돔페리돈을 둘러싸고 국회와 의료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약사 출신 전혜숙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법적 공방까지 벌일지 주목된다.

포문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열었다.

정 의원은 지난 9월 22일 국정감사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부적정사유로 가장 많이 처방된 병용금기 의약품은 ‘돔페리돈(domperidone) 성분과 메토클로프라미드(metoclopramide) 성분’ 조합의 처방이라고 밝혔다.

정춘숙 의원은 “의학적 판단으로 금기의약품에 대해 처방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환자에게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금기의약품을 처방하면서 사유조차 기재하지 않거나 단순문자로 처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며, “부적정한 사유로 처방하는 의료기관에 대해 단순히 급여액만 삭감시킬 것이 아니라 현지조사 실시 등 비금전적 패널티가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2016년 금기유형별 부적정 사유로 가장 많이 처방된 금기의약품 현황(단위: 건)
2016년 금기유형별 부적정 사유로 가장 많이 처방된 금기의약품 현황(단위: 건)

이어 지난 7일 열린 식품의약품안전처 국감에서 같은 당 전혜숙 의원이 임산부, 수유부에게 투약을 금지한 ‘돔페리돈’이 산부인과에서 10개월 동안 7만 8,361건 처방됐다고 비판하며 논란에 불을 붙였다.

전 의원은 “돔페리돈은 각종 부작용으로 인해 2004년 6월 미국 FDA에서 생산ㆍ판매를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광범위하게 복용되고 있다.”라며, “특히, 식약처가 2015년 1월 8일 ‘허가사항변경지시’를 통해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해 3월부터 12월까지 전국의 산부인과에서 7만 8,000여 건의 돔페리돈 처방을 한 것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소청과의사회(회장 임현택)는 지난 11일 성명을 내고, 전 의원의 주장에 반박했다.

소청과의사회는 돔페리돈이 위험한 약인지에 대해 “외국에서 문제가 됐던 사례들은 국내 상용 용량인 30mg의 돔페리돈을 경구로 복용한 경우가 아니라, 암 환자 치료 중 발생한 오심, 구토 증상 조절을 위해 정맥으로 돔페리돈을 주사했을 때 심장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였다.”라며, “그 이후 확인된 희귀한 사례들로는 유즙 분비를 위해서 하루에 30mg의 4배인 120mg의 돔페리돈(돔페리돈 12알에 해당)을 4일간 복용 후에 심전도 이상 및 빈호흡 등의 부작용을 보인 경우 등 몇몇 증례가 있을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나다, 유럽 등의 여러 나라에서는 저용량의 돔페리돈이 전 의원이 말하는 심각한 심장 부작용을 보인 유해 사례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지금도 30mg 안팎의 저용량 돔페리돈을 소화기 증상 조절 및 최유제(모유 늘리는 약)로 처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청과의사회는 “정말 돔페리돈이 위험한 약이라면 전 의원이 조사한 10개월 간 처방된 7만 8,000여 건 중에서도 부작용 사례 보고가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아직 보고된 바가 없다.”라며, “부작용이 7만 8,000분의 1의 확률도 안 된다면 그 약을 위험한 약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전혜숙 의원이 오히려 돔페리돈의 안전성 데이터를 제공한 셈이나 다름없다.”라고 주장했다.

