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약 슈퍼판매 논란이 편의성과 안전성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이냐는 논쟁처럼 보이는 것은 논의 쟁점을 희석시키는 의도적인 착시현상일 뿐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대 의료정책실 권용진 교수는 7일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약 판매는 약사에게만’이라는 제목의칼럼에서 편의성과 안전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한가를 논하려면 ▲편의성이 확대되면 약의 무분별한 복용이 증가해야 한다 ▲편의성이 확대되면 복약지도를 제대로 받지 못해 약화사고 발생률이 증가해야 한다 ▲편의점이나 대형마트는 유통관리가 허술하고 차광이나 습도 유지를 할 수 없어 의약품의 변질 가능성이 높아야 한다는 전제가 성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권 교수는 무분별한 복용이 증가할 것에 대한 우려는 1인이 1회 구입량 제한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약국에서 해열제 하나를 사러 갔다가 약사가 이것저것 함께 권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때문에 전체 복용량은 줄어들 수 있으며, 필요한 사람이 적정 시기에 구입함으로써 얻는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약화사고에 대한 우려는 있을 수 있지만, 약국에서 팔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지금도 일반의약품은 약사의 동의 없이 살 수 있으며, 일반의약품 구입 때 약사들이 해주는 복약지도는 복용법 정도이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그 정도 복약지도로 약화사고가 막아진다고 볼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는 “약사들이 의약품 보관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편의점이나 대형마트는 모두 바코드를 통해 거래하고 약국은 바코드 거래를 하지 않고 있다. 누가 더 유통기한 지난 제품을 잘 골라낼 수 있을지는 상식의 문제다”며, “유통의 문제는 오히려 약국에 더 있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이어 “이 논의에서 더 심각한 오류는 약사가 안전을 지켜준다는 생각이다”면서, “국민은 해열제 부작용 정도도 인식 못하는 유치원생이 아니며, 더구나 일반의약품은 이미 그 안전이 보장돼 어느 정도 상식만 있으면 소비자가 스스로 선택해서 먹을 수 있는 약으로 구분해 놓은 것이므로 사고의 위험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그는 “편의성과 안전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며 국민 입장에서는 편의성도 좋아야 하고 반드시 안전하기도 해야 한다”며, “편의성과 안전을 저울질하도록 하는 것은 안전을 빌미로 약국의 판매독점권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약사의 전문성은 조제이지, 판매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면서, “조제는 약사만 해야 하나, 판매는 약사 아닌 사람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의미다”고 거듭 강조했다.

권 교수는 “국민의 안전을 생각하는 약사들의 마음도 이해가 되지만 시대가 변했고 국민의식도 성장한만큼 약국과 약사의 권한만을 지키려 하기보다는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데 동의하는 것이 옳다”며, “그렇게 안전이 걱정된다면 올바른 의약품 구입 방법이나 복용법 등을 교육하기 위해 나서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복지부와 한나라당도 제발 직능단체 눈치 보기에 급급해하지 말고 국민 중심의 원칙을 지키며 소신 있는 정책 추진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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