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과 시민단체가 비급여 관리를 위해 건강보험으로 100% 보장되는 병원을 도입하고, 혼합진료를 금지할 것을 제안했지만, 대한병원협회와 정부는 부정적 입장을 전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7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건강보험 100% 적용 의료비 걱정 없는 병원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야당과 시민단체 측은 의료비 부담 해소를 위한 급여체계 전환과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을 제안하며, 그 일환으로 일본처럼 혼합진료를 금지해 ‘비급여 없는 병원’ 시범사업을 운영하자고 주장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김상희 의원은 “의료비 가계부담의 주범은 비급여이며, 비급여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저해하는 주요 요소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62%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바로 비급여 때문이다.”라며, “일본의 혼합진료 금지원칙을 도입해 비급여를 통제하는 ‘건강보험 100% 적용 병원’을 운영해보자.”라고 제안했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

발제에 나선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급여운영 방식의 전환은 네거티브 방식인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와 포지티브 방식인 ‘단계적 급여 전환’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진료비 지불제도의 경우 현재 행위 중심의 보상방식은 관리방식이 복잡하며 증가하는 심사물량을 고려할 때 지속 가능한 관리방식이 아니라며, 지불단위를 행위 중심에서 기관, 진단, 서비스 묶음 등으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수가적정성은 재정 배분과 연관된 문제라며, 정부나 보험자는 총액만 설정하고 진료과 등 실제 재정 배분은 공급자 내부에서 기준과 원칙을 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김 대표는 특히 건강보험공단일산병원, 지역거점 공공병원을 대상으로 일본의 ‘혼합진료금지’를 참고한 ‘비급여 없는 병원’ 시범사업 운영을 제안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도 ‘비급여 없는 병원’ 시범사업에 찬성하며, 급여운영은 네거티브 방식인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계적 급여화로는 풍선효과 억제가 불가능하며, 수가역전 현상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특히 시범사업을 공공병원에 한정할 필요가 없다면서, 사업 확장성을 고려한다면 대학병원 등 민간병원이 참여해 해당 수가로 진료하고 병원, 환자에게 모두 좋은 결과를 내야 제도가 일반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진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는 국민 수용성과 소득에 따른 의료양극화를 우려하며 ‘비급여 없는 병원’ 도입에 대해 반대의사를 전했다.

박 이사는 “비급여 관리방안으로 혼합진료 금지가 대안이 될 수 있나.”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혼합진료 금지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급여범위의 확대, 기준초과 비급여의 급여전환 등 환자 진료에 필수적인 내용에 대한 급여전환이 우선적으로 전제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혼합진료를 금지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신의료기술 등에 환자 접근성 등을 고려해 혼합진료 금지의 예외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와는 반대의 흐름을 보이는 것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은 이 제도로 인해 약물방출 스텐트가 5~6년 늦게 도입, 일본 사람들은 관련 합병증을 훨씬 많이 겪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 이사는 “일본도 후유증 극복을 위해 예외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상황인데, 우리나라는 혼합금지를 전면금지한다면 일본이 겪었던 문제를 다시 겪게 될 소지가 있다.”라고 꼬집었다.

또한 ‘혼합진료 금지’는 환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형태로, 국민의 수용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있으며, 부유층과 저소득층의 진료를 양극화하는 형평성 문제를 초래할 소지도 있다고 우려했다. 뿐만 아니라 급여 진료만으로는 경영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의료계의 혼합진료 금지의 수용성도 낮다는 것이다.

그는 “지불제도 개편은 환자를 위한 것인가, 건강보험 재정을 위한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지불제도 개편 논의는 환자에 대한 적정 서비스 제공보다는 건강보험 재정 지출의 효율화 측면이 우선하는 경향이 있는데, 환자 진료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전제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 이사는 “현행 지불제도에서도 원가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비용 통제를 위한 신포괄수가제로의 전환, 총액계약제 검토는 신중해야 한다.”면서, “비급여는 건강보험의 재정상 한계, 국민의 의료선택권 등을 보장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영역이다. 비급여가 국민의 진료비 부담을 증가시키므로 획일적으로 급여 전환해야 된다는 입장보다는 국민이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선택권을 어디까지 인정할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 대안 마련이 될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정부도 비급여 관리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비급여 없는 병원’과 ‘혼합진료 금지’ 도입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정통령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비급여 해소방안으로써 ‘비급여 없는 병원’ 시범사업 추진 취지에는 공감한다. 원칙적으로 의학적으로 필요한 진료는 모두 급여화하고, 공급자도 임상 가이드라인에 따른 적정진료 제공을 통해 비급여를 해소하는 것이 이상적인 방향이다.”라면서도, “다만 아직 건강보험 보장률이 낮고, 의학적으로 필수적인 의료와 비필수 의료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므로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해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혼합진료를 금지하기 위해선 우선 의학적으로 필요한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충분한 건보 적용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혼합진료 금지 역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과장은 “일본은 대부분의 진료항목이 급여화돼 있고, 국민의 인식도 급여진료를 선호하고 있어 제도 시행 여건이 성숙해 있는 상황이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경우도 상당수 항목이 고도선진의료 또는 선정의료(선택적의료)로 지정되는 등, 예외적인 상황을 인정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혼합진료 금지 시행 전 국내 도입가능성, 효과, 선행 조치사항 등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신중론을 거듭 강조했다.

향후 비급여 관리방안에 대해서는 “단순히 특정 항목을 급여화하는 문제가 아니며, 지불제도, 수가 수준, 급여방식 등 다양한 측면의 제도 개선과 병행해야 한다.”면서, “비급여 문제의 복합적인 성격을 고려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 과장은 비급여 발생 유형과 성격에 따라 차별화된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발생유형(항목, 기준초과, 법정, 합의, 미분류) 및 의료기관 종별에 따라 최적의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전문위원은 ‘비급여 없는 병원’ 시범사업 도입에 찬성하면서도, 비급여가 경증보다 중증질환에 많은 상황에서 혼합진료를 금지한다면 중증질환에 대한 의료서비스를 약화시킬 우려를 제기했다.

또, 민간실손의료보험에 대한 국민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혼합진료 금지를 통해 의료소비자 행태를 제대로 통제할 수 있을지와 소비자 입장에서 수용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마련중인 보건의료정책 대선 공약과 관련해서는 ▲보편적 보장성 확대 ▲저소득층 대상 별도의 재난적 의료비 지원체계 마련 ▲보건의료인력 보상방안 ▲선별급여 폐지 및 예비급여 도입(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본인부담상한제 적극 활용방안 ▲18세 이하 본인부담율 5%까지 인하 등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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