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희 회장이 서울시의사회 첫 여성회장이 된 지 어느덧 2년여가 흘렀다. 그는 약 50여일 후면 마지막 임기를 시작한다. 지난 2년 동안 첫 여성회장이라는 타이틀이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김숙희 회장을 만나 지난 2년 서울시의사회 회무를 이끌어 온 소회와, 올해 회무 운영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장영식 기자: 안녕하세요, 회장님?

김숙희 회장: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장영식 기자: 여성 최초 서울시의사회장으로 화제가 됐었죠? 여성회장이라는 장점이 있었나요?

김숙희 회장: 100년 만에 첫 여성 회장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서울시의사회가 주목을 많이 받았어요. 서울시의사회를 알리는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사실 아직까지 서울시의사회를 모르는 분들도 있거든요. 당선 당시 서울시여자의사회장이냐고 물어보는 분도 있었는데, 개념 정리는 됐다고 생각합니다.

장영식 기자: 지난 2년 동안 회무를 어떤 기준으로 이끌어 왔나요?

김숙희 회장: 공약과 당선소감에서 약속한 말을 지키려고 노력했죠. 2년 동안 평일에는 의사회에 나와 회무에 전념했고, 병원에는 토요일만 나갔습니다. 

장영식 기자: 토요일에는 병원에 나가셨군요?

김숙희 회장: 환자 진료는 몇 년만 쉬어도 감을 잃어요. 회원이 어떤 면에서 고통스럽다는 걸 모르거든요. 개인정보만 해도 심평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하는 것이 처음에는 매우 어렵죠. 청구도 그렇고, 제약사 영업사원 만나는 것도 직접 해봐야 압니다.

장영식 기자: 그렇군요. 당선 소감을 지키려고 노력했다는 말을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김숙희 회장: 당선 소감 첫번째는 ‘항상 죽음을 생각한다’였어요.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도록 해야한다는 겁니다. 사람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요. 두번째는 ‘하루하루 불꽃처럼 살겠다’였어요. 매일 열심히 살겠다는 의미입니다. 마지막은 ‘박수칠 때 떠나고 싶다’였어요. 항상 생각하고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장영식 기자: 그동안 추진해 온 회무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김숙희 회장: 첫해는 의사회 100주년이었기 때문에 정신없이 바빴어요. 기념행사를 준비하느라 1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지나갔습니다. 또 메르스 사태도 터졌었죠.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과 공동기자회견을 하면서 삼성의료원 의사에 대해 사과할 것, 보상문제를 거론할 것, 뒤에 서 있지 않고 나란히 기자회견 등 세가지 조건을 걸었는데 모두 수용하더군요. 그때까지 보상에 대한 언급이 없었는데 박원순 시장이 먼저 거론해 줬고, 이때부터 복지부도 급하게 보상문제를 논의했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서울시의사회에서 기여했다고 생각해요.

장영식 기자: 그렇군요. 임기 두번째 해도 설명해 주세요.

김숙희 회장: 임기 두번째 해인 지난해에는 문서를 표준화했고, 모든 집기에 번호표를 매겨 업무의 효율성을 높였어요. 전자문서 이중 보관 규정, 학술대회 잉여금 처리 규정 등 소소한 것까지 규정을 만들었죠. 또, 직원의 사기진작을 위해서 다양한 노력을 했습니다.

장영식 기자: 지난해를 이야기할 때는 총선을 빼놓을 수 없죠?

김숙희 회장: 개인적으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지명된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상당히 파격적인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 민주당 당원도 아니었고 신청도 안한 상태였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당일 인터뷰에 응할 수 있느냐고 연락이 온 겁니다. 나이도 있고, 정치를 하면 더 이상 의사단체를 위해서 일하기가 힘들 수 있다는 생각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추무진 회장을 비롯해 몇몇 분들이 도전해 보라고 조언해 줘서 인터뷰에 응했어요.

장영식 기자: 현장에 가보니 어땠나요?

김숙희 회장: 현장은 아수라장이더군요. 당직을 맡아 일해온 사람들이 비례대표 한자리를 얻기 위해서 치열하게 투쟁하는걸 목격했죠.

장영식 기자: 강청희 상근부회장도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에 도전중이었죠?

김숙희 회장: 강청희 상근부회장의 추천서를 써줬었어요. 처음 제안이 왔을 때 강청희 부회장을 언급하면서 곤란하다고 했더니 남자후보는 너무 많아 힘들다며 여자후보는 가능성이 높다고 했어요.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생각에 제안을 받아들인 거죠.

장영식 기자: 어쨌든 아쉬운 결과가 나왔어요.

