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의 원격의료 시범사업 확대 추진을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내용의 입장 표명과 성명서를 이틀 연속으로 배포했다.

두 자료에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확대하면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참여를 철회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성명서는 전면적인 단체행동을 포함한 저항에 나서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런데 두 자료에는 ‘일방적인 원격의료 확대시도’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설명이 빠져 있다.

정부는 지금도 일방적으로 원격의료를 확대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복지부는 올해 8월 4일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 도서벽지 주민, 군 장병, 원양선박 선원 등을 대상으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보다 앞서 복지부는 6월 22일 원격의료 시범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의사와 환자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즉, 복지부가 실시중이거나 확대예정인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의사와 환자간 원격의료로 가는 디딤돌이다.

현재 요양시설들은 원격의료를 실시하기 위한 시스템과 장비를 설치하고 있다.

고양시 소재 모 의원은 요양원 원장들을 초대해 원격의료 설명회를 열었다고 하고, 경기도 소재 한 요양시설은 지역의사회장에게 ‘우리는 원격진료를 합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해양수산부는 오는 18일부터 해상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하루가 다르게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의사협회는 별다른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복지부가 원격의료 확대 계획을 밝힌 8월 4일 의협은 “추무진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서산노인요양시설 원격의료 시범사업 시찰 행사에 참석해 직접 원격의료 시범사업 확대 반대의견을 전달했다.”라고 홍보했다.

의협회장이 대통령에게 정책에 대해 직접 건의한 것은 의약분업 이후 처음이라는 의미까지 부여하면서 말이다.

당시 의협 핵심인사에게 “전면적인 저지 행동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의사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때 비대위도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고 입장 표명도 없었다.

이후 두 달 동안 침묵하던 비대위가 뜬금없이 만성질환관리 수가 시범사업 참여 철회와 전면적인 단체행동을 경고한 것이 이번 보도자료와 성명서다.

이는 추무진 회장이 하루 전 국회 토론회에서 ‘의료취약지에서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에 대해 논의할 시점이 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따른 것이다.

추 회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말했지만, 의협 수장의 발언으로는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추 회장의 발언을 듣고 복지부 실무자가 매우 반겼다고 하니 의사들이 화를 내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추 회장이 직접 해명해야 했지만 그는 입을 열지 않았다. 논란이 확산되자 비대위가 소방수로 나선 셈인데, 추 회장이 비대위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양새만 우습게 됐다.

목표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면적인 단체행동이 가능할 리 없다. 이번 성명서가 ‘보여주기’가 이니었다면 지금이라도 ‘원격의료 시범사업 확대 반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비대위는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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