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의 판피린 라디오 광고가 국민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의료계의 문제제기에 제약사가 즉각 수정조치로 응답해 눈길을 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이하 소청과의사회, 회장 임현택)는 지난 17일 동아제약에 보낸 공문을 통해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했고, 동아제약 측은 18일 광고를 즉각 수정했다고 답변해왔다.

동아제약은 연초부터 ‘우리동네에는 오래된 약국이 있습니다. 요 녀석 또 이불차고 잤구나, 엄마가 빨리 약국갔다 올게. 아이고, 시험이라면서 감기가. 이따가 약국 꼭 들르자. 콜록. 감기 초기엔 잘 먹어야 한다고 아까 약국 선생님이 그러셨지. 세 숟갈만 더먹자. 우리동네 건강은 약국에 있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판피린, 동아제약’라는 멘트로 판피린 라디오 광고를 진행해 왔다.

이에 대해 소청과의사회는 지난 17일 동아제약에 공문을 보내 “판피린은 성인에게 쓰이는 감기약으로서, 약 설명서에는 소아 용량이 명시되지 않아 약국에서 소아에게 함부로 팔면 안되는 약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 광고는 소아가 아플 때는 약국에서 약사와 상담하라고 하면서 판피린을 광고하고 있어 마치 소아가 아프면 약국에서 판피린을 사먹으면 된다는 식으로 인식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소청과의사회는 “판피린을 소아에게 복용시킬 정도로 소아가 아픈 경우에는 반드시 의사의 진료로 환자의 상태를 살핀후 신중한 처방에 의해서 적절한 약의 선택에 의해 투약이 결정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광고는 그 기본을 허무는 짓을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광고가 국민에게 주는 메시지는 ‘아이가 아프면 우리동네 건강을 지키는 약국에서 약사가 권하는 약을 먹으면 건강해 진다’는 것인데, 이는 의료의 전문가인 의사가 환자를 진찰 처방하고 약사직능은 복약지도와 안전한 조제를 해야 한다는 의약분업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다.”라며, “국내 유수의 제약사에서 국민을 오도하고 국민건강에 위해의 발생소지가 다분한 광고를 버젓이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납득이 가게 충분히 해명해 달라.”고 촉구했다.

동아제약이 소청과의사회에 보낸 공문
동아제약이 소청과의사회에 보낸 공문

이후 동아제약 측은 하루 뒤인 18일 오전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에게 충남지사장과 직원들을 보내 잘못된 광고에 대해 사과하고, 같은 날 오후 대표이사 명의의 공문을 통해 광고를 즉각 수정해 방송 중이라고 답변해 왔다.

동아제약은 “지난 2013년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사업을 분리해 전문의약품은 동아에스티라는 회사명으로, 일반의약품은 동아제약이라는 회사명으로 별도 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다.”라며, “이번 판피린 라디오 광고의 기획배경에는 제품광고 뿐만 아니라 침체돼 있는 일반의약품 시장을 활성화 해보자는 취지도 담겨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모든 일반의약품 광고는 법적구속력을 갖춘 ‘의약품광고심의위원회’의 사전 심의과정을 거쳐 필증을 받아 집행되고 있으며, 심의위원으로는 각계를 대표해 소비자단체, 변호사, 학계, 제약회사, 그리고 대한약사회와 대한의사협회에서도 한 명씩 참석해 문제가 있는 광고는 수정 혹은 불가 판정을 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광고가 심의 통과된 데에는 ‘우리동네 건강은 약국에 있습니다’라는 표현이 ‘약국에만 있다’는 배타적 표현이 아니고, 앞부분의 크리에이티브도 친숙한 약국으로 보여주는 감성적 접근일 뿐 제품과 연결되는 카피가 아니라는 판단에서 통과 됐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아제약은 소청과의사회의 우려를 듣고 이번 광고가 일말이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국민건강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중지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 18일 오후부터는 다른 소재로 교체해 집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동아제약은 “이번 광고에 대한 소중한 의견과 함께 국민건강을 위해 항상 힘써주시는 소청과의사회에 감사드리며, 당사도 국민건강을 위해 힘쓸 것을 약속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판피린 라디오 광고는 지난 18일 오후부터 ‘훌쩍~ 에취~ 들리세요? 감기 오는 소리. 감기, 이제 오자마자 잡으세요. 증상은 달라도 초기 감기에는 판피린. (감기 조심하세요~)두통에도 좋습니다. 약국에서 판피린. 동아제약’으로 문구가 수정돼 방송 중이다.

임현택 회장은 지난 1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평소 오전에 라디오를 듣지 않아서 이런 광고가 나오는지 몰랐는데, 매우 많은 의사들이 문제제기를 해왔다.”라며, “인터넷에서 겨우 찾아서 들어보니 말도 안되는 내용이더라. 바로 잡아야겠다고 생각해 조치를 취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임현택 회장
임현택 회장

임 회장은 “공문을 보낸 다음날 오전 동아제약 충남지사장이 찾아와 동아제약은 비처방약을 맡고, 동아에스티가 처방약을 맡게 됐는데 양 쪽 관계자들 소통이 제대로 안 돼서 그랬던 것 같다면서, 의도는 아니었는데 생각해보니 오해를 불러 올 수 있을 것 같아 즉각 조치하겠다고 하더라.”면서, “오후에는 사장 명의로 해명공문이 왔길래 회원들에게 알리고 끝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약품광고심의위원회에 의사협회가 들어가는지는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의협 측 위원이 있는데 이런 광고가 어떻게 통과가 됐는지 의문이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의사들은 “의약품광고심의위원회에 참석한 의사협회 심의위원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미 이전 광고를 듣고 판피린을 사먹은 소아는 어떡하나. 동아제약은 사과와 정정광고도 해야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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