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과 대한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이 국정감사장에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두고 맞붙었지만 다소 허무하게 마무리됐다. 두 단체장에 대한 질문은 단답형으로 마무리되고, 복지부에 관련 질의가 더 집중됐기 때문이다.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한의사 의료기기 문제와 관련해 협의체에서 결론이 도출됐는지 질의했다.

이에 대해 김필건 한의협 회장은 “19대 국회에서 공청회까지 열면서 문제에 관심을 가져줘서 감사한데, 한의협은 최선을 다해 협의체에 임했지만 지난해 12월을 끝으로 일방적으로 결렬됐고 결론을 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권덕철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협의체가 잠정 중단됐는데, 양 단체의 의견이 어느 정도 접근되면 다시 속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한의사 의료기기 문제는 의료일원화와 함께 중단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19대에서 사법적 판단이나 국회 판단을 갖고오지 말고 전문가들이 자격과 전문성을 갖고 정부와 양 단체가 책임성 있게 결론을 도출하라고 한건데, 지금까지 결론이 안나고 있다.”라며, “전문인의 능력과 책임의식을 믿어서 합의를 맡긴건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1년 가까이 중단된 상황이라면 복지부가 결정할 문제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정진엽 장관은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시도를 해봤다. 양한방 일원화 문제도 논의해봤고, 8월에는 전문가, 시민단체 간담회도 개최했다.”면서, “하지만 직역간 갈등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라고 토로했다.

그러자 정 의원은 “이렇게 놔둬도 될 문제가 아니다. 종합국감 전까지 협의체를 통해 논의를 다시 시작하고, 연말까지 결론을 내달라.”고 주문했고, 정 장관은 단체장들과 상의해 협의체 논의를 재개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정 의원은 추무진 의사협회장에게는 현행 의료법에 의료인에 대한 구체적 면허범위와 직무범위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 질의했다.

추무진 회장은 “의료법은 모든 국민이 수준높은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국민건강을 보호ㆍ증진하는 것이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함으로써 사람의 생명과 신체, 공중위생에 대한 위험을 방지해 국민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라며, “포괄적으로 의사들은 의료와 보건지도를 임무로 하고 있고 치과의사는 치과의료와 구강보건지도, 한의사는 한방의료와 한방보건지도를 한다고 규정돼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정 의원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는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업무를 다뤄도 좋다고 하는 유일무이한 면허를 가진 전문가이므로 자신의 면허범위 내에서 역할과 의무를 다할 것으로 생각해서 하나하나씩 의료법에 쓰지는 않은 것이다.”라며, “그런데 최근 전문인으로서 전문범위를 인지하지 못하고 계속 법원의 판단을 구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어 “치과의사의 보톡스, 프락셀 레이저 시술이 합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에 동의하느냐.”라고 물었고, 추 회장은 “대법원 판례에 대해서는 여기서 왈가왈부할 수는 없을 것 같다.”라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다만 추 회장은 “면허제도를 국가가 엄격히 관리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면허를 받고나서도 전문의 제도를 둬서 더 구체적이고 학문적으로 공부하고, 그 이후에도 연수교육, 평점을 통해 더 전문적으로 공부를 많이 하는것은 국민 건강, 환자 생명과 안전이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지난 2012년 12월 개정된 복지부의 치과의사 관련 고시에 따르면 2년차에 레이저, 3년차에 안면미용성형으로 보톡스와 필러가 포함돼 있는데 그때 의협의 입장은 무엇이었느냐.”라고 물었고, 추 회장은 “그건 최근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대법원이 해당고시를 예로 들며 치과의사의 미용목적 보톡스에 대해 합법 판결을 내렸는데, 앞으로 각 직역의 교육과정, 전문과 이름 변경 등을 할 때 타 직역의 의견을 필수적으로 들어야 할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복지부가 해당고시에 명확히 의학과 치의학을 구분한걸 전제로 해서 치과의학을 목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범위 안에서 제한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열어놓은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복지부가 2009년 12월 유권해석에서 치과의사가 치료목적이 아닌 미용목적으로 턱 보톡스, 코와 입술 보톡스 주입은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최근 다른 판단을 한 것이다.”라며, “각 직역의 직무범위에 대해 복지부가 명확히 규정을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정진엽 장관은 “의학이 전문적이고 발전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법령에서 다 규정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고 생각한다.”라며, “결국 전문가들과 소비자 의견, 사회적 공감대 등을 거쳐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정 의원은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다. 전문가 식견을 믿고 국민건강을 기본으로 할 것이라며 직역을 나눴는데 지금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복지부가 면허와 관련된 판단을 명확히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고, 정 장관은 “문제의 소지가 있는 사례가 계속 발생하는데,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모두 파악하기 쉽지 않은 점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자신의 면허범위를 벗어나는 분야에서 임의적으로 치료하며 국민이 받게될 피해를 생각한다면, 직역간 역할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거듭 지적했고, 정 장관은 “양쪽의 영역이 중첩되는게 더 큰 문제다.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각 직역과 긴밀한 협의를 해 나가겠다.”라며 이해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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