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에서 유방촬영장치가 특수의료장비로 구분돼 불필요한 인력과 비용이 발생하므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후 정부와 심평원, 의료계 등이 참여한 자문회의가 개최되는 등 개선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심평원에서 열린 ‘유방촬영용장치 설치 시 운용인력기준 관련 2차 자문회의’에서 다뤄진 내용을 토대로 개선작업 진행 상황을 살펴봤다.

▽유방촬영장치 특수의료장비 지정 적정성 도마
지난해 10월 4일 진행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광수 의원(국민의당)은 유방촬영장치가 특수의료장비로 구분돼 불필요한 인력과 비용이 발생한다며 개선이 필요하고 지적했다.

당시 김 의원은 “유방촬영장치는 X-ray 등 일반 의료장비와 유사하나 현재 ‘특수의료장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에 따라 특수의료장비로 지정돼 의료기관에서는 영상의학과 전문의와 방사선사를 비상근 인력으로 고용해야 유방촬영장치를 설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1인 1의료기관 근무라는 기준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의료비 상승의 원인이 된다.”라며, “이러한 불합리한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유방촬영장치는 지난 2003년 특수의료장비로 고시됐다. 이로 인해, 일선 병ㆍ의원에서 유방촬영장치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상근이나 비상근으로 둬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의료법에 근거해 마련한 ‘특수의료장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을 보면, 병ㆍ의원에서 유방촬영장치를 설치 및 운영하기 위해서는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1명 이상 두도록 돼 있다. 비전속이란 최소 주 1회 이상 근무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해당 규정의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비전속 전문의와 관련된 인력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대한유방암학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비상근 영상의학과 전문의 90% 이상은 해당 병ㆍ의원에 1년에 한 번 가거나 아예 가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2년 기준 특수의료장비는 5,580개로 집계됐지만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3,000명도 채 되지 않아 부족한 인력으로 특수의료장비를 관리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국감에서 심평원 손명세 원장은 김 의원의 지적에 대해, “특수의료장비 설치 및 운영의 불합리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라며, 개선 필요성을 인정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도 지난 1월 20일 본회의에서 가결된 ‘2016년도 국정감사 결과보고서’의 ‘국정감사 시정 및 처리요구사항’을 통해 유방촬영장치가 특수의료장비로 지정된 점의 적정성에 대해 재검토 할 것을 요구했다.

▽복지부ㆍ심평원, 개선작업 착수...의료계와 자문회의 개최
국정감사 지적사항과 관련해, 복지부와 심평원은 곧바로 개선작업에 착수했다. 실제로, 심평원은 지난해 12월 2일과 올해 2월 3일 두 차례에 걸쳐 ‘유방촬영용장치 설치 시 운용인력기준 관련 자문회의’를 개최했다.

자문회의에는 복지부와 심평원을 비롯해 대한의사협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한영상의학회, 대한외과학회 등 의료계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복지부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유방촬영장치를 특수의료장비에서 제외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유방촬영장치를 보유하고 있는 기관이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으며, 설치 시 품질관리 등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단, 특정 진료과의 이익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의사협회는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 인력 구인의 어렵다는 점 ▲품질관리는 필요하지만 비전속 전문의의 실질적 역할이 없다는 점 ▲역할이 없는 비전속 전문의에게 매월 30~50만원이 지급되고 있다는 점 등을 문제점으로 제시하며 개선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문회의에 참석한 의사협회 조현호 의무이사는 지난 1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자문회의를 앞두고 의사협회에서 진행한 의견조회에서 주된 의견은 유방촬영장치를 특수의료장비에서 제외하는 것과 인력기준에 비전속 전문의를 제외하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복지부와 대한영상의학회는 의견조회 결과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라며, “유방촬영용장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특수의료장비에 포함돼야 하고, 품질관리를 위해 비전속 전문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조 이사는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해 의사협회에서는 총 다섯 가지 개선안을 제시했으며, 지난 3일 열린 2차 자문회의에서 이 개선안에 대한 기초합의가 이뤄졌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도출된 개선안에 대해 수용성 여부 및 앞으로의 방향성을 결정하기 위해 의사협회 산하단체 의견조회를 거쳐 재논의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복지부, 의료계 합의안 나오면 제도 정비 방침
개선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유방촬영용장치를 설치하고자 하는 의료기관이 개원하는 경우 대한영상의학회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해 어려움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현재 유방촬영용장치를 보유한 의료기관(약 1,500개소)과 신규 개설되는 병ㆍ의원을 대상으로 대한영상의학회에서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의무적으로 매칭시켜 줘야 한다.

단, 대한영상의학회의 소정의 교육과 자격 인증을 받은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비전속 근무가능 의료기관을 현 2곳에서 4~5곳 이상으로 상향 허용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현행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 주 1회 근무 제도를 분기별 1회 근무로 개정하고, 근무시간도 현실을 감안해 반영하기로 했다.

의료기관의 과도한 비용부담 개선을 위해서는 영상의학과 전문의 1회 방문 시 구체적 비용을 규정(약 30만원 선)하기로 했다. 

또, 인력수급 문제를 겪는 산간벽지 의료기관이나 검사 횟수가 현저히 적은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대한영상의학회에서 무료로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의사협회가 제시한 개선안 중 의료계 차원의 검토가 필요한 사항은 의사협회와 영상의학회가 협의해 추후 지속적으로 조율해 가기로 했으며, 정책 및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복지부에서 관련 법령 및 제도를 정비키로 협의했다.

의사협회 조현호 의무이사는 “현재 의사협회 산하단체를 대상으로 개선안에 대한 의견조회가 진행되고 있다.”라며, “의견조회는 오는 17일까지다.”라고 말했다.

이어 “의견조회 결과가 긍정적이면 대한영상의학회와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 인력 구인의 어렵다는 점 ▲품질관리는 필요하지만 비전속 전문의의 실질적 역할이 없다는 점 ▲역할이 없는 비전속 전문의에게 매월 30~50만원 지급되고 있다는 점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프로세스를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단, “개선안에 부정적인 의견조회 결과가 나올 경우에는 다시 대책을 생각해 봐야 한다.”라며, “의견조회 결과를 오는 22일 열리는 의협 상임이사회에 보고한 이후 구체적인 방향성이 나올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3일 열린 2차 자문회의에서는 개선안에 대한 기초합의가 이뤄졌지만, 이는 회의에 참석한 영상의학회 대표들의 의견이기 때문에 학회 회원들이 실제 어떠한 의견을 제시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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