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추무진 회장을 세계의사회 파견이사로 결정하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의협은 연속성보다 대표성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현재 파견이사인 신동천 교수 대신 협회장을 파견이사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계의사회 재정기획위원장과 아시아-오세아니아의사회연맹 의장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중인 신동천 연세의대 교수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동천 교수를 만나 세계의사회 파견이사 논란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장영식 기자: 안녕하세요, 교수님.

신동천 교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장영식 기자: 시간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계의사회는 언제 구성됐죠?

신동천 교수: 1947년 9월 프랑스 파리에서 27개국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1차 총회를 개최하고 정관 및 규칙을 승인하면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장영식 기자: 세계의사회는 어떤 일을 하나요?

신동천 교수: 세계의사회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분야는 윤리입니다. 의사의 의료행위와 의료윤리에 대한 기준을 정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합니다. 건강한 환경에서 최적의 환자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함으로써 세계 모든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장영식 기자: 세계의사회의 구성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신동천 교수: 2017년 2월 현재 111개국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습니다. 조직은 이사회와 의학윤리위원회, 사회의무위원회, 재정기획위원회 등 3개 위원회가 있습니다. 이사회는 25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고, 이사장과 부이사장, 재무이사, 3개 위원회의 위원장, 회장, 차기회장, 전회장이 집행위원으로 활동합니다. 회장의 임기는 1년이고, 이사의 임기는 2년입니다.

장영식 기자: 사무국은 어떻게 운영되나요?

신동천 교수: 사무국은 사무총장 중심으로 운영됩니다. 회장은 명예직에 가깝습니다. 사무국 총괄 직원과 의사, 변호사, 재무 담당 직원 각 1명과, 회의진행 직원 3~4명을 포함해 7~8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사무국은 프랑스 페르니 볼테르라는 곳에 위치해 있어요. 유엔 유럽본부를 비롯한 수백개의 비정부기구가 모여 있는 스위스 제네바와 가까운 곳이죠.

장영식 기자: 세계의사회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언제인가요?

신동천 교수: 세계의사회 서울총회가 2008년 10월 15일부터 18일까지 신라호텔에서 열렸습니다.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을 맡아 서울총회를 준비했는데, 당시 주수호 회장이 국제 관계를 전담해서 도와달라고 했어요.

장영식 기자: 그 이후 계속 국제업무를 해온 거죠?

신동천 교수: 그렇죠. 문태준 명예회장님 주도로 국제협력위원회가 구성됐는데, 문 회장님과 의협 현직회장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의학회장, 여자의사회장 등 의료계 리더들이 위원으로 참여했어요. 처음에는 간사를 맡아 문 회장님을 보좌하면서 국제업무를 담당했어요. 문 회장님이 오랜기간 세계의사회 이사를 맡았고, 저는 처음엔 교체이사로 참여하다가 2013년부터 정식 이사가 됐습니다.

장영식 기자: 재정기획위원장은 어떻게 선출됐나요?

신동천 교수: 지난 2015년 4월 16일부터 18일까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200차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선출됐어요. 5~6시간 가량 진행되는 재정기획위원회 회의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나 뽑아주지 않아요. 2012년부터 환경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건강과 기후변화 이슈를 주도했는데, 이사들이 그런 모습을 보고 위원장을 맡긴 것 같습니다.

장영식 기자: 재정기획위원장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신동천 교수: 위원회 명칭처럼 재정 운영에 관한 일이 주 업무죠. 기존 회원국을 관리하고, 신임 회원국 신청이 들어오면 검토하고, 승인하죠. 회비납부도 점검하고, 회의 개최지를 결정하며, 회지를 편집합니다. 회원국간의 네트워크를 관리하고, 세계의사회와 관련된 타 단체와의 협조 업무도 재정기획위원회 일이죠. 특히, 집행위원이다 보니 재정 운영 외에도 전반적인 회무에 관여해야 합니다.

장영식 기자: 이사회와 총회 외에도 정기적으로 회의를 하나요?

신동천 교수: 기본적으로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집행위원들과 화상회의를 합니다. 사무총장이 현안을 보고하고 토의를 하는데, 평균 한시간 정도 진행됩니다. 집행위원들은 사전에 관련 자료를 전달받기 때문에 현안을 파악하고 참여하며,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 받죠.

