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의료계의 눈길을 끈 단체를 꼽으라면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를 빼놓을 수 없고 그 중심에는 임현택 회장이 있다. 임현택 회장은 지난해 2월 소청과의사회 첫 직선제회장에 당선된 뒤 3월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약 10개월 동안 임 회장은 현지조사를 받는 회원의 병원 10여곳을 직접 찾아가는 등 현장을 누볐다. 전문가의 말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끊임없이 외치는 그를 만나 봤다.

장영식 기자: 안녕하세요, 회장님?

임현택 회장: 반갑습니다.

장영식 기자: 지난해 정말 바쁘게 보냈죠?

임현택 회장: 네, 현안이 많아 정말 바빴어요. 몸이 워낙 건강해서 체력적으로 자신이 있었는데 지난해는 몇 차례 쓰러진 적도 있습니다.

장영식 기자: 그렇군요. 지난 2월 소아청소년과의사회 첫 직선회장에 당선됐습니다. 일부에서 준비된 회장은 아니라는 평가가 있더군요. 출마를 결심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임현택 회장: 10여 년 전 영유아 건강검진과 소아독감 국가예방접종사업(NIP)이 도입될 때부터 현안에 관여해 왔습니다. 평회원이었지만 소청과 홈페이지인 페드넷에 글을 올려 문제점을 공유하기도 했고요. 제 기억으로는 당시 그 글이 페드넷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장영식 기자: 그렇군요. 하지만 소청과회장으로 활약하기 전까지는 많은 분들에게 알려지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임현택 회장: 지난 2014년 의사협회 대의원회에서 노환규 회장을 몰아냈을 때도 페드넷에 글을 올려 일잘하는 의협회장을 몰아내는게 과연 타당하느냐고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과연 이게 전체 의사들이 바라는 일인가? 회원들이 생각하기에 타당한 일인가 따졌죠. 굳이 말하자면 시골에서 글을 읽던 의사가 맞습니다만, 10여년 전부터 의료제도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장영식 기자: 회장님이 당선된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임현택 회장: 최근 의료계가 굉장히 어려워졌습니다. 후배들을 위해 의료계의 틀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죠.

장영식 기자: 젊은 의사들의 지지가 많았다고 봐야 하나요?

임현택 회장: 미소모(미래를 생각하는 소청과 의사들의 모임) 활동을 통해 기존 집행부가 하지 못한 일을 많이 했습니다. 예를 들어 메르스 사태 때 가장 먼저 복지부장관은 의료인이 아니라고 지적한 게 우리였어요. 연금 전문가가 바이러스 감염 사태를 막을 수 있겠느냐고 지적한 거죠. 당시 복지부장관을 임상의사로 바꾸고, 보건과 복지를 분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장영식 기자: 어떤 방식으로 목소리를 높였나요?

임현택 회장: 온라인 서명을 통해 회원과 국민의 서명을 받아서 청와대와 국회에 보냈습니다. 당시 일주일 동안 모인 서명이 3,000장이었습니다. 일일이 출력해서 문정림 의원실을 직접 찾아갔습니다.

장영식 기자: 평회원이었을 때도 행동에 나섰군요?

임현택 회장: 우리보다 늦게 의협도 서명을 받았는데 호응이 없었어요. 정보통신이사가 도움을 요청하길래 페드넷에 올리는 등 협조했어요. 곧 활성화되더군요.

장영식 기자: 형님보다 나은 아우네요?

임현택 회장: 의협은 우리보다 시작이 한 달 반 늦었습니다. 모든 사회이슈에는 적절한 시간이 있습니다. 국면이 지나가버리면 소용없어요. 바른 목소리를 적절한 시기에 내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결국 장관이 의사로 바뀌었죠.

장영식 기자: 정진엽 복지부장관은 의사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잖아요?

임현택 회장: 의사가 복지부장관을 맡아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현장상황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이기 때문입니다. 정진엽 장관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현장 전문가가 보건행정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영식 기자: 지난 7월 비뇨기과 의사가 현지실사를 받은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때 복지부 세종청사까지 가서 1인 시위를 했었죠?