또, 식약처가 수유모와 소아의 돔페리돈 처방을 금기시켰으나 의사들이 무시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돔페리돈 정제와 돔페리돈 말레산염 정제로 나뉘는 국내 돔페리돈 함유 처방약 중 식약처 금기 약물은 돔페리돈 말레산염 정제이며, 산부인과나 소청과에서 최유제로 사용하는 약물은 돔페리돈 정제라고 해명했다.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소청과의사회는 이어 “전 의원은 돔페리돈을 식약처가 처방금기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이 무분별하게 처방하고 있으며, DUR을 통한 제재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거짓이거나 그의 무지를 들어내는 발언이다.”라며, “전 의원이 말하는 DUR의 한계는 의사 처방약이 아니라 오히려 약국에서 시판되는 돔페리돈 함유 약에 해당된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돔페리돈이 포함된 약들은 의사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해 환자 임의로 복용이 가능하지만, 약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일반약은 DUR 프로그램이 탑재돼 있지 않으므로 돔페리돈이 함유된 소화제를 환자가 임의로 사먹은 뒤 병ㆍ의원으로 내원했을 경우 의사는 그 사실을 알 수가 없으며, 돔페리돈을 또 다시 처방했을 경우에는 환자가 과용량을 복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소청과의사회는 “과용량 복용 시 심장에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돔페리돈 제제는 약국에서 판매하지 못하게 한 유럽 여러 나라들처럼 ‘돔페리돈 일반약 판매 금지 조치’를 하고, 약국에서 판매하는 모든 일반약들도 DUR 대상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 의원을 향해 상용량의 돔페리돈에 의한 수유모 부작용 사례 및 최유제로 사용했을 때 신생아에게 미치는 심장 부작용에 대한 사례가 있다면 즉시 공개하고, 돔페리돈 일반약 판매금지 및 일반약 DUR을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대한모유수유의사회(회장 김화중)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돔페리돈이 심장 관련 부작용과 연관성은 몇몇 연구 결과에서 밝혀져 있는 사실이나, 이러한 관련은 거의 대부분 나이가 60세 이상이거나 하루 총 용량이 30mg을 초과했을 때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시판되는 돔페리돈은 대부분 10mg 제형이며, 일반적으로 하루 30mg 이하로 처방되고 있다.”라며, “수 년 전부터 대한모유수유의사회 역시 젖양 증가 목적으로 돔페리돈 처방 시 하루 10mg, 3회 이내로 처방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 현재 전 세계적으로 돔페리돈 처방을 금지하는 나라보다는 저용량으로 처방을 하는 나라가 훨씬 더 많다면서, 미국 FDA의 권고 사항이 의학의 절대적 진리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모유수유의사회는 무엇보다 현재 국내에서 돔페리돈 처방과 관련해 부정맥이나 심장 관련 부작용이 발생한 사례가 없다며, 이번 자료는 돔페리돈의 심장 관련 부작용에 대한 정밀한 배경 지식 없이 급하게 발표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혜숙 의원
전혜숙 의원

의사들의 강한 비판이 이어지자 전 의원이 12일 역공에 나섰다.

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유럽의 어떤 나라 식약처도 돔페리돈은 수유를 통해 아이에게 심장 관련 부작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모유촉진제로 허가하지 않고 있다.”라며, “유럽 등 여러나라가 모유촉진제로 처방하고 있다는 주장은 거짓이다.”라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임현택 회장과 일부 동조자들은 돔페리돈이 마치 모유 촉진제로 허가된 약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자신들의 불법 처방을 합법인양 선전해 돔페리돈 복용환자로부터 면피하려는 것으로, 악의적으로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라고 날을 세웠다.

또, 소청과의사회가 “식약처 처방금기 지정 약물은 ‘돔페리돈 말레산염 정제’이지, ‘돔페리돈 정제’는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도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하며, “돔페리돈 정제든 돔페리돈 말레산염이든 식약처는 둘 다 태아에 위험성이 높아 주의해야 할 임부금기 성분으로 지정하고 있고, 심평원의 DUR은 임부금기로 경고한다.”라고 반박했다.

전 의원은 이어 “돔페리돈에 대한 부작용 사례가 보고된 바 없다고 했지만, 국정감사에서 식약처는 약물 부작용에 대한 모니터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답했으며,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은 올해 4월 지난 25년 간 2,882건의 돔페리돈 관련 부작용 보고가 접수됐다고 했다.”라면서, “하지만 이러한 수치는 빙산의 일각이며, 환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주고 조사하면 더 많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식약처 국감에서는 산부인과에서의 돔페리돈 처방 현황만 살펴봤지만, 이제 소아청소년과의 돔페리돈 처방 실태의 문제점을 철저히 조사할 것이다.”라고 경고하며, “돔페리돈 복용 환자에 대한 부작용 발생 사례도 추적해 밝혀낼 것이니 돔페리돈 관련 부작용 사례가 있을 경우 의원실에 연락해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전 의원은 임 회장 등이 단지 사실관계를 오인한데만 그치지 않고 자신에 대한 명예훼손까지 했다며, 명예훼손과 모욕에 대해 민ㆍ형사상 책임을 묻는 등 모든 법적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소청과의사회도 이날 바로 전 의원의 역공에 대응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재반박 성명을 통해 “이 나라 어린이와 아이 엄마들의 건강문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 사안에 대해 전문가 단체의 비 전문가적 주장에 대한 올바른 지적을 수용하지 않고 사법처리를 운운하고 있다.”라며, 전 의원의 법적 대응 예고를 비판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전 의원이 제시한 돔페리돈의 산부인과 처방(10개월간 7만 8,000여 건)은 산부인과를 내원한 환자들 중 돔페리돈 성분이 포함된 약을 처방받은 경우로, 임산부나 수유모 뿐만 아니라 내원한 모든 환자군이 포함돼 있으며, 돔페리돈 말레산염이 아닌 모든 돔페리돈 함유 의약품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산부인과의사들이 금기약제를 10개월간 7만 8,000여 차례 임산부나 수유부에 처방했다는 주장은 오류라는 지적이다.

