수나 선배 전공의도 인생을 배워가고 있는 사람들이고, 누구나가 인생의 한 번쯤은 자만에 빠지거나 윤리적 민감도가 둔해져서 실수도 하고 해서는 안 될 행동들을 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그런 실수나 잘못을 깨닫고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뉘우치고 고백하면 용서 받을 수 있지만 뉘우침이 없으면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다.

더욱이 의사직의 존엄성과 명예를 솔선수범하여 지키고 가르쳐야 할 교수나 선배 전공의가 자신의 비윤리적인 행위를 부인하고, 진솔한 자기반성이 없다면 전문가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이 없다고 판단된다.

전문직으로서 동료의사를 존중하고 자신의 언행에 대한 품위를 손상시키는 사람은 의사집단에 함께 하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변화되든지 아니면 의사집단에서 추출되는 방법 밖에 없어 보인다. 뉘우침이 없는 사람에게는 용서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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