임현택 회장: 맞아요. 8월 3일에 강압적인 현지조사로 인해 자살한 비뇨기과 의사에 대한 사과를 촉구하기 위해 세종청사로 갔죠.

장영식 기자: 자살한 의사가 타 과라는 점에서 의외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1인 시위를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임현택 회장: 여름휴가를 다녀왔는데 언론보도를 보니 대응이 너무 잘못됐더라고요. 추무진 의협회장은 심평원 부장과 만난 후 다시 심평원장을 만났어요. 일은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화가 나서 소청과 임원들과 상의해서 1인 시위를 결정했죠.

장영식 기자: 회장님이 만약 의협회장이었다면 어떻게 대응했을까요?

임현택 회장: 내가 책임질 테니 현지조사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기 전까지는 현지조사를 거부해 달라고 회원들에게 호소했을 겁니다. 내가 감옥가고, 내가 책임지겠다고 나서면 회원들도 따라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실적인 개선책을 찾기 위해 복지부장관과 면담을 추진해야죠.

장영식 기자: 현지조사 문제는 심평원장이 아니라 복지부장관을 만나서 해결해야 한다는 말이죠?

임현택 회장: 현지확인은 지역심평원이나 공단이 나오는 것이고, 현지조사는 복지부가 주체입니다. 현지조사 명령서에도 장관 직인이 찍혀 있고, 복지부 5급 사무관이 책임자입니다. 심평원과 공단 직원이 같이 나오기는 하는데 지원 자격으로 나오는 겁니다. 추 회장이 현지확인제도 절차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를 하고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장영식 기자: 이야기가 나온 김에 현지조사제도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네요.

임현택 회장: 현지조사제도가 의사를 범죄자로 취급하고 처벌을 목적으로 쓰이는 나라는 없습니다. 의사를 큰 죄를 지은 범죄자마냥 몰아붙이니 정신적인 압박에 시달려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상황까지 일어나는 겁니다. 현지조사는 의사를 처벌하기 위해 실시하는게 아니라, 의사가 환자를 잘 치료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방향으로 가야합니다.

장영식 기자: 회원들이 현지조사를 받는 현장을 직접 찾아다녔다면서요?

임현택 회장: 지난 10개월 동안 현지조사와 현지확인 현장을 직접 방문했습니다. 현장에서 보니 복지부 현지조사, 심평원과 공단의 현지확인이 얼마나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알겠더군요. 게다가 인권유린도 다반사였습니다. 심지어 자신들이 복지부 지침이라고 만든 매뉴얼조차 모르는 황당한 사례도 봤습니다.

장영식 기자: 현장에서 목격한 문제점을 들려주세요.

임현택 회장: 조사자가 자신의 신분과 지위를 명확하게 설명해야 하는데 생략하더군요. 조사를 받는 의사에게는 조사를 거부할 권리를 알려줘야 하는데 역시 설명하지 않았고요.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었어요. 현지조사와 현지확인은 행정조사기본법에 의해 이뤄지는 행정행위인데 매뉴얼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인권유린도 다반사였고, 심지어는 자신들이 만든 지침조차 모르는 황당한 사례도 있었죠.

장영식 기자: 그렇군요.

임현택 회장: 특히, 처벌 목적으로 갑자기 방문해 자료를 요구하는데 당황하지 않는 의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장영식 기자: 현지조사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요?

임현택 회장: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진료비를 깎으라고 만든 기관이 아닙니다. 의사가 환자를 잘 치료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의사를 범죄자 취급하지 말고 무엇이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고민해야 해요 현지조사와 현지확인제도는 반드시 체계적으로 다시 설계해야 합니다.

장영식 기자: 소청과 현안이라면 달빛어린이병원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최근 복지부는 올해 1월부터 기존 11곳에서 7곳을 늘려 18곳의 달빛어린이병원을 운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재 상황에 대해 말해 주세요.

