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마포구의사회 정기총회 현장에서 흥미로운 광경이 벌어졌다.

이날 정총은 지난해 감사보고와 결산 보고, 올해 예산안 심의 등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다.

하지만 총회 마지막 순서인 서울시의사회 건의안 토의 및 의결 과정에서 말썽이 일어났다.

이사회에서 시의사회 건의안으로 올라온 ‘의협회장 직선제 선출’ 안을 의결하는 과정에서 찬성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김대근 회장(의장)이 직권으로 부결시킨 것이다.

사회자가 직선제 선출 건의안에 대해 토의해 줄 것을 제안하자 A 회원이 “직선제부터 분파와 분열이 생겼다. 간선제를 시행해야 정국이 조용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어 B 회원이 “의협이 직선제가 시행되면서 난파선이 됐다”고 거들었다.

반대 의견이 거세자 김대근 회장이 “직선제 안을 굳이 마포구의사회의 건의안으로 올리려고 한 게 아니라 직선제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회원이 많지만 똑같은 이유로 간선제에 대해 대단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회원도 있다”며, “이를 억누를 수는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대근 회장은 “회원의 뜻을 알고 싶어 의제를 올린 것이다. 압도적인 차이가 나지 않으면 건의사항으로 올리지 못할 것 같다. 솔직하게, 재미삼아 직선제가 옳다고 생각하는지, 간선제가 옳다고 생각하는지 뜻을 보여 달라”고 제안했다.

결국 거수투표를 진행한 결과 직선제 찬성 회원은 15명, 간선제 찬성 회원은 14명이었다.

김 회장은 “회원들의 뜻을 잘 알겠다. 서울시의사회 건의안에 올리지 않고 좀더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잠깐 구의사회의 의사결정구조를 보자.

각 반에서 제출한 안건은 상임이사회 의결, 전체의사회 의결, 총회 의결 순서로 진행된다.

구의사회 회칙을 보면 상임이사회와 전체의사회에서 부의 안건은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이사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며, 가부 동수 시 의장이 결정하도록 돼 있다.

마찬가지로 총회에서도 부의 안건은 재적회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성립하고 출석회원의 다수결로 의결하며, 가부동수인 때에는 의장이 결정한다.

구의사회 총회와 전체이사회, 상임이사회의 의장은 회장이 맡도록 돼 있다.

김대근 회장은 회칙을 지키지 않았다. 이미 ‘의협회장 직선제 선출’안은 이사회에서 정식으로 올라온 부의 안건이므로 의결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김대근 회장은 직선제 안을 마포구 건의안으로 올리려는 게 아니라고 부인했다.

또, 직선제 찬성과 간선제 찬성을 거수에 부친 것도 잘못이다. 총회에서는 이사회에서 올라온 ‘의협회장 직선제 선출’안을 놓고 시의사회에 건의할지 여부를 의결해야 한다. 굳이 직선제 찬성과 간선제 찬성을 투표에 부치려면 건의안을 수정하자는 의견 제시와 제청, 동의 절차를 거쳤어야 했다.

거수투표가 성립된다하더라도 직선제 찬성이 간선제 찬성보다 더 많은 상황에서 김대근 회장이 압도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결시킨 것도 문제다. 의장은 가부 동수일때만 결정권이 있다.

정기총회는 한해 예산을 심의하고, 사업계획을 승인하는 중요한 자리이다. 모든 절차는 원칙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 다음 총회에는 좀더 철저한 준비가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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