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이 자리에서 오늘 결과가 좋았으면 했는데 그렇지 못하고, 회원들이 걱정하고 있는 리베이트 쌍벌제에 대한 처벌 기준이 상향되는 원안대로 가결돼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 점에 있어서 회원들께 다시 한번 사과말씀드립니다. 입법활동에 있어서 좀 더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 상임이사도 보충했고, 자문위원도 충원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조금 더 미리 선제적으로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회원님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나머지는 대변인이 발표하겠습니다.”

이는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이 지난 30일 회원들에게 한 사과 발언 전문이다.

추 회장은 리베이트 수수 의료인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그런데 추 회장은 이 의료법 개정안이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지난 7일에도 사과했다.

의협회장이 같은 사안으로 같은 달에 두 번이나 사과한 것도 놀랍지만, 그의 사과에서 진정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더 놀랍다.

사과는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것’이다.

용서만 빌 것이 아니라 과거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선행돼야 한다.

리베이트 처벌을 강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되고 국회 상임위와 법사위에서 가결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잘못이나 부족함이 없었는지 돌아보고, 향후 이를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먼저다.

이번 법안이 비교적 무난하게 본회의 문턱까지 간 것은 추 회장의 인사 조치와 언론 홍보 실패에서 기인한다.

올해 추 회장은 대국회 업무를 담당하는 임ㆍ직원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인사조치를 단행했다.

지난 4월말 대국회 업무 총책임자격인 강청희 상근부회장을 해임하고 김록권 상근부회장을 대신 앉혔다.

6월에는 김지홍 대외협력이사를 대외협력자문위원으로 내리고, 박종률 의무이사를 대외협력이사로 임명했다.

9월초에는 약 6년 동안 국회 업무를 담당해 온 대외협력팀장을 학술회원국 회원지원팀장으로 이동시켰다.

약 4개월 동안 국회 담당 임원과 사무국 직원을 함께 교체한 것이다.

또, 언론 홍보도 골든타임을 흘려보냈다.

인재근 의원이 리베이트 처벌 강화 법안을 발의한 날은 8월 18일이다. 의협은 8월 31일 복지부에 관련 의견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의협은 이 의견서를 두 달여가 지난 11월 2일에서야 기자들에게 제공했다. 이 날은 복지위 법안소위에서 리베이트 처벌강화 법안이 논의된 당일이다.

해당 법안을 막기 위해서라기 보다 회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즉 면피용으로 제공한 것으로 판단되는 대목이다.

추 회장의 의료법 개정안 대처 과정을 지켜 본 다수 회원들이 사과가 아니라 사퇴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도 추 회장은 ‘앞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막연한 약속만 하고 있다.

회원들은 면피용 사과보다 반성이 있는 진정성 있는 사과를 원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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