임현택 회장: 지금은 복지부와 대화가 단절된 상태입니다. 지난해 복지부 공공의료정책관과 응급의료과장, 실무자 등을 부회장과 함께 딱 한번 만났습니다. 우리는 소청과의사회가 방해를 해서 안굴러가는게 아니라 제도 설계자체가 잘못돼 있어서 안굴러가는 것이라고 지적했어요. 야간시간대에 어린이들이 제대로 된 소청과 전문의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원점에서 다시 협의하자고 제안했죠.

장영식 기자: 복지부의 답변은요?

임현택 회장: 검토해보겠다고 하더니 얼마 후 일방적으로 통보를 하더군요. 달빛 제도를 보조금을 주는 형식이 아니라 내년부터는 보험예산에서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말이죠. 건정심에 올려서 일부 병원에 대해 특혜를 주겠다는 계획이었는데 의견을 묻는 게 아니라 통보였어요.

장영식 기자: 통보 전까지 의견조회는 없었나요?

임현택 회장: 없었습니다. 이렇게 하기로 결정했다고 통보하고 간담회에 나와 달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 자리에 KBS 등 공중를 포함한 언론과 관변 시민단체 대표를 불렀더군요. 야간에 어린이들이 아파도 갈 곳이 없는데 소청과가 거부해서 사업이 안되는 거라고 희생양 만들려고 나오라고 한 거죠. 이것이 복지부가 의사단체를 다루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우린 거부했어요. 이후 장관면담을 요청했는데 의견수렴을 했다는 말만 되풀이 했습니다.

장영식 기자: 달빛어린이병원의 문제점을 지적해 주세요.

임현택 회장: 달빛 사업은 근본적인 설계 문제로 그냥 둬도 스스로 무너질 겁니다. 실제로 지금 무너지는 상황이고요. 예를 들어 이번에 늘린 달빛병원 7곳 조차도 문제가 있어요. 대구 모 병원은 전화를 하면 언제까지 오셔야 한다고 안내하면서 접수를 끝냅니다. 토요일엔 4시에 끝난다고 빨리오라고 안내하는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이렇게 운영하면 의미가 없어요. 그래서 눈 먼 돈 빼먹기 사업이라는 말을 하는 겁니다.

장영식 기자: 복지부는 문제점을 모를까요? 달빛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데요?

임현택 회장: 복지부가 얼마나 자신이 없으면 달빛병원 추가 소식을 종무식하는 금요일 오후에 보도자료를 만들어서 배포했겠습니까? 늘었다는 7개 병원을 보죠. 복지부는 소화아동병원이 추가됐다고 안내했는데, 이 병원은 원래 야간 운영을 하던 병원입니다. 달빛병원 보조금을 주지 않아도 운영하는 병원이라는 거죠.

장영식 기자: 그렇군요.

임현택 회장: 복지부가 10월말에 보도자료를 배포할 때는 30곳으로 확대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한참 못미쳤죠. 운영 병원이 절반 수준에 그쳤어요. 국가예산이 막대하게 투입됐는데 제도 시행 전후 차이가 없다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

장영식 기자: 보통은 정부기관이 예고한대로 진행되는데 달빛병원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임현택 회장: 청주에 있는 모 의원은 소청과 의사가 없는 곳인데도 허가가 났어요. 이 의원은 달빛 보조금을 받기 전에도 20여년 동안 24시간 운영해 왔어요. 또 경기도에 있는 모 의원도 달빛 참여 전후 진료시간이 동일합니다.

장영식 기자: 달빛병원은 소청과 의사가 근무해야 제도 취지에 맞죠.

임현택 회장: 요일제로 하겠다고 지정받은 삼육서울병원은 최근 소청과 의사가 그만뒀습니다. 소아과 전문의가 3명이었는데 한 분이 의논도 하지 않고 달빛병원을 신청했고, 이에 격분한 다른 의사가 말도 안되는 업무부담을 떠안을 수 없다며 그만 둔 겁니다. 이 소식은 본인이 직접 페드넷에 그만둔다는 글을 올려서 알려졌죠.

