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은 올해 1월 출입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사실상 의협은 장기적인 미래 플랜이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당시는 2월로 예정돼 있던 전국시도임원 워크숍의 개최 필요성에 대해 회원들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을 때였다.

회원들은 3,000만원이라는 비용이 소요되는 것과,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임원 워크숍 개최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의식한 추 회장은 “의협에 장기 플랜이 없다.”라며, “임원 워크숍이 향후 의협 정책에 있어 5년이나 10년의 중장기적인 플랜을 마련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런데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노환규 전의총 대표가 경만호 회장에게 “의협은 장기 플랜이 없다. 회무를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한다.”라고 지적하거나, 최대집 의혁투 대표가 추무진 회장에게 같은 지적을 했다면 이해가 간다.

현직 회장이 임기 마지막 해를 앞둔 시점에서 스스로 장기 플랜이 없다고 말하는 게 정상적인걸까?

어쨌든 의협 회무의 총책임자가 스스로 말했으니 장기플랜이 없는 건 사실인 것 같다.

그렇다면 장기 플랜이 없는 문제점을 잘 알고 있는 회장이 지휘하는 의협에 왜 장기 플랜이 없을까?

이는 지난 2월 17일 대전 총회에서 추 회장의 축사를 들어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추 회장은 “국민 건강과 한국의료 발전을 위해서는 즉각적인 의료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라며, “집행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정치권과 정부에도 적극적으로 건의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추 회장은 임원 워크숍에 대해 소개했다. 워크숍은 의료정책 전반에 대한 토의를 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운을 뗀 추 회장은 법제분과 토론에서는 국민이 바라보는 시각에서 보건의료 문제점을 바라봐야 하고, 지적과 설득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의료관련법 대응을 위해서는 지역의사회 임원들과 유기적인 협조 필요성을 제안해 줬다고 말했다.

의무분과 토의에서는 만성질환 관리사업에 대한 바람직한 일차의료 역할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발전적인 방향에 대해 대책을 수립해 주기를 요청해 줬다고 소개했고, 보험분과 토의에서는 지난해 연이어서 안타까운 두분의 희생을 가져온 공단 방문확인과 복지부 현지조사에 대해 대응체계를 구축해 줄 것을 요청해 줬다고 말했다.

정책분과 토론에서는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을 통해서 자율규제권이 확보되도록 요청했고, 적발과 처벌보다는 근본적으로 예방과 계도에 중점을 두기를 요청해 줬다라고 언급했다.

추 회장은 워크숍에서 제안해 준 사항을 회원을 위해 협회 회무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중앙회장이 산하단체 행사에서 축사를 할 때는 청중에게 축하와 앞으로의 발전을 기대하는 내용이면 족하다. 굳이 추가한다면 중앙회 회무를 소개하고, 자신의 비전을 제시하면 된다.

하지만 추 회장은 축사 시간 대부분을 워크숍에서 임원들으로부터 요청받은 사항을 소개하는데 할애했다.

대전시 임원들은 워크숍에서 제시된 사안들을 중앙회장이 어떤 방법으로 실천해 나가려고 계획하는지에 대해 듣고 싶지 않았을까?

결국 우려 속에 개최된 임원 워크숍에는 5년에서 10년을 내다보는 장기 플랜은 없었다. 

자신이 장기 플랜을 마련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장담한 그 워크숍에서 말이다.

추 회장은 의사협회에 왜 장기 플랜이 없는지 자신에게 물어봐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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