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유관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또 맞붙었다. 이번에는 건보공단이 매년 심평원에 부담하는 예산이 화두다.

공단 노동조합은 지난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심평원의 외형 확대 행보를 지적하며 ‘심평원 부담금(심사수수료를 포함한 심평원 관리운영비)’ 상승과 관련된 문제를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공단 노조는 심평원이 탄핵정국을 틈타 건강보험료를 쏟아 부으며 조직 몸통불리기에 혈안이 됐다는 원색적 비난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 심평원 부담금에 투명성이 결여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은 기관의 사업계획 및 예산은 보건복지부 심의, 이사회 의결(의약단체, 소비자단체, 건보공단 등으로 구성), 복지부장관 승인으로 확정되고 있어 절차적으로 매우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번에는 무엇이 문제일까? 공단 입장에서 단순히 사촌이 땅을 사 배가 아픈 것일까?

우선, 심평원의 상황을 보자. 현재 심평원은 전례 없는 외형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의정부와 전주에 지원이 신설됐으며, 원주 신사옥 인근에 제2사옥도 신축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인천지원 신설, 서울ㆍ광주ㆍ의정부지원 증설 등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절차의 투명성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이와 같은 심평원의 외형 확대는 관리운영비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건강보험재정 추가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특히, 그동안 심평원은 상대적으로 외형 확대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웠다. 공공기관 최대 규모의 정원, 전국적으로 6개 지역본부와 178개의 지사를 보유하고 있는 공단이라는 방패막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공단은 심평원이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책임의식이 없고, 국민의 원망과 원성에서 비껴나 있다는 불만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공단 직원들이 현장에서 민원인에게 뺨을 맞아가며 재원을 마련하고 있는 반면, 심평원은 예산을 따오려는 노력 없이 공단에서 받아가기만 하면 끝이라는 불만이다.

물론, 두 기관의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기관 간 갈등이 해소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내년은 건강보험제도 도입 40주년이 되는 해다. 두 기관이 설립된 지도 벌써 16년이 지났다. 그러나 두 기관의 관계는 제도의 성숙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제도의 발전은 공단과 심평원 두 기관의 상호 협력 속에서 가능하다. 이제는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양 기관이 제기하는 문제에 보다 귀를 기울이고 불만 해소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대규모 강성 노조를 보유하고 있는 조직을 견제하기 위해 유관기관에 힘을 실어주는 정치적 셈법이 작용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진짜로 아픈 조직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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