장영식 기자: 현장 분위기가 심각하군요.

임현택 회장: 시흥의 모 병원의 경우, 참여신청을 했다가 시작하기 전 그만 둔다고 복지부에 취소요청을 했는데, 18개 병원에 포함됐습니다. 복지부가 거짓 보도자료를 낸 거죠.

장영식 기자: 엉망이네요.

임현택 회장: 자신들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그렇게 발표한 겁니다. 지난해 9월경 감사원에 감사를 넣으려다가 바빠서 미뤄왔는데 1월 중 감사를 넣을 겁니다. 국민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죠.

장영식 기자: 달빛병원 이야기가 나왔으니 지난해 11월에 공정위 조사관들이 소청과 사무국을 방문한 건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시죠.

임현택 회장: 현재 조사중이고 결론은 아직 나지 않았습니다. 조사가 마무리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다리는 단계입니다. 사업자단체 방해가 아니라 국가 예산을 엉뚱하게 낭비한 사업에 대해 조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공정위가 기관 명칭에 합당하게 공정한 결론을 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장영식 기자: 달빛사업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임현택 회장: 그동안 현장상황을 무시하고 책상머리에서 정책을 만들어서 실패한 사례가 많았어요. 응당법(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의 경우, 초기에 위반하면 강하게 처벌한다던 복지부가 의사들 주장대로 현장이 잘 돌아가지 않자 처벌수위를 스스로 낮췄죠. 현재 달빛병원도 동일한 과정을 걷고 있습니다. 문제는 정책실패를 한 공무원이 그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겁니다. 책임지는 풍토를 만드는 것이 시급합니다.

장영식 기자: 지난해 돔페리돈 논란이 상당한 이목을 끌었습니다. 전혜숙 의원이 돔페리돈 처방에 대해 지적했을 때 소청과에서 반발하면서 확대됐죠? 돔페리돈은 어떤 약인가요?

임현택 회장: 돔페리돈은 젖양을 늘리는 용도로 많이 쓰이는 약입니다. 영국 유니세프 사이트에 굉장히 효과적이고, 부작용도 거의 없다고 소개돼 있어요. 전 의원이 자기 치적을 위해 문제 삼은 겁니다.

장영식 기자: 당시 상황을 설명해 주세요.

임현택 회장: 전혜숙 의원은 식약처 보도자료를 보고 산모와 모유수유모에게 돔페리돈 7만 8,361건의 처방이 이뤄졌다고 생각하던데 잘못된 수치죠. 현장을 몰라서 착각한 겁니다. 확인해 보니 2015년 3월부터 종별에 관계없이 모든 산부인과에서 처방한 숫자를 더했더군요. 산부인과에서 진료하는 부인암환자도 항암치료를 하면 구역질이 심해서 돔페리돈을 줍니다. 효과가 좋고 특별한 부작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을 포함해서 7만 8,361건이라고 한거죠. 심지어 돔페리돈을 남자에게 준 사례도 있다더군요. 산부인과의사회를 통해서 남자에게 처방한 건을 확인했는데 심평원은 이를 확인해 주지 않았어요.

장영식 기자: 확인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임현택 회장: 국회의원의 갑질이 신경쓰였나 보죠. 그래서 전혜숙 의원에게 사실확인을 여러 번 요청했는데 역시 답을 피하더군요. 전문가가 문제를 지적했는데 특권에 기대어 이를 무시했죠. 국민의 대표가 그래선 안되잖아요?

장영식 기자: 전혜숙 의원을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검찰에 고소했죠?

임현택 회장: 전 의원은 국회정론관에서 면책 특권에 기대어 임현택과 일부 추종자들이라며 문제를 제기한 우리를 수차례 공격했어요. 그런 행동은 옳지 않아요. 예전부터 이런 일이 반복돼 왔어요. 잘못된 사실로 전문가를 비난하는 국정감사가 수 십 년간 개선되지 않고 계속돼 왔습니다. 이 시점에서 분명하게 짚고 가야겠다고 생각해서 고소한 겁니다.

