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는 제약업계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다. 제약업계가 윤리헌장 선포, 무기명 설문조사 실시, CP 강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며 리베이트 해법을 찾기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양새다. 오히려 올해는 좌담회 등을 활용한 리베이트, 대형병원과 도매업체가 담합한 리베이트 등 새로운 형식의 리베이트가 적발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리베이트는 정녕 제약업계가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일까?

▽노바티스, 좌담회 등 빙자한 리베이트 들통
한국노바티스가 좌담회 및 자문 등을 빙자해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준 혐의로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이번 사건은 다국적 제약사의 계획적인 리베이트라는 점과 개원의가 주로 적발된 기존 리베이트와 달리 대학ㆍ종합병원 의사들이 적발됐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은 지난 8월, 2011년 1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언론매체 및 학술지를 통해 약 25억 9,00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한국노바티스를 불구속 기소했다.

합수단에 따르면, 한국노바티스는 2009년 3월부터 2011년 9월까지 공정거래위원회의 리베이트 관련 조사를 받던 중 2010년 11월 28일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되자, 리베이트를 직접 제공하는 데 대한 단속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다.

그러던 중 한국노바티스는 언론매체 및 학술지에 광고비를 집행하는 것처럼 꾸미고, 이들 업체를 통해 의사들에게 좌담회 참가비 및 자문료, 편집회의 원고료 등의 명목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한국노바티스는 ▲좌담회 참가비 1인당 30~50만원 ▲자문료 한 달에 100만원 ▲편집회의 원고료 1인당 50~100만원 ▲해외학회 취재를 위한 객원기자 위촉 1인당 400~700만원 등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국노바티스의 리베이트 재판에서 한국노바티스와 전ㆍ현직 임원들이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노바티스는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5단독이 진행하고 있는 리베이트 재판에서 리베이트 제공 혐의를 인정했다.

반면, 한국노바티스와 함께 기소된 전ㆍ현직 임원들은 직원들의 일탈일 뿐 리베이트 사실을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부산-전주發 다자간 리베이트 적발…검ㆍ경 집중수사 中
부산과 전주에서는 대형ㆍ종합병원이 의약품 도매업체를 끼고 리베이트를 수수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의약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부산지방검찰청 특별수사부는 인제학원 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리베이트 정황을 포착하고, 병원 5곳과 제약사 및 의료기기업체 14곳을 집중 단속했다.

그 결과, 올해 10월 부산지검은 의사 28명을 포함해 총 47명을 적발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번 리베이트는 ▲회사자금 횡령 및 차명계좌 이체 ▲병원 내 권한 이용한 리베이트 수수 ▲의사-판매대행업자-제약사의 삼각 커넥션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의약품 도매업체 및 제약사로부터 불법리베이트를 수수한 전주예수병원 박OO 이사장과 도매업체 관련자 30명을 검거한 후, 혐의가 의심되는 35개 제약사(대상자 110명)에 대해 전방위 수사를 진행해 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제약사는 박 이사장이 운영하는 의료재단에서 새로 병원을 개원할 당시, 신설병원에 필요한 집기류, 가전제품 등을 품목별로 분담해 대신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박 이사장이 운영하는 의약품 도매업체에 할인된 가격으로 의약품을 납품해 수익을 올려주는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A 관계자는 “리베이트 수법이 날로 정교해지고 있다. 특히, 부산과 전주에서 적발된 리베이트는 병원과 제약사뿐만 아니라 도매업체까지 연계된 리베이트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라며, “이번 리베이트 적발은 다자간 리베이트 등도 수사선상에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부산지역 리베이트로 기소된 의사들에게 행정처분 사전통지서가 발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부산지검으로부터 행정처분 의뢰서를 전달 받았으며, 이에 따라 복지부는 연루 의사들에게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다만, 정확한 처분수위는 재판결과가 확정된 후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리베이트 설문 내부공개 강수…다양한 근절 대책 강구
한국제약협회는 리베이트 근절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무기명 리베이트 설문조사를 실시 및 결과 내부공개라는 강수를 뒀다.

제약협회는 지난 2015년 4월, 불법 리베이트에 적극 대응하고 윤리경영 확산 및 정착을 위한 방안으로 사전 모니터링 개념의 ‘무기명 설문조사’를 도입하고 첫 번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후 2015년 7월, 2016년 2월과 8월 등 세 번의 설문조사가 추가로 실시됐다.

특히, 올해 8월에 진행된 네 번째 설문조사에서는 앞서 치러진 세 번의 설문조사와 달리 제약협회 이사회 내부에 그 결과가 공개됐다.

B 관계자는 “설문조사 결과 공개에 앞서, 수사당국 등에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 사실이다. 설문조사가 실시된 지 2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도 지목된 제약사가 어디라는 말이 나오고 있어 여전히 걱정은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설문조사 내부공개가 리베이트 근절의 전환점이 됐다는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상황이 이전과 달라진 것은 맞다.”라고 덧붙였다.

제약협회는 또 올해 8월, 무분별한 제네릭 허가가 리베이트의 원인이라며 공동생동 허용품목 수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갈원일 부회장은 제약산업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공청회에서 “2011년 공동생동 및 위수탁 생동 품목수 제한이 일몰 해제된 후 제네릭 허가가 상대적으로 쉬워졌다. 그러나 제네릭 품목수가 많아질수록 과당경쟁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적절한 제네릭 품목수가 허가될 수 있도록 품목제한 등 허가규정 개선 및 엄격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갈 부회장의 주장에 대한 반대 의견이 나왔고, 그 결과 공동생동 허용품목 수 관련 규정은 추가 논의 없이 현행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제약사들은 CP를 강화하는 등 리베이트 근절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종근당과 대원제약, 현대약품, 동아에스티, 녹십자, 한올바이오파마, 대웅제약, 한미약품, 동화약품, 일동제약 등은 CP 운영현황을 공시함으로써 공정경쟁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해당 공시에는 CP 위반자에 대한 징계나 CP 사전모니터링 결과, 컴플라이언스 전문가 자격 취득여부 등 일정 기간 동안 각 제약사들이 윤리경영 확립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담겨 있다.

C 관계자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정기교육을 비롯해 CP선포식, 자율준수의 날 제정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관련된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라며, “지금 당장 모든 것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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