또한 미국 FDA에서 돔페리돈의 위험성을 경고한 것은 경구로 복용한 저용량(돔페리돈 30mg)이 아닌, 항암 환자의 구토증상 조절을 위해 사용했다가 발생한 심장 합병증 사례임을 재차 강조하고, 당시 환자는 정맥으로 1,000mg의 돔페리돈을 4시간 간격으로 투여받았다고 설명했다.

전 의원이 ‘유럽 어느 나라에서도 돔페리돈을 모유촉진제로 허가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유럽에서도 돔페리돈을 수유부에게 처방하는 사례는 존재한다.”라고 반박했다.

소청과의사회에 따르면, 영국 모유수유네트워크가 2015년 발간한 문서에는 ‘돔페리돈이 미숙아나 젖양이 부족한 엄마들에게서 프로탁틴과 젖양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건강하고 젊은 수유부에서 돔페리돈이 위험을 야기한다는 연구는 없다. 캐나다 모유수유 전문가들의 합의된 성명서에 의하면 모유촉진제로 처방된 돔페리돈으로 인해 부작용이 생기는 것은 매우 드물다고 밝히고 있다’라고 언급돼 있다.

또, 지난 2012년 캐나다 모유수유 전문가들의 합의문에는 “돔페리돈은 혈중 프로탁틴 수치를 증가시키며 젖양이 부족한 여성에서 성공적인 젖양 증가를 목적으로 사용돼 왔다”고 나오며, 미국소아과학회에서도 돔페리돈을 모유수유시 복용할 수 있는 약물로 분류하고 있다.

아울러 돔페리돈 부작용도 식약처의 2016년 2월 허가사항 변경지시 문건에 따르면, 이상사례가 보고된 다른 의약품에서 발생한 이상사례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많이 보고된 이상사례는 ‘전신 및 투여부위 이상 부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전혜숙 의원은 아직도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고 기자회견문 마지막에 돔페리돈을 금기약으로 주장하고 있다.”라며, “지금이라도 국민 건강을 위해 DUR시스템 사각지역에 있는 약국 내 돔페리돈 함유 약제에 대한 대책마련에 앞장 서라.”고 주장했다.

전혜숙 의원
전혜숙 의원

한편, 기획재정위원회 윤호중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지난 13일 “미국 판매 금지 의약품인 돔페리돈이 지난 2011년부터 5년간 총 22톤이 수입됐다.”라고 말해 논란에 가세했다.

윤 의원은 “돔페리돈은 수유하는 산모에게 투약하면 신생아 심장질환 등 심각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제품으로 급성 심장사 위험으로 2004년부터 미국에서 판매가 금지된 약물이다.”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시중에 판매되는 돔페리돈이 들어간 소화제들은 1병당 10mg의 돔페리돈이 사용된다. 돔페리돈 22톤을 로스를 계산하지 않고 순순히 판매용으로 제작했다고 가정하면 총 22억병을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라며, “해당 22톤은 성분만 들어온 것이고, 반제나 완제로 들어온 경우는 HS코드가 달라 이들의 양까지 더하면 실질적으로는 더 많은 양이 수입됐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법적으로 생산 판매를 금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무방비로 들여와 처방돼 복용하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지금이라도 조속히 식약처와 논의해 돔페리돈에 관한 수입을 전면 중지하고, 돔페리돈 수입 관리에 대한 점검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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