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에게 전문의 제도가 있다면 간호사에게는 지난 2000년 도입된 전문간호사 제도가 있다. 그러나 전문간호사의 역할에 대한 국민적 인식 부족과 보상체계가 미흡해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수가개발, 법률제정 등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전문간호사 제도가 확고하게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전문간호사란 무엇인지, 현황고 제도적 문제점, 앞으로 발전방향 등에 대해 짚어봤다.

▽전문간호사란?
간호서비스의 질적수준 향상과 의료자원 배분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도입된 전문간호사 제도는 도입 10여년이 됐으며, 매년 약 100여명에 이르는 전문간호사가 배출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전문간호사(Advanced Practice Nurse, APN)’를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전문간호사 자격을 가진 자로서 해당분야에 대한 높은 수준의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의료기관 및 지역사회 내에서 간호대상자(개인, 가족, 지역사회)에게 상급수준의 전문적 간호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의료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전문간호사 분야는 가정, 감염관리, 노인, 마취, 보건, 산업, 아동, 응급, 임상, 정신, 종양, 중환자, 호스피스 등 총 13개다. 지난 2000년 4개 ‘분야별간호사’가 ‘전문간호사’로 명칭이 개정됐으며, 2003년 6개 분야, 2006년 3개 분야가 확대돼 13개에 이르고 있다.

응시자격은 ▲전문간호사과정 수료(졸업)생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하는 교육기관에서 해당 전문간호사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 ▲외국전문간호사 자격 소지자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외국의 해당 분야 전문간호사 자격이 있는 자이다.

▽전문간호사 현황
2010년 10월 현재 전문간호사 공급 현황은 가정 6,280명, 감염관리 162명, 노인 1,291명, 마취 596명, 보건 2,052명, 산업 106명, 아동 22명, 임상 30명, 응급 157명, 정신 350명, 종양 316명, 중환자 386명, 호스피스 250명 등 총 1만 1,998명에 달한다.

앞서 전문간호사 자격취득자 추이를 살펴보면 2005년 371명, 2006년 1,124명, 2007년 590명, 2008년 938명, 2009년 445명, 2010년 366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1973년 보건, 마취, 정신 ‘분야별 간호사’가 1990년 ‘가정’ 분야별 간호사로 개정됐으며, 2000년 ‘보건, 마취, 정신, 가정’ 전문간호사로 명칭이 개정된 것이 전문간호사의 시초다. 이후 2003년 응급, 산업, 노인, 호스피스, 중환자, 감염관리가 추가됐고 2006년 아동, 임상, 종양 추가돼 현재 13개 영역에 이르고 있다.

전문간호사 교육기관 및 정원 현황을 살펴보면 2008~2011년 기간동안 교육기관수 1개 및 정원 15명이 감소했다. 정원의 변화가 분야별로 차이가 많은 것은 전문간호사에 대한 수급이 조정과정 중에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원의 변화는 현재 자격취득자 수와 관련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정원의 50% 정도를 배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전문간호사는 우선 그 역할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부족하고 전문간호행위의 임상적 성과에 대한 대우나 보상 등 사회적 보상체계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히고 있다.

2003년 전문간호사제도의 본격적인 시행으로 해마다 전문간호사의 배출이 이뤄지고 있으나 현실에서는 가시적인 수요가 없어 고급인력의 낭비가 이뤄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또, 교육제도는 어느정도 안정적으로 정착됐으나 전문간호사 활용을 위한 제도적 변화는 부족해 제도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대 간호대 김진현 교수는 전문간호사 제도 정체의 원인으로 크게 ▲사회적 수요 부족과 ▲전문간호에 대한 사회적ㆍ제도적 불인정, ▲전문간호사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보상기전 결여 ▲병원간호조직의 인사관행 등을 꼽았다.

병원은 전문간호사를 고용하는 유일한 기관인 수요독점자인데, 병원경영의 관점에서 전문간호사를 고용할 경제적 동기가 불확실하고 임상간호 현장에서도 전문간호사와 일반간호사의 기능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 전문간호행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할 뿐 아니라 건강보험에서 전문간호행위를 독립된 행위로 인정하지 않으며, 전문간호사에 대한 인력기준을 규정하는 법령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문간호행위에 대한 보험수가 및 별도의 보상체계가 없는 등 보상기전이 결여돼 있으며,전문간호사로서의 활동을 보장하는 인사제도가 미확립됐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발전방향은...
전문가들은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변화를 위한 기초연구를 선행하고,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전문간호사 역할을 법에 명시하고 보상체계를 마련하고 수가개발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대 간호대 강당에서 열린 2010 서울대 간호과학연구소 학술대회 ‘전문간호사 역할의 제도화 전략; 건강보험 급여화를 위한 접근방안’에서 남서울대 간호학과 김경숙 교수는 전문간호사 제도의 발전은 전문가적 실무제공 역할로서 전문간호행위의 개발이 선행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전문간호 분야별로 실무에서 이뤄지는 전문간호행위의 범위와 내용을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병원별로 다른 업무를 확인해 역할 확대를 모색해야 하며, 전문간호행위가 건강보험 수가항목이 되기 위해서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므로 건강보험 급여화를 염두에 두고 전문간호행위 분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용어의 정리 및 통일, 명확한 간호행위의 범위 설명, 체계적인 분류구조, 건강보험 수가항목과의 대응관계 등이 고려돼 제시돼야 하며, 이와 동시에 전문간호 수행의 결과로서 병원이나 서비스 대상자에게 어떻게 기여하는지 실증적 근거를 축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간호대 김금순 교수 ‘중환자 전문간호사의 성과 연구’ 발표를 통해 “전문인력 고용비용을 고려할 때 의사 대신 전문간호사 고용에 따른 결과로 기본적인 환자 건강상태에 차이가 없음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전문간호사의 고용이 비용효과적임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는 다른 분야보다 전문간호사의 의료비 절감을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분야이므로 이러한 성과지표들을 검증하는 연구가 필요하며, 이는 중환자전문간호사의 필요성 인식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간호대 김진현 교수는 정책대안으로 ▲의료기관 인증평가지표에 포함 ▲건강보험에서 별도행위 및 수가로 급여 인정 ▲건강보험에서 가산료의 형태로 반영 ▲의료법에서 전문간호사에 대한 법적기준 설정 등을 내놓았다.

특히 건강보험 급여화를 위해서는 건강보험 의료행위와 대응이 필요하며, 독립적 행위를 개발하는 등 전문간호행위의 정의와 분류가 이뤄져야 하며, 임상간호에서 전문간호행위가 일반간호행위와 비교할 때 환자결과를 개선한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 및 전문간호의 비용-효과성 입증 등 근거 확보(EBN)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외에도 상대가치 개발, 원가분석 등 수가(환산지수) 개발, 정책참여자와 우호적 정책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정치적 전략도 제시했다.

보건당국은 전문성을 지닌 고급인력을 배출만 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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