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집권당인 새누리당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에 항의하며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이 위원장을 맡은 상임위원회는 개의조차 못했으며, 야당이 위원장인 상임위는 야당 위원들만 참여한 채 반쪽짜리로 진행되고 있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한 조사를 행하는 것으로, 국회가 입법 기능 외에 정부를 감시ㆍ비판하는 기능을 가지는 데서 인정됐다.

이처럼 국회의 중요한 기능이자 ‘의회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국정감사가 집권여당의 보이콧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얼룩진 것이다.

집권여당의 보이콧으로 국정 감사가 파행을 겪은 것은 지난 1988년 제13대 국회에서 국정감사 제도가 부활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보건복지위원회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위원장의 진행으로 26일부터 30일까지 닷새째 절름발이 국감을 진행했다.

날카로운 지적은 찾아볼 수 없고, 해마다 반복되는 현안만 되풀이됐다.

물론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전문성과 준비성 부족으로 새로운 이슈 발견을 하지 못했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20대 첫 국감이고, 초선 의원이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피감기관 태도도 문제였다. 많은 기관장들은 ‘검토해 보겠다’, ‘논의중이다’라는 성의없고 원론적인 답변만 녹음기처럼 반복해 국감을 지켜보는 국민을 김빠지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은 이정현 대표가 단식에 나서고 지도부는 정세균 국회의장에 대한 비위 의혹을 제기했으며, 정 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은 고소ㆍ고발 맞불을 놓으며 갈등의 수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김재수 해임건의안 표결로 시작된 집권여당과 국회 수장의 갈등이 법적 다툼으로까지 번지면서 정치 혐오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더구나 새누리당 내에서 국감 복귀 여부를 둘러싸고 균열 양상마저 나와 경색된 정국이 언제 정상화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치권은 국민을 위해 한발씩 양보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국회 정상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남은 기간이라도 여당이 복귀해 정책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국감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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