장영식 기자: 현재 상황은요?

임현택 회장: 고소인 조사는 끝났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전 의원이 면책특권에 기대고 있다는 겁니다. 면책 특권은 국회의원이 외부의 부당한 정치적 압력을 받지 말고 국민을 위해서 쓰라는 방패입니다. 의료에 무지한 국회의원이 의료분야의 전문가인 의사를 대상으로 무한정 갑질하라고 만든 게 아닙니다. 면책특권을 포기하고 스스로 검찰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영식 기자: 전 의원의 비리를 제보받겠다며 신고센터를 운영하며 포상금까지 내걸었는데, 성과는 있었나요? 당시 포상금 제보에 대해 비판도 있었는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임현택 회장: 의협 대변인이 소청과의사회장이 국회의원을 공격해서 대국회 업무가 안 된다고 이야기 했더군요. 그런 인식이라면 그 자리를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신고센터를 통해 선거법 위반 제보가 들어오는 등 굉장히 효과적이었어요. 전혜숙 의원이 심리적으로 힘들어 한다고 전해들었습니다. 또, 다른 의원의 비리도 제보가 들어왔어요. 현재 사실관계를 확인중입니다.

장영식 기자: 신고센터는 한시적으로 운영되나요?

임현택 회장: 신고센터를 더 확대하고 상시기구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포상금도 1억원으로 늘릴 생각이고요. 국내 정치 풍토를 근본적으로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장영식 기자: 화재를 돌려 보죠. 지난해 영유아 검진 지정기관 반납을 주도했는데 배경을 설명해 주세요.

임현택 회장: 영유아 검진은 설계가 잘못됐어요. 복지부와 2차 간담회 때 이 제도를 설계한 학회 교수들로부터 이야기를 직접 들었습니다. 학회 교수는 우리가 이렇게 설계한 사업이 아니라면서 문제점을 수도없이 지적했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정부는 의사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최대한 많은 내용을 포함해 달라고 주문했답니다. 예산은 늘리지 않고 말이죠. 그래서 이상한 제도가 만들어진 것이죠.

장영식 기자: 문제점을 지적해 주시죠.

임현택 회장: 영유아 검진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게 문제입니다. 아이가 안과적으로 백내장인지, 사시가 있는지, 정형외과 적으로 고관절 탈구가 있는지, 정신지체가 있는지, 발달장애가 있는지, 비뇨기과 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등을 하루에 한정된 시간 내에 모두 보라고 하는데 불가능합니다. 복지부는 처음 도입할 때 성인 검진과의 형평성을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영유아 검진은 성인 검진과 다르거든요? 성인 검진과는 비교도 안되게 힘듭니다.

장영식 기자: 복지부가 영유아 검진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았군요.

임현택 회장: 복지부 관계자가 처음에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했어요. 영유아 검진은 현장에서 보고 나서 이야기해야 합니다. 부당하다고 지적하면 확인해보고 다시 이야기해야 하는데 성인검증은 가능한데 왜 안되느냐는 태도로 일관했어요.

장영식 기자: 초기에 잘못 설계된 영유아 검진을 바로잡기 위해 지정기관 반납에 나선 거군요?

임현택 회장: 그렇죠. 상반기부터 건보공단에 체계적으로 이야기 했어요. 공단이 6개월 가까이 연구용역을 한 후에 우리 주장에 동의하고 복지부에 제도개선을 요청했는데 일언지하게 거부당했어요. 지금 제도는 의사도 불만이고, 엄마도 불만인 사업이니 아이를 키우는데 도움되는 검사로 바꿔보자고 제안했는데 공단은 동의했지만 복지부는 거부한 것이죠. 어느날 갑자기 수가를 안올려줘서 지정기관 반납 사태가 일어난 것이 아닙니다. 

장영식 기자: 회원들도 많이 동의한 것으로 압니다.