김숙희 회장: 서울시의사회장에게 그런 제안이 왔다는 것 자체가 의사단체의 위상이 높아진 거라고 볼 수 있죠. 과거에는 그런 일이 없었잖아요? 아마도 여자회장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장영식 기자: 서울시의사회장이면서 의협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데, 서울시의사회와 의협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김숙희 회장: 공약사항중 하나가 의협과 협조체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의협회장이 누구인가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떤 주제가 있을 때 회원 권익을 위한 사안이고 회원들에게 이익이 된다면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각기 다른 이유로 의협회장이 미운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대승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불협화음이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해온 걸 봐왔잖아요?

장영식 기자: 말이 나온 김에 추가로 묻겠습니다. 지난해 김록권 상근부회장이 의협회장과 시도의사회장 사이가 밀월관계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하지만 회원들은 이러한 발언에 비판적입니다.

김숙희 회장: 다시 말하지만 의협회장과 시도회장들이 불협화음을 내는 것은 의료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아요. 문제점도 있고 부족한 면이 있는 것도 알지만 외부에는 알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어요. 과거 의료일원화 논란이 불거졌을 때 많은 질문을 받았는데 그때도 외부로 비난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비판을 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안에서는 치열하게 문제를 제기했어요.

장영식 기자: 지난해 회칙 개정 내용이 속기 실수로 바뀌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지난해부터 회칙개정위원회를 구성해 회칙 전면개정을 진행해 온 것으로 아는데요, 간단히 소개해 주시죠.

김숙희 회장: 임기 초부터 전면적인 회칙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대의원회에 회칙개정을 요청했습니다. 회칙은 1960년 9월 제정한 이후 수차례 부분 개정을 해왔지만 전면개정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회칙에 모호한 부분이 많은데 전체적으로 바꾸는 작업중입니다.

장영식 기자: 회칙 개정을 하려면 대의원 3분의 2의 참석과 3분의 2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가능할까요?

김숙희 회장: 내년에는 의장ㆍ회장 선거를 동시에 진행하기 때문에 회칙개정을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합니다. 올해 총회에서 의결될 수 있도록 사전에 개정 내용을 대의원들에게 알리고 총회 참석을 적극 요청할 계획입니다.

장영식 기자: 이제 임기가 일년 남았습니다.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고 회무를 이끌어 갈 생각인가요?

김숙희 회장: 의협이 회관환경개선위원회를 구성해 신축 등을 논의하고 있는데, 우리도 회관 노후화에 대한 대비를 해야할 때라고 생각해요. 위원회를 구성해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장영식 기자: 의협과 함께 하자는 의견도 있었죠?

김숙희 회장: 장단점이 있습니다. 선배들이 만든 건물이기 때문에 그 부분도 고려해야 합니다. 지금 이대로 유지할 수 없는 상태라 일단 공론화는 해야할 것 같습니다. 또, 지난해 의사신문, 서울의사 잡지, 라디오 공익캠페인 등 홍보에 주력했는데, 공익캠페인의 경우 호응이 좋았기 때문에 지속하는 방안을 고려중입니다.

장영식 기자: 회비 납부 상황은 어떤가요?

김숙희 회장: 2014년에 교수협의회에서 회비납부 거부운동을 했어요. 2015년 회장이 되고 교수협의회를 만나고, 개별 병원을 찾아다니면서 협조를 요청했어요. 일방적으로 요청만 한 게 아니라 회원병원의 어려움을 현장에서 직접 듣고, 해결하려는 노력도 병행했고요. 그 결과 회비납부율 저하를 막았고, 현재 납부율이 소폭 회복했어요.

장영식 기자: 회원과의 소통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요?

김숙희 회장: 소통 강화를 위해서 5개 권역을 나눠서 부회장들에게 하나씩 맡겼어요. 구의사회장과 임원들을 지속적으로 만나고 있어요. 현 집행부 들어서 구의사회장들과 임원과의 교류가 활발해졌고, 그 덕분에 구의사회장들이 회무에 잘 협조해 주고 있습니다.

장영식 기자: 의협 집행부가 긴급체포법, 설명의무법 등과 관련해 대국회 업무가 미숙했고, 보톡스 소송 등에서도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시도의사회가 좀더 의협에 조언과 질책을 했어야 하는 건 아닌지요?

