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사회의 정기총회는 지난 회기를 결산하고 새 회기의 사업계획과 예산을 확정하는 날이다. 3년마다 회장을 비롯한 임원을 새로 뽑는 날이기도 하다. 흔히 잔칫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관악구의사회는 최낙훈 전 회장의 기금 전용 및 유령직원 논란으로 인해, 지난 2015년 이후로 잔칫날과는 다른 정기총회를 치러 왔다.

관악구의사회(회장 정영진)는 지난 23일 의사회관에서 44차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전년도 회기 결산과 새 회기 사업계획(안)과 예산(안)을 심의했다. 하지만 이날 총회장 역시 고성이 오갔다.

▽집행부와 법정다툼중인 전 회장의 몽니(?)
현 집행부로부터 고소를 당해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최낙훈 전 회장은 결산보고, 감사보고, 예산안 심의 등 총회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해서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최낙훈 전 회장이 지적하는 사항은 회원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했다. 최 전 회장이 발언할 때마다 곳곳에서 아쉬움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정영진 회장이 최낙훈 전 회장의 이의제기에 답변하는 모습
정영진 회장이 최낙훈 전 회장의 이의제기에 답변하는 모습

최 전 회장은 의사회 사무국장의 4년분 퇴직적립금 688만원을 실제로 지급했는지를 따졌다.

신숙진 재무이사는 “퇴직적립금은 바로 지급하는 게 아니라, 법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돈이다. 은행에 적립했다.”라고 답했다.

최 전 회장이 “실제로 통장을 확인해야 한다.”라고 재차 따지자 정영진 회장이 나섰다.

정 회장은 “퇴직적립금은 매년 적립해야 하는 돈인데 최 전 회장이 임기 3년 동안 적립하지 않았다. 또, 최 전 회장이 임기가 끝났는데도 회계 인수인계를 하지 않고 통장도 넘겨주지 않아 지난해에도 퇴직적립금을 적립하지 못했다. 그래서 올해 4년분을 한꺼번에 적립하게 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최 전 회장이 2년전 42회 정기총회의 식대비용 300만원을 지난 회기에 지출한 것에 대해 따지자 정영진 회장은 “42회 정기총회는 최 전 회장의 마지막 임기에 개최됐다. 최 전 회장이 지급하지 않은 채 회계 인수인계를 하지 않아 통장 잔고가 0원 인 채로 회무를 시작했다. 업체와 소송까지 한 끝에 법원에서 지급 명령이 떨어져 할 수 없이 미지급금을 결산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또, 최 전 회장이 회원수첩 제작 비용으로 290만원을 지출한 것을 따지자, 정 회장은 “3년마다 수첩을 제작하는데 그동안은 제약사의 지원을 받아 제작했기 때문에 제작 비용을 지출하지 않았으나 지난해부터 시행된 김영란법 때문에 제약사의 지원을 받지 못해 비용지출이 발생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최 전 회장이 이메일 등으로 회원수첩을 제작하지 않는다고 따지더니 총회에서 이를 문제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또, 최 전 회장은 총회가 진행되는 도중 세무사에 확인하라거나 회계사에 물어보면 현 집행부의 세입ㆍ세출 결산서와 예산서가 엉터리인지 다 알게 될 것이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에 대해 정영진 회장은 “지금 회원들에게 제공한 총회 자료는 세무사무소에 의뢰해 검토가 끝난 결과물이다.”라며, “최 전 회장의 불투명한 회계를 겪은 터라 임기 첫해부터 세무사무소에 의뢰해 투명하게 회계를 처리해 왔다.”라고 반박했다.

▽전 회장의 업무상횡령 사건 과정은?
사건은 지난 2015년 2월 26일 42차 정기총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찬문 감사는 감사보고에서 최낙훈 회장의 의권쟁취투쟁위원회(이하 의쟁투) 기금 전용과 유령직원 의혹을 제기했다.

박 감사는 “2014년도 결산서에 의쟁투 기금 1,500만원이 유입돼 있는데 최낙훈 회장에게 기금 사용처에 대해 해명을 요구했으나 명확한 답을 듣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감사는 “세출부에는 사무직원의 월급료 150만원에 대한 증빙자료가 없다. 사무국장이 매월 150만원을 최낙훈 회장에게 지급했는데 최 회장은 본인이 아웃소싱에 썼다고 말하면서도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박 감사는 “감사 당시 최낙훈 회장에게 자료제출을 요구했더니 전체이사회에서 제출하겠다고 했고, 전체이사회 때는 다시 정기총회 전까지 제출하기로 했지만 오늘까지 제출하지 않았다.”라며 과정을 설명했다.

박 감사는 “최낙훈 회장의 회무가 적절하지 않다.”라면서, “회원이 수긍할 수 있도록 해명해 달라.”고 최낙훈 회장에게 요구했다.

이에 대해 최낙훈 회장은 의쟁투 기금 1,500만원을 일반 회계로 무단 전용한 데 대해선 “총회자료집에 모두 나와 있다.”라며 반발했다..

또, 사무직원에게 지급했다는 급여 1,800만여원에 대해선, 총회 후 증빙자료를 제출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날 정총은 회장의 기금 전용 및 유령직원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예ㆍ결산 심의를 하지 못하고 종료된다.

관악구의사회는 약 한달 뒤인 3월 19일 예ㆍ결산 심의를 위해 임시총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최낙훈 회장은 약속과는 달리 소명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결국 관악구의사회 회원들은 최낙훈 회장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형사고발키로 했다. 또, 회칙에 의해 자동으로 추대되는 최낙훈 회장의 명예회장 자격도 박탈했다.

▽끝나지 않은 싸움..오늘 서울중앙지법서 공판
관악구의사회는 2015년 4월 29일 관악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해당 사건은 2015년 12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고, 의사회는 1월 9일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했다.

우여곡절 끝에 검찰은 지난해 10월 17일 업무상횡령 혐의로 최낙훈 전 회장을 고소했고, 11월 23일 첫 공판이 열렸다.

한차례 공판이 연기된 끝에 오늘(24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서관 513호에서 두번째 공판이 열린다.

이날 공판에는 이철희 의사회 사무국장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최 전 회장의 변호인이 공판을 일주일 앞둔 지난 17일 사임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현 집행부와 전 회장의 법정 다툼은 어떤 결론을 맺을까.

한편, 전체회원 189명 중 재석 38명, 위임 82명 등 총원 120명으로 성원된 본회의에서는 회무보고, 감사보고, 결산보고를 통과시켰다.

새해 사업계획(안)으로 7개구 합동 학술대회 주관, 연수교육 8회 실시, 새로운 수가 개발, 의료사고 분쟁시 즉시 참여, 합리적인 예산편성 및 효율집행 등을 확정했다. 

예산(안)으로는 지난해 9,794만 7,976원에서 453만 6,872원을 감액(4.63%)한 9,341만 1,104원을 의결했다.

이어, 서울시의사회 건의안건으로는 ▲65세 이상 노인 정액제 상한선 개편 ▲촉탁의제도에서 각 지역의사회 역할 강화 ▲서울시회장선거 직선제 개정 ▲리베이트 쌍벌제시 이중적 처벌 개선 ▲개인의원 가드수수료 인하 및 5,000원 미만 소액카드결제시는 수수료 면제 ▲65세 이상 노인 무료 독감접종시 독감백신 배포시스템 개선 ▲보건소는 예방ㆍ건강증진 사업 충실 ▲의원에서 제증명서 발생시 추가비용 발생할 수 있고 진단명이 필요한 경우 진단서를 발부해야 한다는 포스터 안내 등 8개 항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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