장영식 기자: 의협은 추무진 회장을 이사로 추천했는데, 재정기획위원장직은 어떻게 되나요?

신동천 교수: 오는 4월 열리는 이사회에서 차기 위원장이 선출되면 교체됩니다. 아직까지는 제가 재정기획위원장입니다.

장영식 기자: 그렇군요. 의협은 추무진 회장을 파견이사로 결정하면서, 세계의사회의 정책수립과정에서 의협의 입장을 대변하고, 의협의 위상강화를 위한 노력을 전개하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신동천 교수: 그 점이 안타깝습니다. 세계의사회는 국내 현안을 해결해 주는 기구가 아니라, 의료 윤리의 기준을 정하고, 유지하는 기구입니다. 국가의 위상을 높이려면 우리나라가 세계의사회 운영을 위해 어떤 공헌을 할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국제 무대에서 신뢰를 잃을 까 걱정입니다.

장영식 기자: 일부에서 교수님이 세계의사회 이사직을 유지하려는 욕심에서 반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신동천 교수: 그렇지 않아요. 이미 지난해 의협 집행부에 너무 힘드니 후임자를 준비해 달라고 요청했어요.

장영식 기자: 당시 집행부로부터 어떤 답변을 들었나요?

신동천 교수: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자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쉬운 것은 추무진 회장이 직접하겠다는 말을 최근에 갑자기 했다는 겁니다. 지난해 10월 대만 총회에 함께 갔을 때도 말하지 않았거든요. 미리 이야기를 했으면 다른 국가 이사들에게 소개도 하고 인수인계도 했을 겁니다. 상임이사회 이틀 전에 연락을 받으니 황당했습니다.

장영식 기자: 김록권 국제협력위원장은 국제협력위원들로부터 의견 수렴을 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그런데 상임이사회 의결 하루 전 의견 수렴을 한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데요?

신동천 교수: 국제협력위원회 의견 수렴은 제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어요. 지난 23일 김록권 위원장과 통화할 때 누가 되느냐를 떠나서 위원들의 의견을 듣는게 좋다고 말해줬습니다. 그랬더니 바로 의견수렴을 하더군요.

장영식 기자: 의협은 애초에 의견수렴을 할 생각이 없었던 것 같네요. 그런데 국제협력위원들은 추무진 회장이 임명권자잖아요? 위원 17명중 6명은 의협 집행부 소속이던데요?

신동천 교수: 그렇기 때문에 국제협력위원회의 의견수렴을 하면 결과는 뻔합니다. 세계의사회 이사에 욕심이 있었다면 결과가 뻔한 국제협력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하라는 조언을 했을까요?

장영식 기자: 23일 교수님과 통화한 후, 24일 의견을 수렴하고, 하루 뒤인 25일 상임이사회에서 의결했습니다. 쫓기듯이 일을 처리한 것처럼 보입니다.

신동천 교수: 김록권 위원장에게 세계의사회에는 2월 말까지 통보해도 되니까 국제협력위원회를 열어서 논의해 보라고 조언했어요. 그런데 24일 오전에 이메일을 보내면서 당일 오후까지 답을 달라고 했더라고요.

장영식 기자: 의협에서는 과거에도 집행부가 바뀔 때마다 세계의사회 파견이사 사안으로 계속 갈등이 있었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신동천 교수: 과거 집행부와는 갈등이 없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있었다고 해도 직접 들은 바가 없습니다. 제가 집행부가 결정한대로 따랐기 때문에 잡음이 나올 게 없습니다.

장영식 기자: 그런가요?

신동천 교수: 노환규 집행부에서 국제협력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돼 활동했는데 추무진 회장이 당선되고 부위원장으로 임명하더군요. 집행부 산하 위원회는 부회장이나 상임이사가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고 지적해서 따랐는데, 다른 위원회를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거든요?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따지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기분은 좋지 않았죠. 개인적인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세계의사회 집행위원이고 아시아-오세아니아의사회연맹 의장이니 국외적으로 위상을 세워줄 필요는 있으니까요. 규정 때문이라면 부회장과 공동위원장을 맡겨도 되는 것이고요.

