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도 재활병원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돼 논란이 일고 있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실은 한의사에게 재활병원 개설권을 주는 것은 현행법에 따른 당연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일 병원급 의료기관의 종류에 재활병원을 신설하고, 의사 뿐 아니라 한의사도 재활병원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에서는 병원급 의료기관의 종류를 병원, 치과병원, 한방병원, 요양병원, 종합병원으로만 구분하고 있어 재활병원은 요양병원에 포함되거나 일반병원으로 분류돼 재활의료의 특수성과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인 법률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남 의원은 “병원급 의료기관의 종류에 재활병원을 신설하고, 현재 요양병원으로 분류되고 있는 ‘장애인복지법’ 상 의료재활시설인 의료기관을 재활병원에 포함시켜 보다 체계적으로 재활병원을 관리하는 한편, 의사, 한의사가 재활병원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해 환자들의 의료기관 선택권을 보장하고 보다 양질의 재활의료서비스를 제공받도록 하려는 것이다.”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이미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7월 22일 병원급 의료기관 종류에 재활병원을 신설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지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한의사의 개설권 문제를 두고 공방을 벌이다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별도의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이와 관련, 남인순 의원실은 당시 법안소위에서 한의사 개설권은 원안에 없는 내용이니 별도의 법안을 발의하라는 의견이 나와 개정안을 발의하게 된 것이라며, 한의사도 재활병원 개설주체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인순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5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법안심사 당시 전문위원 의견대로 양승조 의원안을 수정해 갈 것을 요구했는데, 법안을 가지고 오라고 요구한 의원이 있었다.”라며, “많은 의원이 한의사를 포함해서 가자고 했고, 전문위원도 현재도 한의사가 요양병원을 개설할 수 있으니 재활병원 개설주체에서 빼 버리면 현재 하고 있는 사람을 못하게 하는 게 되기 때문에 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서는 다수가 반발했다고 하는데, 소수가 반발한 것이다. 한의사를 넣어서 처리하자고 했더니 원안에는 없으니 내던가 하라고 해서 논의가 중단돼 이번에 다시 발의한 것이다.”라며, “사실 당시에 수정안대로 갔더라면 법을 낼 것까지는 없었다고 보는데, 묘한 감정이 있다. 이렇게까지 온 것이 좀 그렇다.”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현행법에 있는 공통분모를 인정하지 않고 한의사가 재활병원을 못하게 하는 것은 전문위원 검토의견처럼 문제가 있다. 현실적으로 현재도 활용하고 있는 것을 못하게 하는 것은 안된다는 것이 기본입장이다.”라며, “새로운 걸 추가하는 것도 아니고, 있는 걸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한의사를 제외하는 것은 또 다른 규제이자 차별 같다. 특혜가 아니라 현행법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가자는 것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19대 국회 당시 새누리당 문정림 전 의원이 법을 발의할 때와 양승조 위원장이 20대 국회에서 발의할 때 법제실에서 현행법에 따라 한의사도 같이 해야 한다는 의견을 줬다고 하더라.”면서, “그런데 모두 법제실 의견을 듣지 않고 한의사를 빼고 냈다더라. 법제실에서 당연히 그건 같이 가야 하는건데, 왜 자꾸 빼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향후 이 법안은 양승조 의원안과 병합심사될 것이다. 양승조 의원실에서도 한의사 개설권 문제로 법안 논의가 중단됐던 만큼, 그런 차원의 법안을 누가 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었다.”라고 덧붙였다.