임현택 회장: 회원들에게 영유아 검진제도가 문제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번 기회에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더니 힘을 보태주더군요. 집행부가 이뻐서가 아니라 10여년 동안 부당하다고 생각해 왔기에 회원들이 따라온 겁니다.

장영식 기자: 지난해 말에 복지부와의 협의 후 영유아 검진 지정기관 반납을 철회했죠? 복지부와 무엇을 협의했나요?

임현택 회장: 복지부와 소아과학회, 소청과의사회가 제도 틀 자체를 바꾸기 위한 협의를 해나가기로 했어요. 협의회를 구성했고 연구용역을 진행한 후 평가해서 의사도 만족하고 아이 부모도 만족하는 제도를 만들어보기로 한거죠.

장영식 기자: 민감한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일각에서 내년에 의협회장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요.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힐 수 있나요?

임현택 회장: 의협회장에 도전하겠다고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런데 꾸준히 이야기가 나오는 건 알고 있어요. 처음에 소청과의사회를 맡았을 때는 경험이 없어서 어떻게 의사회를 꾸려갈 지 걱정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지난해 3월과 경험치가 다릅니다. 지난해 의협보다도 소청과의사회가 더 많은 일을 했다고 생각해요. 만약 의협 일을 맡게 된다면 소청과를 처음 맡았을 때보다 부담을 갖지 않고 잘할 자신이 있습니다.

장영식 기자: 출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 되나요?

임현택 회장: 의사회원들이 제가 의협회장으로 나서기를 원한다면 고사할 생각은 없습니다.

장영식 기자: 알겠습니다. 일단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정리하죠. 올해 회무 추진 방향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임현택 회장: 회무의 가장 큰 목표는 의료전문가로서 인정받는 것입니다. 이는 소아건강 분야뿐만 아니라 사회 이슈에서도 인정받는 것을 의미해요. 한 예로 지난해 다른 나라에서 이케아서랍장이 넘어져서 아이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어요. 미국, 캐나다 등 다른 나라 이케아는 리콜을 결정했는데 한국이케아는 리콜을 하지 않았죠. 우리가 국회의장에게 부당하다고 서안도 보내고 PD 수첩과 인터뷰도 하면서 적극 나섰고 결국 리콜이 이뤄졌습니다. 사실 보건의료 문제는 근본적으로 사회시스템과 정치시스템의 문제인 경우가 많아요. 의사들이 사회시스템을 바꿀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통해 영역을 넓혀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영식 기자: 의협 집행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임현택 회장: 대다수 의사회원들이 바라는 의협회장은 메르스 사태때 연금전문가인 복지부장관 뒤에 병풍처럼 서서 장관의 지시를 받는 사람이 아닐 겁니다. 그리고 메르스 사태 때 삼성병원 의사가 문제가 됐을 때 앞장서서 사과하는 사람도 아닐 겁니다. 또, 비뇨기과 의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때 심평원 부장이나 상대하는 사람을 원하는 것도 아닌 겁니다. 그동안 회원들은 추무진 회장에게 충분히 기회를 줬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능력의 한계를 깨닫고 내려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영식 기자: 소청과의사회의 회무 스타일에 대해 소개한다면요?

임현택 회장: 기존 방식대로 일하지 않는다고 할까요? 우리가 기존 의사들의 반응과 정반대로 나오니까 복지부도 국회도 당황합니다. 공정위가 사무국으로 조사나온지 하루 만에 공세적으로 기자회견을 했지 않습니까? 우리는 기존방식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일합니다. 성과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해요. 민원을 넣을 때도 분명하게 목소리를 냅니다. ‘당신 똑바로 한거야? 규정과 규칙, 원칙을 지킨거야?’라고 따지죠. 무턱대도 목소리만 큰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충분히 공부하고 연구하고 싸움을 하니까요. 다른 의사단체들도 적극적으로 따져야 합니다.

장영식 기자: 소아과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임현택 회장: 1년 동안 소청과의사회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지지해줬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더 큰 일을 할 수 있도록 회원 분들이 지지해 주길 바랍니다.

장영식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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