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8년 전국 병원에 간호ㆍ간병통합서비스 제도를 도입하겠다던 보건복지부가 로드맵을 재검토중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간호인력 확보가 어렵다는 병원계의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현실에 맞게 수정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명연 의원(새누리당)과 (사)건강복지정책연구원은 지난 8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간호ㆍ간병통합서비스 제도 성공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정형선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건강보험법 41조의 요양급여 항목에 ‘간호’만 규정돼 있어 간호업무와 간병업무의 구분이 모호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간병지원인력, 요양보호사의 역할에 혼선이 온다.”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또, 간호사의 절대적 부족 상황이 해결돼야 제도의 확대가 가능하다며, ▲간호대학 증원의 계속적 추진 ▲유휴간호사 재투입 ▲2년제, 3년제, 4년제 대학 등 간호사 인력의 다양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적재적소 활용을 통한 간호인력의 다양화 ▲요양보호사 인력의 확충 및 활용 등 간병인력의 확충 및 활용방안 강구 등을 제안했다.

특히 그는 “의사에 대한 접근성이 제약된 요양시설에서는 노인의 일상적 증상에 대해 다년의 임상경험을 갖춘 간호사들이 일정 정도의 진단업무를 수행할 수 밖에 없다고 간호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간호사가 부족한 곳에서는 다년간의 간호보조업무를 경험하고일정한 교육시간을 이수한 간호조무사가 일정 정도의 간호업무를 수행할 수 있음을 간호사들이 인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병원계는 간호인력 부족을 호소하며, 보건당국의 무리한 제도 확대 시도를 비판했다.

이성규 대한병원협회 사업이사는 “이 제도가 국민의 호응도 얻고 필요한 제도라는데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실이 뒷받침되지도 않고 대책도 명확히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전면 확대실시를 강행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특히 지방 중소병원의 경우 인력부족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면서, 수도권과 대형병원 쏠림현상 해결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박영우 대한간호협회 부회장도 “간호인력 수급 불균형 문제는 간호등급제, 간호ㆍ간병통합서비스 제도 실시, 수도권 대형병원들의 입원진료 병상 증설 등으로 간호사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이동함에 따라 중소병원, 특히 지방 중소병원 간호사 구인난이 심해졌다.”라고 말했다.

간호사들이 지방 중소병원을 기피하는 이유로는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환경이 대표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박 부회장은 “일반적으로 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우면 임금이 올라가야 하나, 오히려 임금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라며, “수도권 지역 간호사 연봉은 광역시보다 높고, 광역시 연봉은 도시지역보다 높으며, 대형병원과 중소병원의 임금 격차도 줄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간호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간호인력과 환자안전의 상관관계에 대한 병원 경영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며, 간호관련 수가 체계도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간호인력 확충과 처우개선을 위한 종합대책 마련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간호관리료 차등제를 개편하고 공중보건장학제도(지역제한 간호사)를 활성화하며, 남자간호사 병역대체근무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최종현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기획이사는 “간호ㆍ간병통합서비스 간호사 인력 기준 강화는 상급종합병원인가 아닌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상급종합병원이건 종합병원이건 ‘준중환자병동’, ‘수술 직후 환자 치료병동’과 같이 집중적인 환자 처치간호가 필요한 병동을 기준으로 논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까지의 연구결과에서 확인되듯 간호ㆍ간병통합서비스에서 필요로 하는 간호는 식사보조, 체위변경, 기저귀 간호, 이동부축 등 기본간호 확대를 통한 ‘낙상사고 방지’와 ‘감염 및 합병증 예방’으로, 이는 대부분 간호조무사 업무에 해당하는 만큼 기본간호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인 간호조무사 인력을 추가 배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제도 확대에 앞서 의료전달체계 부재라는 근본적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종훈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인력의 적절성, 수가의 합리성, 업무 분장 등의 문제는 제도를 시행하면서 다듬어질 것이므로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면서, “정말 우려하는 것은 의료전달체계와 입원치료의 적절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제도 도입이 차제에 많은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는 이미 오래전에 병상 보유율이 OECD 평균을 훌쩍 넘었다. 입원치료가 과도한 문제를 안고 있으며, 이는 근본적으로는 효율적인 의료전달체계의 부재 등에 기인한다.”라며, “이러한 과도한 입원치료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입원치료의 그나마 제한적 요인이라고 할 수 있었던 간병문제마저 의료기관이 해결해준다고 할 때 입원치료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치솟지 않을까 우려된다.”라고 전했다.

