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비뇨기과 개원의 자살사건 당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림스소아청소년과의원)을 비롯한 임원들이 보건복지부 앞에서 1인시위를 벌여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임 회장은 어린이독감, 달빛어린이병원 문제처럼 소청과 현안 뿐 아니라 다른 과 이슈 및 공소시효법 등의 현안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돔페리돈 문제를 지적한 약사 출신 전혜숙 국회의원과의 대결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첫 직선제 회장이기도 한 임현택 회장은 정부를 향해 현장의 전문가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을 수립해 달라고 강조했다.

최미라 기자: 안녕하세요?

임현택 회장: 반갑습니다.

최미라 기자: 최근 어린이독감 무료접종 범위를 축소해 의사들이 반발했는데요, 무엇이 문제인가요?

임현택 회장: 정부가 적극적인 의지도 없었고 주먹구구식으로 준비를 해서 이 사단이 난거에요. 처음 이야기 나온 게 7월 초이고, 국회가 9월에 추경 예산을 편성해 만 6개월에서 59개월까지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독감 무료 예방접종 사업을 통과시켰죠. 올해 시행 가능성이 있었으니 미리 백신 제약사와 이야기했으면 충분히 수급이 가능했는데, 사업 실무를 담당한 질병관리본부 과장이 안일하게 대처한 끝에 만 6개월에서 11월 영유아들에게만 매우 제한적인 기간 동안 시행되게 됐어요.

최미라 기자: 충분히 백신 수급이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질본이 어렵다고 한건가요?

임현택 회장: 질본이 현장과 시장상황을 전혀 모르더라구요. 제약사 입장에서는 인플루엔자 같은 계절백신은 공급시기도 매우 중요하고, 반짝하다가 마는 특징이 있어요. 제약사들이 8월 말부터 시작해서 9~10월 공급하고, 11월만 돼도 거의 주문이 없는 시스템인데 이런 부분을 질본은 전혀 몰랐어요.

최미라 기자: 외국에서 수입할 수 있는 시기도 보건당국의 외면으로 놓쳤다고 지적했죠?

임현택 회장: 그렇습니다. 질본이 백신이 부족하다길래 국내사들에 추가 생산이 가능한지와 외국에서 수입 가능한지 등에 대해 알아봤고, 사노피 파스퇴르 사가 25만 도즈 정도를 공급할 수 있다고 답해왔어요. 다만 국가사업에 쓰겠다는 공문을 보내줘야 공급 가능하다고 해서 질본에 요청했는데, 글쎄 ‘대통령이 결심을 안해서 안 된다’면서 안 된다는 거에요. 이게 무슨 대통령이 결심할 문제입니까.

최미라 기자: 그래서 결국 백신이 부족하게 됐고, 사업대상도 축소된 거군요?

임현택 회장: 질본은 공문 발송을 차일 피일 미루다가 추석 연휴 직전인 9월 13일에야 수입요청 공문을 보냈고, 애초 수급가능했던 25만 도즈보다 훨씬 적은 20만 도즈만 직수입하게 됐어요. 게다가 자기들 회계연도와 보고체계에 사업을 억지로 끼워맞추고 있어요. 올해 어린이 독감접종도 12월 31일에 끝내고 내년 1월에는 12월에 접종한 아이들만 해준다잖아요. 말도 안되는 상황이죠. 애초에 전문가들이 디자인했으면 훨씬 잘 했을 거에요. 우리는 현장에서 항상 컴플레인을 접하잖아요. 어떻게 해야 현장 만족도가 높고 사업이 성공할지 가장 잘 알고 있어요.

최미라 기자: 현장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이네요.

임현택 회장: 그게 선진국과의 차이점이죠. 미국 FDA 모유수유 전문가를 20년 후 학회에 가도 그대로 담당자로 만날 수 있어요. 우리나라는 길어야 2년이에요. 뭘 자꾸 받아 먹어서 자꾸 바꾸는건지는 알 수 없지만, 전문성 결여가 문제가 되죠. 겨우 내용을 이해한 담당자가 바뀌면 혼란스럽잖아요. 우리나라가 이제 먹고 살게는 됐지만, 궁극적으로 선진국이 되려면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공무원이 무소불위 권력이라며 현장을 무시하면 안 돼요. 항상 전문가가 아닌 정치인의 눈치를 보는 식인데, 얼마나 한심한지 몰라요.

최미라 기자: 지난달 발생한 전북대병원 중증외상소아환자 사망사건과 관련해서 복지부는 응급의료기관 지정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임현택 회장: 복지부가 소아중증환자가 발생하면 어떻게 연락하고 운송할지에 대한 계획이 기본적으로 있어야 하는데, 민간 대학병원에만 맡겨두고 책임 지라고 하니 어이가 없죠. 달빛어린이병원 문제도 마찬가지에요. 복지부 응급의료 담당가 신경써야 할 곳은 그런 부분이 아니에요. 전혀 응급이 아닌 아이들에 대해 업적 만들고 승진에만 신경쓰고 있어요. 달빛병원 문제도 현장 목소리를 들어야지, 공무원이 책상에서 펜 굴린다고 해결 되는게 아닙니다.

