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프로모션은 하나의 의약품을 두 제약사에서 공동으로 판매하는 영업방식을 일컫는다. 이 방식은 주로 외국 제약사가 국내 의약품 시장에 진입할 때 활용된다. 국내 제약사도 코-프로모션을 통한 외형확대를 도모한다. 그러나 코-프로모션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코-프로모션 계약해지로 인한 매출 하락, 판권 이전 과정에서의 제약사간 법정다툼 등과 같은 문제점이 내재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코-프로모션 마진이 낮아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코-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하는 제약사는 특화된 분야가 있는 제약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유한양행과 녹십자, 한미약품, 종근당, 대웅제약, 제일약품, 보령제약, 안국약품 등 매출 상위사들이다.

이는 매출 상위사들이 중소 제약사들과 비교해 네트워크 구축, 다수의 영업사원 등 우수한 영업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6개월 동안 체결된 코-프로모션 계약만 봐도 ▲녹십자-박스앨타 ‘릭수비스’ ▲동아에스티-카켄제약 ‘주블리아’ ▲보령제약-릴리 ‘트루리시티’ ▲녹십자-이수앱지스 ‘애브서틴’ ▲JW신약-SK케미칼 ‘스카이셀플루 4가’ ▲LG생명과학-로슈 ‘미쎄라’ ▲안국약품-JW중외제약 ‘가드렛’ ▲SK케미칼-바이엘 ‘아스피린 프로텍트’ 등 매출 상위사에 집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A 관계자는 “코-프로모션을 통한 시장 진출이 해당 제품을 전담할 영업사원을 채용하고 시장에 진출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다. 이때 중소 제약사와 비교해 영업력이 강하고 네트워크가 잘 형성돼 있는 매출 상위사를 선택하는 것이 안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코-프로모션 전략을 적극 추진하는 제약사의 경우, 코-프로모션을 통해 매출증대 및 외형확장의 성과를 얻고 있다. 유한양행과 제일약품 등이 대표적이며, 최근 들어 종근당과 보령제약의 코-프로모션 계약 체결이 눈길을 끌고 있다.

유한양행은 영업사원 출신의 김윤섭 전 사장이 취임과 동시에 도입신약 전략을 적극 추진했다. 유한양행은 ‘트라젠타’, ‘트윈스타’, ‘비리어드’ 등 굵직한 제품의 코-프로모션을 담당했으며, 이를 통해 국내사 최초 연 매출액 1조원을 달성했다.

제일약품은 화이자의 핵심 파트너사로 ‘리피토’, ‘리리카’, ‘쎄레브렉스’ 등 화이자의 주요 제품의 국내 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일약품은 지난 2015년 5,9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매출순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종근당과 보령제약은 올해 들어 떠오르고 있는 코-프로모션의 신흥강자다. 종근당은 올해 1월에만 ‘자누비아’, ‘바이토린’, ‘아토젯’, ‘글리아티린’ 등 6개 제품을 도입했다. 보령제약은 ‘제넥솔’, ‘이노프리솔루션’ ‘트루리시티’ 등 다양한 분야의 의약품을 들여왔다.

그러나 코-프로모션이 긍정적인 영향만 미친다고 할 수 없다. 코-프로모션 계약이 해지될 경우 공백이 발생하면서 매출하락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보령제약은 2008년 12월 BMS와 항암제 ‘탁솔’에 대한 코-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한 후, 전담조직 구성 및 전문인력 육성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탁솔의 2015년 매출액은 BMS 자체 영업 매출인 60억원보다 약 3배 성장한 16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5년 12월 BMS가 보령제약과의 탁솔 코-프로모션 계약을 해지했다. 7년 동안 공든 탑이 한 순간에 무너진 것이다.

보령제약은 탁솔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올해 1월 삼양바이오팜이 2001년 국산화에 성공한 탁솔과 같은 성분의 ‘제넥솔’을 도입했다. 제넥솔의 매출액이 탁솔에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것이 제약업계의 분석이다.

CJ헬스케어는 올해 3월, MSD로부터 2011년 6월부터 판매해오던 싱귤레어의 위임형 제네릭 ‘루케어’에 대한 재계약 협상 중단을 통보 받았다. 이로 인해 연 매출액 120억원(2015년 기준)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CJ헬스케어는 매출감소를 줄이고자 올해 8월 ‘루키오’라는 제네릭을 선보였다. 루키오는 8월과 9월 약 5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해당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외에도 ▲대웅제약-이탈파마코 ‘글리아티린’ ▲유한양행-아스트라제네카 ‘크레스토’ ▲안국약품-아스텔라스 ‘하루날디’와 ‘베시케어’ 등 코-프로모션 계약해지 이슈가 제약업계를 강타했다.

B 관계자는 “도입 제품의 매출 비중이 높은 제약사의 경우, 타격이 더 크다. 판매수수료를 낮추면서까지 제품을 계속 파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라며, “국내사 중 코-프로모션 제품의 제네릭에 대한 허가를 받고 팔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 또한 판권 회수에 대비하기 위해서다.”라고 토로했다.

또한, 코-프로모션 제품의 판권 이전 과정에서 불필요한 법정다툼이 발생하기도 한다.

LG생명과학과 대웅제약이 올해 초 체결한 ‘제미글로’ 코-프로모션 계약과 관련해, 기존 파트너사였던 사노피가 두 제약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7민사부의 심리로 진행되고 있다. 사노피는 부당한 계약해지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LG생명과학은 계약사항 미이행에 따른 정당한 계약해지라고 각각 주장했다.

특히, 경쟁과열에 따른 저마진이 코-프로모션의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 제약업계의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팔수록 손해지만 안 팔 수도 없다’는 자조적인 한탄도 나오고 있다.

C 관계자는 “외형성장을 위해서 도입한 것이지, 그 제품이 회사에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준다는 생각으로 도입한 것이 아니다. 효능효과가 우수한 제품을 우선 판매하면서 해당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D 관계자는 “블록버스터 제품 혹은 블록버스터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제품에는 경쟁자가 많다. 이는 결국 수수료를 얼마나 적게 받느냐의 싸움이다. 비슷한 수준의 영업력을 갖춘 제약사라면 수수료율이 더 낮은 제약사를 선택할 테니, 수수료율을 낮출 수밖에 없다.”라고 호소했다.

외자사의 배만 불려주는 격이나 자체개발한 블록버스터가 없는 상황에서는 별다른 대안이 없어 저마진을 감내하고 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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