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일 열린 대한의사협회 임시대의원총회에서 특별감사단의 감사보고가 진행됐다. 특별감사단은 약 2개월여 동안 검토한 회무감사 결과를 보고했고, 대의원들은 보고서를 압도적으로 채택했다. 일반적으로 감사는 잘못을 들춰내고 문제점을 개선하라고 요구하는 악역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특별감사단은 기존 감사의 틀을 벗어나 잘못은 지적하되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 성과를 찾아내 소개하는데도 시간을 할애했다. 이철호 전 특감단장(의사협회 대의원회 부의장)을 만나 소회를 들어봤다.

장영식 기자: 안녕하세요, 부의장님?

이철호 부의장: 어서오세요. 반가워요.

장영식 기자: 임시총회 직후에 찾아뵈려고 했는데 늦어졌네요. 어느덧 한 달이 지났습니다.

이철호 부의장: 벌써 그렇게 됐네요.

장영식 기자: 먼저, 특감을 마친 소감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철호 부의장: 의사협회 사상 처음으로 회무 전반을 점검하는 특감이었어요. 방대한 자료를 검토하고 짚어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사람 몸으로 이야기하면 건강검진을 아무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죠. 우리가 검토한 문서가 만 장이 넘을 겁니다. 의협에 자료를 요청했는데 생각보다 없는 자료가 많았어요. 자료를 요청하고, 자료가 오면 검토해서 다시 요청했죠. 이런 수정과 보완 작업만 여러 차례 반복했어요.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습니다.

장영식 기자: 고생을 많이하셨죠?

이철호 부의장: 저보다 다른 감사들이 고생을 많이 했죠. 이용진 특감은 협심증으로 스탠트를 넣었어요. 총회때도 못나오게 하려고 했는데 본인이 끝까지 마무리를 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때가 스텐트 수술을 한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 거에요. 최장락 특감은 대상포진 때문에 고생했고, 원형탈모가 온 특감도 있었어요.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또, 특감 모두 여름휴가도 못갔습니다.

장영식 기자: 희생을 많이 하셨군요. 특감을 시작하면서 무엇에 중점을 두셨나요?

이철호 부의장: 회원들이 궁금해 하는 사안을 확인하는데 중점을 뒀죠. 의료일원화 문제와, 한방사의 의료기기 불법사용 문제, 원격의료 등 현안에 대해 집중했습니다. 또, 의료정책연구소의 역할과 시스템에 대해서도 짚어봤죠. 참고로 전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한방사의 의료기기 불법사용이라고 말해요. 현대의료기기는 무조건 의료기기이고, 한방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하면 무조건 불법사용이죠.

장영식 기자: 특감 진행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이철호 부의장: 정능수 감사 이야기를 들어보니 기존 감사를 할때는 심도 있는 감사를 안했다고 하더군요. 이번 특감은 심도있게 진행했어요. 특감단 내에서 자료를 먼저 충분히 검토하고 내부 논의를 통해 정보를 공유한 후에 대면감사에 들어갔죠.

장영식 기자: 특감단이 사전 정보 취합과 논의를 많이해서 집행부가 곤란했겠네요.

이철호 부의장: 시간을 많이 투자해서 준비를 했는데, 오히려 우리가 요구한 자료가 준비안된 게 많았어요. 처음엔 자료가 너무 없어서 당황하기도 했죠. 일을 열심히 해도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아쉬웠습니다. 결국 만들어 주는 방향으로 진행했죠.

장영식 기자: 특감 내용이 방대해서 발표내용을 선별하기가 곤란했을 것 같은데요?

이철호 부의장: 사실 어떤 내용을 중점적으로 발표할지를 두고 하루종일 회의를 했어요. 대의원이라면 이 정도는 알아야겠다는 부분 위주로 발표했어요.

장영식 기자: 임시총회에서 특감보고서가 높은 찬성률로 채택됐는데, 지난 4월 정기총회에서 한 번 거부당했었기 때문에 부담도 컸을 것 같습니다.

이철호 부의장: 심적인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민감한 부분, 정치적인 부분 위주로 진행하면 관심은 끌 수 있죠. 하지만 우리는 편향된 감사가 아니라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사실만으로 정리하고 모든 판단은 대의원에게 맡기기로 의견을 모았어요. 그래서 많은 호응을 얻으며 통과됐다고 생각합니다.

장영식 기자: 특감단이 감사결과를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 보고할 때 집행부도 함께 참석했죠?

이철호 부의장: 특감 결과를 운영위원회에서 보고할 때 집행부와 함께 한 이유는 집행부도 미리 내용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였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실관계를 점검하는 차원이기도 했죠. 집행부가 크게 수정을 요구한 사항은 없었어요. 다만, 연구소와 관련해서 실명을 언급한 부분을 수정해 달라고 요청해서 교정했어요.

장영식 기자: 특감을 마친 현재, 후회되거나 아쉬웠던 점은 없었나요?

이철호 부의장: 특감 기간이 조금 더 길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어요. 보고서를 만들어서 대의원들에게 보내야 하니까 촉박했습니다. 6개월 정도 했으면 좀더 세밀하게 할 수있었을 텐데 아쉽기도 해요. 또, 한가지는 감사기간이 2015년 4월부터 2016년 3월까지 한정된 점도 아쉬웠죠. 일부 회무는 감사기간 앞뒤로 연관된 부분이 있어서 전후를 확인해야 할 사안도 있었거든요.

장영식 기자: 특감 전후 주위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들었나요?