간호ㆍ간병통합서비스의 정착과 함께 전제돼야 할 것은 꼭 입원이 필요한 환자에게 입원이 허락되는 시스템인데, 이 부분에 대한 해결 없이 제도가 일제히 시행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병원이 간호와 간병을 함께 제공함으로써 환자를 안전한 환경에서 치료하는 것은 당연한 의료서비스지만, 그것이 입원치료가 지나치게 왜곡된 대한민국 의료에서 의료전달체계와 과도한 입원치료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된다.”라며, “현재의 입원문화를 기준으로 완성된 간호ㆍ간병통합서비스가 반드시 개선돼야 할 입원치료의 적절성과 맞물려서 향후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보건당국은 환자와 간호인력, 병원 경영자 모두 만족하는 제도를 만들고 싶다면서, 2018년 전면 확대 계획은 재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이 제도는 환자들이 훨씬 적은 비용으로 훨씬 좋은 서비스를 받고, 간호인력은 적절한 인건비 보상과 근무환경을 조성하며 병원 경영 측면에서도 수가를 적정하게 보상해서 모두가 만족하도록 설계했다.”라고 밝혔다.

이 과장은 “하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 인력 수급이고, 다음이 현장에서 활동하는 직역간 역할 분담과 인력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 문제다.”라며, “선진국에서는 여러 형태로 운영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특성에 맞는 배치기준이 있어야 한다. 여러 가지 보완돼야 할 사항이 많다.”라고 말했다.

간호인력 수급문제의 경우, 근무환경 등 여러 문제가 연결돼 있지만 단기간에 해결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발제자가 간호인력을 2, 3, 4년제로 다양화하자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이미 간호대가 4년제로 일원화됐고, 전문간호사들이 의료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배치해야 할지도 제대로 작동 못하는 상황에서 간호인력을 다양화하면 현장에서 좋은 쪽으로 작동할지 부작용이 생길지는 고민이 필요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전했다.

간호대 정원을 2~3배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지금 정원을 늘리면 당장 적용이 가능한 것이 2018년이고, 배출은 2022년 이후에 되는데, 그 때는 제도가 상당히 진행된 후이므로 지금 정원을 늘린다고 해서 당장 닥친 어려움을 해결하긴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과장은 또,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인력을 늘릴 경우 미래 나의 일자리에 대한 우려 때문에 부정적인 생각이 많다.”라며, “인력은 확대하되 어떻게 배출을 하고, 향후 간호사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것과 맞물려 여러 분석을 해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요양보호사를 간병인력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에는 “병원에서 많이 쓰게끔 해놓으면 정작 장기요양제도에서 필수인력인 요양보호사가 부족해진다.”라며, “복지부는 그쪽까지 폭넓게 인력수급을 봐야해서 어려움이 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직역간 업무범위 관련해서는 “쉽지 않은 문제다.”라며, “팀간호 형태로 간호사 주도 하에 간호사, 간호조무사, 간병지원인력으로 운영할 것이다. 기본간호부터 해서 전체적으로 유연하게 직역간 업무범위를 운용하고, 그 결과나 경험치를 매뉴얼로 만들어서 직역간 업무범위를 세팅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애초 2018년 전국 병원으로 해당 제도의 확대를 계획했는데, 로드맵을 전면 재검토중이다.”라며, “간호인력 배출과 연계해서 실제 어디서 어떻게 활동하고 수요공급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정밀 분석하고, 우선적용이 필요한 중증도 높은 병원이 어느정도 되는지 정밀하게 연구해서 현실에 맞는 로드맵을 다시 만들어 올해 말이나 내년초 과제를 운영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의료법에 공공병원은 우선적으로 하게 돼 있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지원해주면서 의무화로 가고, 나머지는 자율적으로 가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라는 것이다.

이 과장은 “현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로드맵을 새로 만들고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이다. 지금도 복지부와 공단, 병원협회가 모여 TF를 운영하며 병원에서 제안한 부분들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중이다.”라며, “앞으로 인력기준과 수가문제 등이 보다 잘 작동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운영해나가고, 내년까지 보완해서 제도가 잘 정착되도록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