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미약품 ‘올리타’ 부작용 논란이 제약업계를 강타했고, 이로 인해 제약업계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했다. 하지만 제약업계는 신약개발을 통한 경쟁력 확보보다 산업 발전과 글로벌 진출에 중요한 요소가 없다며, 신약개발의 뜻을 꺾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더욱이 임상시험이 중단됐으나 재개된 사례가 있는 만큼, 제약업계는 이번 논란이 신약개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대되지 않길 바라고 있다.

정부가 ‘2020년 세계 7대 제약강국 도약’이라는 비전을 제시한 후, 제약산업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했다. 특히, 신약개발에 집중하는 제약기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제약산업계도 기대감에 호응하듯 신약개발을 위한 R&D 투자비율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혁신형 제약기업별 R&D 투자현황’ 자료에 따르면 40곳의 혁신형 제약기업의 R&D 투자비는 2012년 9,080억원에서 2013년 9,743억원, 2014년 1조 582억원 등 연평균 8% 증가됐다.

셀트리온과 한미약품의 경우,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동안 평균 1,578억원과 1,051억원 등 1,000억원 이상을 R&D에 투자했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은 2012년 11.7%에서 2013년 12.0%, 2014년 12.3% 등 지속적으로 증가됐다. 크리스탈지노믹스와 이수앱지스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은 무려 191.9%와 118.5%로, 매출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R&D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셀트리온은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이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램시마’ 개발에 성공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유럽의약품청(EMS)로부터 판매허가를 획득했다. 한미약품은 2015년에만 총 5건의 대규모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으로만 7,000억원을 받았다.

제약산업계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자, 정부도 ‘7.7 약가제도 개선안’ 등의 정책을 제시하며, 신성장동력으로서의 제약산업 육성을 천명했다. 이에 따라 혁신형 제약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그러나 국내 제약산업의 분위기가 2016년 9월 30일을 기점으로 반전됐다.

한미약품이 글로벌 혁신신약으로 개발중인 ‘올리타’(성분 올무티닙)의 글로벌 임상중 예상치 못한 중증 피부이상반응으로 피험자가 사망했으며, 글로벌 파트너사인 베링거인겔하임이 올리타 임상을 중단하고 올리타에 대한 권리를 반환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미약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사망자 발생에 대한 늑장보고 등을 이유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로부터 온갖 질타를 받았다. 또한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18일에 열리는 종합 감사에서 악재 관련 늑장공시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한미약품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비단 한미약품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이번 논란으로 제약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도 및 신약개발에 대한 기대감도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올리타 부작용 논란이 비과학적인 이유로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고려대 의대 김열홍 교수는 지난 4일 올리타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사건은 환자들을 배제한 채 비과학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라며, “항암제 개발과정 중 사망사례는 1~2례 정도 발생되기 때문에 뉴스거리가 아니다. 여러 시점과 맞물리며 사회적 이슈가 됐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제약산업계는 신약개발 자체가 쉽지 않은 것이라면서 제약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한 번은 겪어야 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각 질환의 FDA 임상 단계별 성공 가능성(출처: SK증권)
각 질환의 FDA 임상 단계별 성공 가능성(출처: SK증권)

FDA 신약허가 관련 자료에 따르면 임상 1상부터 신약승인까지 FDA의 허가를 받을 확률은 단 9.6%다. 특히, 항암제의 성공확률은 5.1%에 불과했다. 즉, 신약 파이프라인 10개 중 1개만 의약품 시장에 출시되고 있으며, 나머지 9개는 빛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A 관계자는 “임상단계에서 실패한 사례는 워낙 많으며 특히, 글로벌 신약개발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번 올리타 사태도 신약개발 과정 중 하나일 뿐이다.”라며, “국내 제약산업이 발전하는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B 관계자는 “한미약품 사태로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개발에 대한 의지가 약해지지 않았으면 한다.”라면서, “조금 더 집중된 모습으로 신약개발을 진행하겠다.”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신약개발 과정이 중단됐다고 해서 모든 파이프라인이 바로 사장되는 것은 아니다. LG생명과학의 ‘팩티브’처럼 시행착오를 겪고도 국내 식약처는 물론, FDA로부터 신약허가를 획득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팩티브는 LG생명과학이 지난 1991년부터 연구에 착수해 약 12년 만에 신약으로 허가 받은 퀴놀론계 항균제다. LG생명과학(당시 LG화학)은 임상 1상 이후 천문학적인 임상비용 부담 및 인프라 부족 등을 이유로 1997년 GSK(당시 스미스클라인비참)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미국 및 유럽 등에서 공동으로 다국적 임상을 진행했다.

LG생명과학은 임상완료 후 FDA에 신약 승인신청을 했지만 2000년 12월 승인유보를 통보 받았으며, 승인 재신청을 준비하던 2002년 4월에는 GSK가 팩티브에 대한 개발 포기 의사를 밝혔다. LG생명과학은 승인유보와 제휴종결에도 포기하지 않았고, 새로운 파트너사인 진소프트와 함께 재도전한 끝에 2003년 4월 FDA로부터 팩티브에 대한 허가를 획득했다.

임상을 중단했다가 재개한 사례도 있다. SK바이오팜의 ‘YKP3089’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SAIT101’이 그렇다.

SK바이오팜은 올해 1월 FDA로부터 뇌전증 치료신약인 YKP3089에 대한 임상 재진행을 허가 받았다. 앞서 2015년 말, SK바이오팜은 글로벌 임상 중 약물에 의한 중증 피부이상반응이 발생해 FDA로부터 부분적 임상중단을 통보 받은 바 있다.

SK바이오팜은 중증 피부이상반응이 YKP3089로 인한 것이 아님을 입증했다. SK바이오팜은 2018년 승인을 목표로 피피디디벨럽먼트피티이엘티디에 위탁해 YKP3089의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대 주주인 바이오젠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2012년 10월 개발을 중단했던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SAIT101에 대한 임상을 재개했다.

다만, 이번 임상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직접 진행하는 것이 아니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아스트라제네카가 설립한 합작사 아키젠을 통해 진행한다. 아키젠은 올해 6월 FDA로부터 임상 1상을 허가 받았다.

C 관계자는 “신약을 하나 개발하기까지 10년에서 15년의 시간이 걸린다. 개발기간이 길다 보니 임상중단 등과 같은 변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것이 다 신약개발의 과정이다.”라며, “제약산업은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산업이므로, 믿고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라고 요구했다.

D 관계자는 “신약개발이 쉬웠다면 아무나 도전할 것이다. 하지만 신약개발은 성공할 확률이 낮고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국가차원에서 중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육성전략을 세운 후 뚝심 있게 밀고 나가야만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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