김숙희 회장: 보톡스 문제는 상당히 유감입니다. 다수 일반인도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의야해 하는 경우가 많은 사안이죠. 대법원이 치과의사가 얼굴에 보톡스 시술을 해도 된다고 판결할 거라고 생각하기 어려웠어요. 대법원이 정치적인 상황에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좀 더 용의주도하게 대처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죠. 하지만 의협이 있기 때문에 시도의사회장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는 없는 문제입니다. 의협의 요청이 있어야 도와줄 수 있는데, 우리는 의협이 산하단체에 의견조회를 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했어요. 시도의사회의 역할은 거기서 끝납니다. 그 의견들을 바탕으로 의협이 국회와 정부를 상대해야 하는 거죠.

장영식 기자: 긴급체포법과 설명의무법과 관련해 의협의 대처에 대해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숙희 회장: 긴급체포건은 소관 상임위 단계에서 간과한 게 맞아요. 일찍부터 대응했어야 합니다. 설명의무법의 경우 처음 안과 많이 바뀌었어요. 아무 역할도 안 한 건 아닙니다. 보이지 않은 곳에서 많은 노력을 했어요.

장영식 기자: 최근 의협 상임이사회가 세계의사회 파견이사에 추무진 회장을 추천했습니다.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요?

김숙희 회장: 세계의사회는 문태준 명예회장이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신동천 교수가 함께 해왔는데 두분만 하고 있었어요. 신동천 교수는 아시아-오세아니아의사회 의장도 맡고 있고, 잘해오셨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역대 집행부에서도 계속 거론된 문제입니다. 추무진 회장이 관심도 많았고, 하고 싶어하는 의지가 있었어요. 의협에 국제협력위원회가 있는데 상임이사회 전날 의견을 수렴했더니, 대표성이 있으니 추무진 회장을 추천해야 한다는 의견이 좀 더 많았어요.

장영식 기자: 상임이사회에서는 어떤 의견들이 나왔나요?

김숙희 회장: 상임이사회에 올라왔을 때 일부에서 추무진 회장의 전문성을 지적하는 의견이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본인에게 대표성이 있고, 의지가 있고,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회장이 하는 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국제협력위원회에서 결정했으면 상임이사회에서 반대하고 부결시키긴 쉽지 않아요. 큰 논란 없이 통과됐습니다.  절차상 하자는 없다고 생각해요.

장영식 기자: 지난 1월 지역 시도의사회 행사에서 의협회장 선거 출마 선언을 했다는 말을 전해들었는데 어떤 상황이었나요?

김숙희 회장: 의협회장선거에 출마 안하겠다는 말을 한 적은 없어요. 지금은 서울시의사회장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영식 기자: 그렇군요.

김숙희 회장: 다만, 올초 구의사회장들과 집행부 임원들과 함께 한 자리가 있었는데 그때 의협회장에 출마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때 도움을 주면 나갈 수도 있다는 정도로 이야기 한 적은 있습니다.

장영식 기자: 전문과 이야기 잠깐 해보죠. 지난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불법 낙태 관련 토론회에 직접 참석했죠?

김숙희 회장: 낙태와 관련해선 환자를 보면서 직접 겪은 게 많아요. 우리나라는 산전진찰로 기형아를 미리 알 수 있는데 기형아 검사는 보험이 됩니다. 그런데 중증 기형이 발견되도 낙태 수술은 불법이라서 하지 못해요.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요? 또, 생존 가능성이 없는 아기도 낙태를 못해서 낳아야 하는데 이건 너무 잔인해요. 산전 진찰을 못하게 하든가, 의사가 말하지 못하게 하든가 해야해요. 물론 생명 존중 차원에서 그 아이들도 태어날 권리가 있지만 한번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장영식 기자: 낙태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김숙희 회장: 미성년자가 임신해도 낳아야 하고, 성폭행을 당해서 임신해도 낳아야 합니다. 어떤 환자는 결혼날짜를 잡아 놨는데, 회식자리에서 술취한 상사에게 성폭행을 당해 임신을 했어요. 아이를 낳으라고 해야 하나요? 여러 가지 상황이 있을 때 고려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해요. 먼저, 수술하기 전에 상담하는 제도가 있어야 하고요. 외국에는 사전 상담제도를 운영하는 나라가 많아요. 또, 미혼모가 아이를 낳아도 키울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고, 중증 기형아는 경제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사회적 편견이 없어야 해요. 성숙한 사회가 돼야 합니다.

장영식 기자: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두개로 쪼개진 후 내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최선의 해결방법은 무엇일까요?

김숙희 회장: 양쪽 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회원의 민의를 물어서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회에서 마련한 중재안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방해하는 건 회원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전체 회원 투표를 해서 결정을 해야 합니다. 양쪽 다 열린 마음으로 했으면 좋겠어요.

장영식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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