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지정맥류 치료를 고주파나 레이저로 시술했다 하더라도 치료목적일 경우 실손보험 보상이 가능하도록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이 개정예고된 것을 놓고 의료계 내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성과를 내고도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표준약관이 개정예고되는 과정에서 의사협회와 흉부외과의사회중 누가 더 공이 큰지 다투는 모양새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을 보면서 지난 9월 3일 의협 임시총회에서 특별감사단이 부서별 지적사항은 물론이고 성과를 언급하는데도 시간을 할애한 기억이 떠오른다.

특감단은 지난 6월 3일 첫모임을 갖고, 감사 일정과 방향, 업무 분류, 결과보고 방식 등을 논의했다.

현장에서 만난 이철호 특감단장은 “집행부를 흠집내기 위한 특감이 아니라, 회원들이 지적하는 문제점을 확인하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대안을 찾는 방향으로 특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자리를 함께 한 임수흠 대의원의장도 “흠집내기 만을 위한 감사여서는 안 된다.”라며, “보고서를 제출할 때 지적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대안제시까지 하는 특감이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임시총회에서 특감보고에 나선 이용진 감사는 부서별로 지적사항은 물론이고, 성과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언급했다. 또, 향후 집행부의 회무 방향도 부서별로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용진 감사는 집행부가 대처를 잘한 부분으로 실손보험 관련 종합적 대책을 꼽기도 했다.

이 감사는 "금융당국은 실손의료보험 안정화 대책,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 등을 통해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 정책과 전문심사기관 심사위탁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의사의 진료권이 침해받고 있는 상황에서 잘 대처했다고 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철호 단장이 흠집내기 감사를 지양하고, 성과와 대안을 제시하는 특감을 진행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셈이다.

그러나 이때 변수가 발생했다.

흉부외과의사회장이기도 한 김승진 대의원이 “특감은 의협이 실손보험 대처를 잘 했다고 평가했는데 진실이 아니다. 제대로 감사한 게 맞느냐.”라며 따진 것이다.

김승진 대의원은 ‘금감원 모니터링을 하지 않아 실손보험 표준약관이 변경된 사실을 뒤늦게 파악했고, 실손보험 위원회를 6개월 동안 한차례만 개최했다’는 이유로 집행부가 실손보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또, 이러한 점을 간과하고 집행부를 칭찬한 특감도 제 할일을 못했다고 몰아부쳤다.

집행부가 대의원과 회원 모두를 만족시킬 만큼 실손보험에 잘 대처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김승진 대의원의 지적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이용진 감사는 금융당국이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 정책과 전문심사기관 심사위탁을 전방위적으로 추진했음에도 집행부가 이를 저지해 낸 것에 점수를 줬다.

반면, 김승진 대의원은 올해 1월부터 하지정맥류 시술 시 건강보험 요양급여 대상이 아닌 수술법을 사용한 경우 보상하지 않도록 실손보험 표준약관이 변경된 데 대한 대응이 미흡했다는 이유로 감사의 보고내용을 부정했다.

의협은 19대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장이던 김춘진 의원이 실손의료보험을 전문심사기관에 위탁하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려 했으나 입법활동을 통해 저지했다.

또, 의협은 오신환 의원이 비급여 의료비의 적정성을 전문심사기관을 통해 확인하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기습 발의했지만 이 역시 적극적인 반대의견을 제시해 저지했다.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 정책과 전문심사기관 심사위탁은 모든 의사가 대상이므로, 하지정맥류보다 의료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이다. 의협 집행부가 보험업법 개정을 저지한 것은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다.

과거의 한 사건을 뒤돌아 보자.

지난 2010년 4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리베이트 쌍벌제가 통과됐다.

본회의 통과 당시 재석의원 194명 중 191명이 찬성했다. 반대는 단 한 명도 없었고, 3명은 기권했다.

당시 경만호 집행부는 성명과 보도자료를 수차례 배포하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또, 기자회견을 열어 집회와 시위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국회에서 쌍벌제가 통과된 직후에는 긴급담화문을 발표하고 총궐기로 맞서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회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미 국회 본회의에서 191대0이라는 참담한 결과가 나온 뒤라 후속조치에 나선들 되돌리기 늦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쌍벌제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기 전에 의협 집행부가 적극적인 국회 활동을 통해 저지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리베이트 쌍벌제 입법 과정은 의사들의 정치력 부재를 보여주는 동시에, 협회의 역할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사례다.

현실로 돌아와서, 지난 여름 국회 본회의에서 심평원이 실손보험 심사를 하도록 법개정이 됐다고 상상해 보라. 끔찍하지 않은가?

의협 집행부가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 정책과 전문심사기관 심사위탁을 저지한 것은 충분히 평가받을 만 하다.

그동안 리베이트 쌍벌제 사례처럼 법안이 통과되면 모든 비난이 의협으로 집중되는 반면, 발의된 법안을 입법활동으로 저지해도 의협은 성과로 인정받지 못했다.

때문에 특감에서 실손보험 대처 부분을 공개적으로 성과로 인정한 것은 시사점이 크다.

흔히 감사를 회무의 감시자로 부르곤 한다. 또, 더 많은 지적사항을 열거하는 감사를 더 유능하다고 평가하곤 한다.

올해 특별감사를 계기로 지적하는 감사보다 칭찬하는 감사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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