의료계는 한의사를 재활병원 개설주체에 포함시키는 것은 의학적으로는 맞지 않다면서도, 국민과 환자 입장을 생각하면 재활병원이 신설되는 것이 일단 중요하기 때문에 국회 논의과정을 따르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우봉식 대한재활병원협회장은 지난 5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환자와 국민의 입장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의사와 한의사가 업권 싸움을 하면 밥그릇 싸움처럼 보일 것이다.”라며,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왜 재활병원 신설을 요구하게 됐고, 재활병원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가를 이해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우 회장은 또, “개설권과 진료권은 법으로 구분이 돼 있으며 전혀 다른 문제다.”라며, “개설권을 줬다고 해서 진료를 바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진료영역을 허물려면 여러 법을 고쳐야 한다. 개설권 하나 하기도 이렇게 힘든데 그게 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일본이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그렇지 않은 것처럼, 재활도 마찬가지다. 한의사가 들어오건 말건 재활병원은 재활의학과 의사의 영역이다.”라며, “일단 가장 중요한 건 국민과 환자이니, 그 입장에서 방안을 찾아줬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우 회장은 “사실 재활의학과 전문의 입장에선 의학적으로는 한의사를 포함하지 않는 것이 맞지만, 법적으로는 포함해야 한다면 의학적인 것과 제도적인 것을 지혜롭게 논의하고 결정해 한의사가 포함되건 안되건 법이 통과돼 재활병원이 생기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우 회장은 지난해 11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재활병원의 개설자를 의사와 한의사가 공히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법리적으로는 타당성이 있을 수 있으나, 의학적 관점에서 볼 때는 그렇지 않다.”라며, “재활병원은 급성기 치료가 끝난 직후 의학적으로 다소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치료해 조기에 가정과 사회복귀를 시키는 것을 목표로 집중 재활의료를 수행하는 의료기관 역할을 해야 하지만, 한의사가 대표자로 개설할 경우 위급한 상황에서 환자의 캐어나 의학적 판단을 함에 있어서 전문성이 떨어져 환자에게는 상당한 위험성이 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우 회장은 당시 “한의사들은 요양병원이나 한방병원, 또는 일반병원의 한방재활의학과에서 진료를 하면 된다. 개설권을 제한한다고 해서 진료까지 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2일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전문위원은 병원급 의료기관에 재활병원을 추가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판단하면서도, 한의사에게도 재활병원 개설을 허용할 것인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 단체 의견수렴 과정에서 한의사협회가 “재활병원의 개설조건을 의사로만 제한하고 있는데, 한의학에 이미 재활전문과목인 ‘한방재활의학과’가 있고, 환자의 만족도가 높아 한의사 재활병원 개설 제한은 국민의 접근성을 차단할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더민주 권미혁 의원은 “재활병원이 점점 필요해지는 추세인데다 한의사들이 차별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데 간단히 통과시킬 수 없다.”라고 했고, 같은 당 남인순 의원도 “의사가 개설할 수 있는 병원 종류에 재활병원을 넣으려면 한의사도 넣는게 맞지 않느냐. 이미 요양병원의 25%는 한의사가 하고 있다.”라며, “법안을 발의한 양승조 의원이 이 부분을 못 봤나 하는 생각도 든다. 다시 정리해서 보완하는 방안으로 가야지, 이 상태로 통과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새누리 송석준 의원 역시 “(한의사를 제외하는 것은) 업역간 갈등요소가 있다. 한의협 의견도 분명히 제시된 만큼 부대의견 등 어떤 식으로든 무시하고 넘어간게 아니라 배려했다는 조건부로 가야지, 어리버리 넘어가버리면 나중에 갈등만 유발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일부 여야 위원은 한의협의 손을 들어줬지만, 보건복지부와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은 당초 개정안에 들어있지도 않은 조항이라며 반발했다.

방문규 차관은 “전문위원이 말한 한의사의 재활병원 개설허용 여부는 법안 논의 직전에 불거진 문제라 충분히 검토하고 관련 단체의 의견을 들을 여유가 부족했다.”라며, “개정안이 한의사도 재활병원을 개설할 수 있다고 봤으면 논의해야 하겠지만 그런 내용은 없었고, 의료기관 종류에 재활병원을 추가하는 것만 있으니 개정안 원안대로 통과시켜달라.”고 당부했다.

김강립 정책관도 “개설권과 진료권을 구분해서 생각해 달라.”고 강조했다. 한의사가 재활병원을 설립할 수는 없지만 진료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의사 출신 박인숙 의원 역시 차별과 면허의 문제는 구분돼야 한다며, “급성과 아급성은 한의사가 아닌 재활의학의 영역이다. 한의사는 요양병원, 한방병원, 일반병원의 한방재활과 등 세 가지 통로를 통해 만성 재활의학을 하면 되는 것이지, 급성까지 하겠다는 건 말이 안된다.”라고 일침했다.

급성과 아급성의 시작은 현대의학에 기초한 것으로, 마사지나 침 치료의 수준이 아니라 많은 장비와 전문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한방이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사 차별이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박 의원은 “면허와 규제, 차별은 모두 다른 얘기다. 법무사가 차별받는게 아니라 변호사가 아니기 때문에 못하는 업무가 있는 것이고, 간호사가 수술 못하는 것과 똑같은 얘기다. 차별이나 규제가 아닌 면허의 문제다. 한의사도 하고 싶으면 면허를 따면 된다.”라고 주장하며, “이 문제는 갈등의 요소가 아닌 전문성의 영역이다. 왜 원래 개정안에는 있지도 않은 내용을 넣어서 논의를 하냐. 완전히 다른 아주 중요한 요소를 넣은 것이다. 이렇게 하면 법안소위 못한다.”라며 반발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새누리 간사인 김상훈 의원은 “재활병원을 신설하는 항목은 통과시키고 한의사 개설 문제만 보류하면 입법 안전성에 문제가 있고, 정부측 입장정리도 안 된 느낌이다.”라며, “한방 재활의학과가 신설하고자 하는 재활병원의 취지에 맞는 과목이수를 하고 있는지 등을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가 검토하도록 해서 다음에 논의하자.”라고 제안했다.

복지부는 양 단체의 의견을 수렴하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했고, 인재근 위원장은 다음에 논의하자며 마무리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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