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손명세)은 지난해 제정돼 시행에 들어간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 따라 민간 보험회사의 입원적정성 심사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심사에 소요되는 비용을 전액 건강보험 재정에서 부담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과 민간보험사 입원적정성 심사를 둘러싼 이슈를 살펴봤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 민간보험사만 이득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은 보험사기죄를 신설해 기존 사기죄에 비해 처벌을 강화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민간보험의 입원 적정성에 대한 심사 의뢰 등을 하도록 제정된 법률로 지난해 9월 30일 시행됐다.

해당 법에 따르면, 수사기관에서 보험사기 수사를 위해 입원의 적정 여부에 대해 심평원에 심사를 의뢰할 수 있다. 또, 심평원은 의무적으로 심사 결과를 수사기관에 통보해야 한다.

의료계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옥상옥의 불필요한 법이라고 주장하며 시행에 반대해왔다. 지금도 보험사가 금융감독원을 거쳐 검찰과 경찰에 보험사기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면 심평원이 자료를 제출하는 형태로 공공기관 심의를 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특별법에 관련 내용이 들어간 것은 의료기관에 대한 압박으로 해설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민간보험에 대한 입원의 적정성 심사를 건강보험의 심사를 위한 준정부기관인 심평원에 의뢰하도록 한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심평원은 전 국민이 부담한 보험료를 기반으로 설립ㆍ운영되는 건강보험의 공적 심사기구로, 여기에 민간보험에 대한 입원의 적정성 심사를 강제로 맡기는 것은 소수 민간보험사의 이익을 위해 공적기구를 활용하는 것이므로 합당치 않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의 가장 큰 문제는 균형 있는 법이 아니라는 점이다.”라며 “이해당사자인 민간보험사가 경찰에 수사의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가입자에 대한 권익보호 장치가 하나도 없다는 점도 문제다.”라며, “법이 보험사 위주로 돼 있으며, 환자의 건강권과 의료선택권, 재산권을 침해하고, 불필요한 논쟁으로 환자와 의사 사사의 신뢰가 깨질 우려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서 이사는 또, “심평원에서 영리보험사에 대한 것을 심사하는 것도 문제다.”라며, “민간보험의 입원 적정성 여부는 심평원이 따지는 것이 아니라 법원에서 지정하는 의료감정기관에 의뢰하게 해 적정성을 판단하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회,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선 행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5일 심평원 업무보고에서 정책질의를 통해, 심평원이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 따라 민간보험회사의 입원적정성 심사를 수행하고 있으나 소요비용을 전액 건강보험 재정에서 부담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 의원은 “심평원에서 생명보험 및 손해보험 등 민간보험의 사기방지를 위한 입원적정성 심사를 수행하고 있어 민간보험사의 이익으로 귀결됨에도 불구하고, 이에 따른 소요 비용에 대해 민간보험사의 지원이 전무해 전액 건강보험 재정에서 부담해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보건복지위원회)과 정태옥 의원(정무위원회)은 각각 지난해 12월 5일과 올 2월 2일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두 법안은 지난 16일 소관위인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으며, 현재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김승희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제7조제3항에 수사기관이 심평원에 입원적정성 심사를 의뢰하는 경우 그 업무 시행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김 의원은 “심평원은 전 국민이 부담한 보험료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심사기구로, 자동차 보험 심사 업무 등을 위탁받아 처리하고 있으면서 수수료 및 인건비 등을 지급받고 있다.”라며, “다른 위탁 업무 등의 수행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수사기관의 입원적정성 심사의뢰에 대해서도 수사기관이 그 업무의 시행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다.”라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정태옥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심평원의 입원적정성 심사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보험사기방지기금을 설치하되, 그 재원은 민간 보험회사의 출연금으로 조성하도록 한 내용이다.

정 의원은 “심평원은 국민건강보험법 제62조에 따라 설립돼 요양급여비용 심사와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를 주된 업무로 하는 공공기관으로, 민간보험 사기범죄 수사를 위한 입원적정성 심사는 심평원의 고유 업무와 그 성격을 달리하므로 이에 필요한 재원을 심평원이 부담하게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법안 발의 배경을 밝혔다.

또, “현행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 따르면 민간보험회사는 아무런 비용 부담도 존재하지 않고, 심사의뢰에 대한 아무런 제약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보험회사가 회사 이익 증대를 위해 무분별하게 제도를 이용할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심평원의 보험사기 범죄수사를 위한 입원적정성 심사에 관한 필요 예산이 올해 27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만약 민간보험회사가 보험사기 범죄에 대한 심평원의 입원적정성 심사에 대한 재원을 부담하지 않는다면 건강보험료로 충당하게 되며 결국 국민의 보험료가 인상될 수 밖에 없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정무위원회는 법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입원적정성 심사 업무가 수사절차의 일환으로 이루어진다는 점, 입원적정성 심사는 업무의 본질이 전문가의 감정과 유사하다는 점, 수사절차에 있어서는 사법의 공정성 관점에서 수사기관이 수사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 심평원이 심사비용을 지출하는 경우 건강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입원적정성 심사 비용은 국가예산편성을 통해 수사기관이 부담하는 것이 원론적 측면에서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수사기관이 전액 부담할지 아니면 심평원의 공공성을 감안할 때 일부 부담할 지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으로 위임해 기획재정부ㆍ법무부ㆍ안전행정부ㆍ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간 협의를 거쳐 조율하도록 함이 합리적일 것으로 본다.”라고 덧붙였다.

단, “국가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난망하고, 예산상 제약으로 수사기관의 입원적정성 심사 의뢰가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면, 보험사기 방지라는 정책적 목표를 위해 보험사기 수사의 실질적 수혜자로 볼 수 있는 보험회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비용을 분담하되, 사법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와 국민들에게 전가되는 보험료 인상을 각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의료계도 관련법 개선 촉구
의료계도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인석 의협 보험이사는 “자유주의 사회에서는 수혜자 부담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라며, “심평원의 입원 적정성 판단이 보험사에 유리한 쪽으로 나오게 되면 보험사의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로 결국 수혜자는 민간보험사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심평원 심사가 끝난 것에 대해 입원적정성 심사를 의뢰하는 것은 순수하게 민간보험사의 이득을 위한 전문적인 의뢰다.”라며, “민간보험사로 이득이 귀결된다면 당연히 민간보험사에서 수혜자 부담에 따라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맞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심평원은 누가 뭐라고 해도 건강보험재정 하에 운영되고 있고, 심평원의 심사에 관한 노하우는 건강보험재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라며, “공공재원으로 만들어진 것은 공공재원에 맞는 목적으로만 쓰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 심평원에 심사를 의뢰할 때 ‘합당한 이유’라는 단서조항이 있지만 이는 표현이 모호하기 때문에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보험사가 의뢰를 했을 때 의뢰를 했던 것에 대한 책임이 없다.”라면서, “설령 고의적으로 잘못 의뢰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해 보험사를 규제할만한 근거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서 이사는 “지금은 법만 만들어진 상태고 너무 선언적으로만 돼 있기 때문에 구체화할 필요성이 있고, 보험사의 악용을 막을만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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