최미라 기자: 안산 비뇨기과 개원의 자살사건 당시, 복지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했죠? 덕분인지 이번 심평원 국감에서 현지조사와 관련된 문제제기가 많이 이뤄졌어요.

임현택 회장: 사실 당시 피켓에 담당 공무원을 ‘살인자’라고 쓰는건 너무하지 않느냐는 걱정이 많았어요. 하지만 저는 그게 가장 중요하고 핵심이라고 했죠. 만약 그걸로 문제가 돼서 감옥에 가게 되면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하겠다고 했어요.

최미라 기자: 당시 과와 구분없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더욱 화제가 됐던 것 같아요.

임현택 회장: 안그래도 왜 비뇨기과 개원의 문제에 소청과가 나서냐고 궁금해 하길래 “아니 그럼 소아과 의사가 죽을 때까지 기다릴까요?”라고 따졌죠. 그랬더니 모두 수긍하더군요.

최미라 기자: 의사협회의 미흡한 대응에 대한 비판도 많이 하셨는데요.

임현택 회장: 일 터지니 심평원 직원이 의협에 와서 경위를 설명했잖아요. 참 한심했죠. 추무진 회장이 손명세 심평원장을 찾아가고, 의정협상에서 시정요구를 하겠다고 하고 끝이었어요. 현지조사를 한 번도 받아본 적도 없는 사람이 대응한 거에요. 억울하게 공소시효법 적용을 못받는 의사들 문제도 마찬가지에요. 해결노력이 없어요. 복지부 방문 전에 의협 상임이사회에 갔는데 의협은 할만큼 했고 더 이상 도울게 없다며 법적 방법 동원해 해결하라고 하더라구요. 협회는 회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큰데, 회원권리를 보호 못할거면 협회가 무슨 의미가 있나요.

최미라 기자: 소청과의사회 최초의 직선제 회장으로 선출됐는데요, 출마계기는 뭐였나요?

임현택 회장: 개원만 하고 있다가 도저히 화가 나서 못 견디겠더라구요. 평의사 일때도 복지부와 식약처 회의에 가서 얼마나 이야기했는지 몰라요. 당신들이 하려고 하는거 안된다면서요. 응당법이 대표적 예입니다. 복지부 응급의료과 주도로 만든건데, 지금 보세요. 그 시스템대로 안 돌아가고 있죠. 초기에 해보다 안되니 규정을 완화했잖아요. 지금 밤에 한 번 누가 진료하는지 전화해보세요.

최미라 기자: 응당법 문제 역시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은 결과네요.

임현택 회장: 모든 국가 보건정책이 공무원들 목을 지키기 위한 정책이 되면 안 돼요. 국민이 제대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아이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적기에 받을 수 있도록 현장전문가를 존중하는 시스템에서 국가정책을 만들어야죠. 그렇지 않고 여론이 이렇게 되니 내 목을 지켜야겠다, 의사를 쥐어짜서 이렇게 해보자는 식은 안 되는 거에요.

최미라 기자: 하지만 쉽게 바뀌지 않는 부분이죠.

임현택 회장: 그래서 복지부가 만드는 법안이나 고시에는 실명이 들어가야 해요. 잘못된 정책을 만들었으면 만든 사람이 합당한 책임을 져야죠. 현장상황과 동떨어진 잘못 만든 정책으로 인해 국민건강이 피해를 보잖아요. 장관 입법으로 정책을 만들때 분명하게 실무자 실명을 밝히며 책임지면서 진행해야 합니다. 이번에 소아예방접종 정책 담당자 뿐 아니라 몇 년 전 만든 응당법도 누가 만들었는지 책임져야 해요.

최미라 기자: 앞으로 계획 부탁드릴게요.

임현택 회장: 회원 권리 보호가 제1 목표입니다. 소청과 커뮤니티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바로 연락 달라고 하고 그날 가기 전에는 해결하려고 해요. 정말 어려울 때 그런 글을 쓰는 거거든요. 그럴 때 돕는게 중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일하는 겁니다. 소청과 뿐만 아니라 다른 과에도 회원보호를 위한 활동을 도와주려고 해요. 평회원일때도 그렇고 2년 가까이 해 온 일이에요. 의사들은 복지부 공무원이 누구라고 하면 무척 어려운 존재로 여기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요. 우리도 국민이고 세금내서 그들의 월급 주는 사람이잖아요. 갑질하자는 게 아니라, 현장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 국가정책을 만들어야 되는 사람들이라고 인식시켜놨어요.

최미라 기자: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해요.

임현택 회장: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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