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가 중국 시장 공략에 집중하기로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에프’의 글로벌 개발 전략을 수정했다.

녹십자(대표 허은철)는 글로벌 전략과제에 대한 사업 진단 결과, 유전자 재조합 A형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에프’의 미국 임상을 중단하고 중국 시장 공략에 집중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녹십자는 2012년부터 2~3년 정도 진행을 목표로 그린진에프의 미국 임상을 진행해 왔으나 신규환자 모집이 쉽지 않았다. 결국 녹십자는 투자비용 증가와 출시지연에 따른 사업성저하를 우려해 미국 임상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대신 미국 임상 후속으로 준비해 오던 중국 임상에 집중할 계획이다. 녹십자는 올해 7월 중국 허가당국으로부터 임상을 승인 받았으며, 오는 2018년 종료를 목표로 임상을 진행 중이다.

녹십자는 완주에 의의를 두기보단 성장 잠재성이 큰 시장으로 방향을 선회해 투자 위험을 최소화하고 후속 제품 개발에 주력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녹십자는 “중국 진출은 이미 20여년 동안 혈액제제 사업을 중국에서 영위하면서 쌓아온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녹십자의 중국공장에서 생산되는 혈장 유래 A형 혈우병 치료제는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 전체 관련 시장 점유율이 35.5%로 1위를 차지하고 있어서 시장 안착도 긍정적이다.”라고 분석했다.

중국 혈우병 치료제 시장은 구조나 성장 잠재성측면에서 녹십자가 공략하기에 적절하다. 중국 시장은 유전자 재조합제제 중심의 여타 글로벌 시장과 정반대로 혈장 유래 제품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현재 시장 규모는 1,000억원에 못 미칠 정도로 미미하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는 중국 시장 분석 보고서에서 중국 인구 백만명당 혈우병 치료제 투여량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현격히 낮아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녹십자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 혈우병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아직 10명 중 2명꼴이지만, 중국의 경제 성장과 의료 환경이 개선되면서 치료 환자의 비율과 치료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중국 시장에서 혈우병 치료를 위한 혈액제제는 최근 5년간 연평균 20%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 그린진에프와 같은 유전자 재조합제제의 경우 매년 30% 이상 급성장하고 있다.

녹십자는 미국 시장 재진입 모양새도 갖췄다. 녹십자는 약효 지속기간을 크게 늘린 차세대 장기지속형 혈우병 치료제로 미국 시장 문을 다시 두드린다는 계획이다.

이미 기존 약물보다 약 1.5~1.7배 약효 지속기간을 늘린 혈우병 치료제가 미국 시장에 출시되고 있지만, 녹십자는 이들 제품보다 최대 2배(기존약물 대비 3배) 지속되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개발 속도를 끌어 올린다면 충분히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허은철 사장은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상황, 투자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이다. 현실적으로 공략이 가능한 시장에 집중하고 차별화된 후속 약물 개발을 가속화 시키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