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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경험평가, 의사도 환자도 손해”[생생인터뷰]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
조성우 기자 / 헬스포커스뉴스 | 승인2017.02.20 6:12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올해 요양급여 적정성평가 신규 추진 항목에 ‘환자경험 평가’를 포함시켰다. 의료소비자의 관점에서 의료의 질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환자경험 평가는 의료서비스를 이용한 환자로부터 의료진과의 의사소통, 투약 및 치료과정 등 입원기간 중에 겪었던 경험을 확인하는 새로운 형식의 평가로, 환자 대상 설문조사를 통해 평가가 진행된다. 이를 두고 의료계에서는 평가의 실효성과 타당성, 신뢰도가 떨어질 뿐 아니라, 국가기관이 민간기관 및 민간인의 친절도를 평가하는 것은 월권이자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를 만나 환자경험 평가의 문제점에 대해 들어봤다.

조성우 기자: 이사님, 안녕하세요.

서인석 이사: 네, 반갑습니다.

조성우 기자: 환자경험 평가에 대해 의료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데요.

서인석 이사: 우선, 심평원의 환자경험 평가에 대해 일부 의사협회 회원들이 오해를 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환자경험 평가는 상급종합병원과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 입원했던 퇴원 8주 이내의 만 19세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통해 진행되는 것으로, 외래환자나 의원급 의료기관은 평가 대상이 아니에요.

조성우 기자: 환자경험 평가의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서인석 이사: 의사협회는 환자경험 평가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왔어요.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명분과 실효성도 불분명하기 때문이에요.

특히, 심평원은 주요 OECD 국가들이 2년에 한 번씩 환자경험 평가를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주장이라고 봐요.

조성우 기자: 이유가 무엇인가요?

서인석 이사: OECD 국가별로 건강보험제도의 성격과 운영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영국의 건강보험제도인 NHS(National Health Service)를 보면, NHS 하에서는 의사는 공무원이에요. 또, 전부 정부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죠.

의료가 전문적 영역이라는 점과 의사가 공무원이라는 점 때문에 영국에서는 의료조직을 손대기 어려운 점이 있어요. 그래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의료 만족도라든지 경험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이에요. 

미국의 사례도 살펴보죠.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다보험자 체계에요. 그러나 보니 보험상품을 비교하기 위해 환자경험 평가가 도입된 것이에요.

반면, 우리나라는 단일보험자 체계에 의사들은 전부 민간기업이에요. 의료이용 만족도라든지 환자경험 평가에 대한 요구가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어요. 단일 공보험 체계 하에서는 건강보험제도 하의 보험상품에 차이가 없기 때문이죠.

지불제도에도 차이가 있어요. 우리나라는 행위별수가제 방식이지만 영국이나 미국의 경우 입원은 DRG, 외래는 인두제가 기반인 포괄형 지불방식이에요. 그러나 보니 과소진료가 문제가 되요. 즉, 이들 국가에서는 지불제도 상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환자경험 평가가 진행되는 측면도 있어요.

조성우 기자: 환자경험 평가가 국내 의료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은데요.

서인석 이사: 네, 맞아요. 심평원이 마련한 환자경험 평가 설문조사 항목을 보면, 환자에게 의사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들었는지에 대해 묻는 내용이 있어요. 이와 같은 질문을 마련하기 전에 왜 그렇게 할 수 없는지, 그 이유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저수가 때문에 충분한 의료인력을 고용하지 못하고, 충분한 의료인력을 구하지 못하다 보니 환자에게 설명하거나 진찰하거나 환자와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시간보다 검사하고 처치 중심으로 의료행위가 이동했을 뿐이에요.

이와 같은 상황이 의사들의 잘못으로 발생한 것은 아니에요. 수가를 조정해 충분한 의료인력을 구할 수 있는 환경을 우선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의 환경경험 평가는 빅5 병원 등 특정 대형병원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어요. 병원환경 등에 대한 평가도 설문조사 항목에 포함돼 있죠. 

그렇게 되면 환자경험 평가로 인해 대형병원에 대한 쏠림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우려가 있어요.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는데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뜻이에요.

조성우 기자: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뜻인가요?

서인석 이사: 그렇죠. 지금처럼 의료전달체계나 의료자원배분이 왜곡된 상황에서는 환자경험 평가가 건강보험제도를 더 망가뜨릴 수 있어요.

조성우 기자: 의료소비자에게는 환자경험 평가가 도움이 될까요?

서인석 이사: 환자경험이라는 것이 상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가 전해져 오히려 의료소비자의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봐요.

환자의 주관적 평가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는 쉽지 않아요. 전화 설문조사가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올지 의문이에요. 왜곡된 정보는 의료계와 의료소비자 모두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의료계에서 환자경험 평가에 반대하는 것이에요.

현 시점에서 환자경험 평가에 선행해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음에도 지금 꼭 도입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 및 평가업무를 해야 하는 심평원이 주관적인 영역인 환자경험 평가를 하는 것이 과연 맞는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봐요.

조성우 기자: 오늘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서인석 이사: 감사합니다.


조성우 기자  aucuso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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