장영식 기자: 다른 나라도 중앙 의사협회장이 이사로 참여하나요?

신동천 교수: 회장이 참여하는 나라도 다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곳은 이사가 2명 이상인 곳이거나, 이사국 지위를 계속 확보하지 못하는 나라가 대부분입니다.

장영식 기자: 세계의사회 내부에 참여이사를 추천하는 방식이나 자격에 대한 규정이 있나요?

신동천 교수: 그런 규정은 없습니다. 세계의사회는 100% 자국 의사회의 결정을 따릅니다.

장영식 기자: 의협은 이미 세계의사회에 추무진 회장을 이사로 추천했습니다. 혹시 세계의사회 관계자에게 연락을 받은 적이 있나요?

신동천 교수: 세계의사회에서 국내 소식을 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세계의사회에는 의사회 관련 기사를 쓰는 대변인이 있는데, 국내에서 보도된 기사를 구글로 번역해서 모두 읽었다고 합니다.

장영식 기자: 추무진 회장이 파견이사로 선정된 것과 관련해서 세계의사회 내에서 국내 의료계의 위상이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신동천 교수: 솔직히 이야기 하면 1~2년 전부터 인수인계를 해야 했어요. 재정기획위원장은 대체로 연임을 하기 때문에 집행위원들도 그렇게 알고 있거든요.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장영식 기자: 추무진 회장이 세계의사회 이사회와 총회에 참석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신동천 교수: 현재 국내 정세가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죠. 올해 세계의사회 이사회가 열리는 4월에 대선이 치러질 수도 있고, 의협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인 대의원총회도 4월에 열리죠.

장영식 기자: 추무진 회장이 4월 이사회에 불참할 수도 있겠는데요?

신동천 교수: 김록권 상근부회장으로부터 4월 세계의사회 이사회에 추무진 회장이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장영식 기자: 충격이네요. 회장이 직접 챙겨야 대표성이 있다는 주장을 내세워서 이사가 됐는데, 정작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는 건가요?

신동천 교수: 그렇게 들었습니다. 하지만 세계의사회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점잖아서 한국이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줄 겁니다. 그런데 그것도 회장이 다니면서 도움을 청해야 되는데 걱정입니다. 2년마다 이사국을 새로 선정하는데 우리는 이사국을 배정받을 수 있는 금액보다 회비를 적게 내기 때문에 다른 국가의 지지를 받아야 해요. 과거 이사국 투표를 할 때에는 10여개국에 지지를 요청했는데 이번에는 추무진 회장이 3개국에만 지지를 요청했다고 들었어요.

장영식 기자: 추무진 회장과는 세계의사회 이사 추천 건에 대해 대화를 나눠 봤나요?

신동천 교수: 김록권 위원장을 통해 추무진 회장에게 대화를 요청했는데 거부하더군요.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어떻게든 도움을 줄텐데 김 위원장을 통해 만날 필요가 없다는 말만 전달받았습니다.

장영식 기자: 추무진 회장 임기가 끝나면 세계의사회에 복귀할 가능성은 있나요?

신동천 교수: 벌써부터 주위에서 추무진 회장이 바뀌면 다시 세계의사회에 나가라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이사를 할 생각이 없어요. 지난 10년간 정말 힘들었거든요. 더 이상 이사로 참여하는 것에는 미련이 없습니다. 다만, 나중에 좋은 사람이 이사를 맡은 뒤에 도와 달라고 하면 도와줄 생각은 있습니다.

장영식 기자: 마지막으로 의협에 조언 부탁드립니다.

신동천 교수: 세계의사회에서 존중받으려면 신사적이고 투명해야 합니다. 우리만 생각하고 우리 것만 챙기려고 해선 안 됩니다. 세계의사회에서 우리 입장을 대변하겠다는 의협의 생각은 잘못된 겁니다. 후진국도 이런 생각을 가진 나라는 드물어요. 과거 문태준 명예회장님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면서 우리가 국제 무대에서 신임을 얻었어요.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도록 의협 집행부가 국제업무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랍니다.

장영식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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