이철호 부의장: 특감 전 제보해 준다는 분들이 있었는데 만나지 않았어요. 미리 들으면 편향된 시각으로 감사할 수도 있으니까요. 주로 기존 자료와 언론보도 내용을 참고했어요. 특감이 끝난 후에는 객관적으로 잘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일부 민감한 부분에 대해 좀 더 결론을 강하게 내 달라는 의견도 있었는데 그 부분은 특감의 권한이 아니라고 이야기해줬죠. 우리는 있는 그대로를 알려주고, 결정은 대의원과 회원이 하는 것이니까요.

장영식 기자: 현직 감사로 특감에 참여한 정능수 감사가 정기감사에서도 특감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는데요. 따로 조언해 줄 말이 있나요?

이철호 부의장: 그 부분에 대해 미리 논의했습니다. 특감처럼 정밀한 감사를 매년 할 수는 없으니, 회장이 바뀐 첫해 정밀 감사를 하고, 이후 감사는 이때 나온 문제점을 확인하는 위주로 진행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모았어요.

장영식 기자: 이번 특감이 도움이 되겠는데요?

이철호 부의장: 우리가 집행부에 무엇을 요구했는지 정리돼 있고, 상임이사의 동선도 알 수 있도록 정리했어요. 특감을 하면서 만든 자료들이 감사단은 물론 집행부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장영식 기자: 특감에 의미를 부여한다면요?

이철호 부의장: 의협은 공익단체가 아니고 회원의 권익을 위한 단체입니다. 집행부는 회원들이 원하는 것과 요구하는 것을 잘 파악해서 회원을 충족시킬 수 있는 회무를 해야 합니다. 이번 특감이 그런 방향을 제시했다고 생각해요.

장영식 기자: 화제를 바꿔서 현안에 대해 이야기해 보죠. 최근 만성질환관리 수가 시범사업과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에 대한 감사요청이 접수됐죠?

이철호 부의장: 감사단과 대의원의장 앞으로 수시감사 요청이 접수됐어요. 감사단에서 오는 10월 정기감사에서 다루기로 했고, 5일 운영위원회 화상회의에서 감사단의 의견을 존중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장영식 기자: 전문가평가제에 대해 개인의견을 말해줄 수 있을까요?

이철호 부의장: 소위 면허제도 개선을 위한 전문가평가제, 즉 의사 상호감시체계 구축은 내재돼 있는 문제점이 많아서 간단한 사안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변호사협회처럼 자율징계권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원칙적으로 반대합니다. 그동안 복지부와 어떠한 수준까지 협의하고 합의했는지를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발표내용 및 법안을 살펴보니 우려할 점이 너무 많아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영식 기자: 어떤 점이 우려되나요?

이철호 부의장: 복지부가 의협 협상팀과 합의안을 만들어 발표하기로 해놓고, 보도자료를 추가로 발표했죠. 이런 부분은 서로의 신뢰와 관계된 겁니다. 행정처분 규칙을 보면, 의협안은 경고부터 12개월까지인데, 복지부는 무조건 12개월 자격정지로 명시했죠. 이런 식의 신뢰를 가지고 있는데 의협이 시범사업에 덜컹 참여하는 것은 옳지 않죠.

장영식 기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철호 부의장: 자율징계권을 우리에게 준 게 아니고 의사들끼리 동료를 감시하는 악역만 맡겼어요. 변호사협회처럼 의협을 믿고 자율징계권을 주던가, 못믿겠으면 우리가 올리는 기준을 적용하도록 법에 명문화해야 합니다. 송병두 특별위원장과 김봉천 기획이사가 협상단계에서 잘 접근했다고 평가합니다만, 복지부가 엉뚱한 자료를 낸 것이 문제입니다. 추무진 집행부가 시범사업을 뒤로 미루더라도 이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영식 기자: 추무진 회장과 운영위는 의사소통을 하고 있나요?

이철호 부의장: 과거에 비해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과거 운영위원회가 옥상옥이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지금 운영위는 힘이 없어요. 집행부에 많이 건의를 하는데 잘 반영해주지는 않더군요. 가장 중요한 것은 회원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주길 바랍니다.

장영식 기자: 추무진 회장과 시도회장단의 관계가 좋다고 합니다. 김록권 상근부회장은 밀월관계라는 표현도 하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철호 부의장: 의협회장과 시도회장이 서로 협조하는 모습은 바람직합니다. 다만, 쓴소리 하는 회장도 있어야 해요. 결혼하면 신혼 초기엔 쓴소리를 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단점을 지적하잖아요? 이제 추무진 회장의 임기도 2년차이기 때문에 지적할 건 지적해야죠. 물론 지적할 때는 대안도 함께 제시해야 합니다. 시도회장님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조언해주길 바랍니다.

장영식 기자: 임수흠 의장이 총회 참석자와 이탈자 명단을 공개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이탈자가 많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요?

이철호 부의장: 두 번 이상 불참하면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의원은 회원을 대표하는 자리입니다. 정관대로 원칙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정관에 관련 규정이 있는 것도 창피한 일이죠.

장영식 기자: 대의원회와 집행부에 한말씀 해주시죠.

이철호 부의장: 대전에서도 해마다 수 십 곳이 폐업을 합니다. 실력 있고 인격을 갖춘 젊은 의사들이 개업할 곳이 없어요. 건물 임대를 2년 계약했는데 6개월 만에 문닫으면 보증금을 다 내야 합니다. 회원들이 어려운 환경 때문에 신용불량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회원을 도와주는 것이 각 지역의사회의 일이고, 의협의 일인데도 배려가 부족한 것 같아요. 물론 큰 틀에서 정책적으로 싸우는 게 맞지만, 애환을 덜어줄 수 있는 그런 부분도 찾아야 합니다. 잘나가는 회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장영식 기자: 어떤 의료환경을 원하세요?

이철호 부의장: 의사들이 생존권을 보장받으면서 환자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의료환경이 만들어지길 기대합니다. 모든 의사들의 생각이 같을 겁니다.

장영식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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