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 3곳의 거래거절강요행위를 제재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의사단체들이 의료기기업체와 진단검사기관을 대상으로 한의사와 거래하지 말 것을 강요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1억원 3,7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그런데 이 보도자료의 제목에 시선이 고정됐다. 공정위가 ‘“최종 목표는 한의사를 없애는 것” 대한의사협회 등 3개 의사단체의 거래거절강요행위 제재’로 자극적으로 뽑았기 때문이다.

제목만 봐도 마치 의사협회가 한의사들을 없애기 위한 목적으로 의료기기업체와 진단검사기관을 협박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자극적인 제목이야말로 공정위가 스스로의 결정에 정당성을 부여할 의도로 작위적으로 자료를 작성했다는 것을 인증(?)하는 게 아닐까?

“최종 목표는 한의사를 없애는 것”이라는 표현은 추무진 의협 회장이 올해 1월 20일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으로, 김필건 한의사협회장의 초음파 골밀도 진단기 시연에 대한 우려에서 나왔다.

김필건 회장은 1월 12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골밀도 진단기를 시연 후 “갖다대기만 하면 측정이 되고 수치가 나온다. 이 수치를 바탕으로 골밀도를 확인하고 한의학적 치료를 하면 된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골밀도기 ‘시연’은 의사들에 의해 ‘엉터리 시연’으로 드러났다.

골밀도는 종골을 측정해야 하는데 김 회장은 아킬레스건을 측정했고, 초음파 젤도 엉뚱한 곳에 발랐다.

또, T값이 -4.4가 나오자 김 회장은 골감소증이라고 진단했지만 T값이 -2.5 이하면 골다공증이다. 측정도 잘못했고, 진단도 틀린 것이다.

즉, 추무진 회장의 발언은 표현수위는 과격했으나, 한의사협회장의 오진시연과 관련해 비전문가가 현대의료기기를 잘못사용했을 때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표현인 것이다.

이제 의사협회가 의료기기판매업체와 진단검사기관들에 공문을 보낸 시기를 보자.

의사협회가 의료기기판매업체에 한의사와 거래하지 않도록 요구하고 이를 어길 경우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공문을 보낸 것은 2009년 1월 16일, 2010년 7월 1일, 2012년 5월 16일이다.

의사협회가 국내 상위권 대형 진단검사기관들에 한의사의 혈액검사요청에 불응할 것을 요구한 것은 2011년 7월 18일이다.

따라서, “최종 목표는 한의사를 없애는 것”이라는 표현과 의사협회가 의료기기업체와 진단검사기관을 대상으로 한의사와 거래하지 말 것을 강요한 행위 사이에는 선후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결국, 의사협회가 한의사를 없애기 위한 목적으로, 의료기기판매업체와 진단검사기관들에 공문을 보내지 않았는데도, 공정위가 시기상 맞지 않는 발언을 무리하게 끌어쓴 것이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조치는 옳은 결정일까? 공정위는 의사협회의 행동이 한의사의 한방의료행위에 필요한 정당한 거래를 막아 의료서비스 시장에서의 경쟁이 감소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3년 한의사의 진료목적의 초음파진단기기 구입 및 사용은 한의사의 면허범위로 보기 어렵다고 결정했다. 다만, 학술 및 임상연구를 목적으로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구입하거나 사용하는 것은 의료법상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보건복지부도 한의사의 초음파진단기기 사용에 대해 ‘진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달리 구입 자체를 제한할 법령상 근거는 없으며, 한의사가 학술 및 임상연구를 목적으로 초음파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유권해석했다.

즉, 헌법재판소와 복지부 모두 한의사가 초음파진단기기를 진료목적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의사협회가 행동에 나선 것은 업체가 초음파기기를 연구기관이 아닌 일반 한의원에 판매한다는 제보를 받고 나서였다.

의료법 위반도 무시하고 헌재 결정도 외면하는 결정이 자극적인 보도자료로 정당화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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