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의장 임수흠)는 지난 3일 임시대의원총회에서 김세헌 감사를 불신임했다. 김세헌 감사는 재석대의원 167명 중 106명(63.47%) 찬성으로 불신임됐다. 정관에 감사 불신임에 대한 규정이 없어 법률자문을 얻어 의결조건으로 정한 출석대의원 2분의 1을 훌쩍 넘긴 결과였다. 하지만 김세헌 감사는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그는 자신을 불신임할 목적으로 거짓으로 감사업무를 방해한 대의원을 명예훼손으로 형사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또, 의협을 상대로 감사업무정지 가처분 소송도 제기하겠다고 선언했다. 감사 불신임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김세헌 전 감사가 소송을 통해 명예회복에 나서겠다고 예고하면서, 법정다툼을 피할수 없게 됐다.

김세헌 전 감사는 임시총회 당시 신상발언에서 자신의 불신임 사유가 정관에 규정된 불신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불신임 사유서가 사실과 다르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감사단이 정관위반이 아닌데 정관위반이라고 보고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정관위반이라는 단정적 표현을 명시한 것이 협회의 명예를 훼손해 불신임 사유라고 주장한 데 대해 ‘모함’이라며 반발했다.

김 전 감사는 감사업무규정에 따라 충실히 감사업무를 수행했다며 법정 다툼으로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전 감사의 반발로 의협 규정상 불신임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불신임 의결 조건, 불신임 과정이 적법했는지 여부 등이 법정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관상 불신임 사유 해당되나?
김세헌 전 감사가 불신임된 이유는 무엇일까?

불신임을 발의한 대의원이 지난 4월 정기총회 직전 작성한 사유서에 따르면 불신임 이유는 ▲추무진 집행부 회무ㆍ회계에 대한 부실 감사 ▲대의원총회의 위상 실추 및 혼란 초래 ▲ 의사협회, 개원의협의회, 경기도의사회, 수원시의사회 등 4개 단체 감사 직무 중복 및 편향 감사 등 세가지다.

대의원들이 김세헌 감사 불신임 투표 결과를 확인하는 모습
대의원들이 김세헌 감사 불신임 투표 결과를 확인하는 모습

의협 정관 제20조2(임원에 대한 불신임)1항에 따르면, 임원의 불신임은 ‘금고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때(의협 회무 수행으로 인한 경우 예외)’, ‘정관 및 대의원총회의 의결을 위반해 회원의 중대한 권익을 위반한 때’, ‘협회의 명예를 현저히 훼손한 때’에 가능하다.

대의원들이 제시한 불신임 사유가 정관 사유에 해당할까? 임시총회 전후 대의원들은 감사 불신임 사유가 정관에 위배되는지에 대해 ‘모르겠다’거나 ‘불신임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대의원은 노골적으로 “규정상 김세헌 감사는 불신임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와 마찰을 빚어 괘씸죄에 걸린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불신임 의결 조건 2분의 1 맞나?
지난 4월 정기총회에서 임수흠 의장은 이동욱 등 대의원 87명이 감사 불신임 동의서를 제출하자 법률자문을 받은 후 절차를 밟겠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이후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7월 16일 회의에서 “감사 불신임 여부에 대한 법률자문 결과, ‘감사의 불신임은 가능하며 의결조건은 재적대의원 2분의 1 이상 출석과 출석대의원 2분의 1 이상 찬성’으로 회신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특히, 운영위원회는 집행부와 각각 법률자문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곳 모두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선출직인 감사의 불신임 조건이 임명직 임원의 불신임 조건보다 상대적으로 가볍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20조의2 제3항은 ‘회장이 임명한 임원에 대한 불신임은 재적대의원 3분의 2이상의 출석과 출석대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4월 정기총회에서 김해영 의협 법제이사도 감사의 불신임은 회장에 준해서 3분의 2이상 출석, 3분의 2이상 찬성으로 의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불신임 과정서 허위사실 발표?
이동욱 대의원은 불신임 사유를 발표하면서, 감사단 합의가 아닌 김세헌 감사 단독 명의로 여러차례의 공문을 보내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와 부적절한 공방을 벌였다고 지적했다.

마치 감사가 공문을 보낼 때는 감사단이 합의 후 보내야 하는 것처럼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감사업무규정 제4조제1항에 따르면, 감사는 대의원회의 선출직으로서 임기 동안 그 신분이 보장되고 직무상 독립성을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감사의 독립성을 보장한 셈이다.

이동욱 대의원은 또, ‘2014년 5월 7일 대의원총회 직후 김세헌 감사 단독으로 ‘긴급보고의 건’이라는 문건을 통해 기존의 대의원회의 구성에 대해 불법성을 주장한 문건을 작성해 법원에 긴급히 이용되게 했다.’라는 기존 불신임 사유서에 기재된 내용을 ‘법원에 제출했다’라고 대의원들에게 알렸다.

이에 대해 김세헌 전 감사는 “감사업무규정 제15조(긴급보고)에 따라 회장과 의장에게 보고했을 뿐, 법원에 제출한 적이 없다.”라고 반박하고, “이는 허위사실을 대의원들에게 알린 것이고 허위사실 유포를 통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이동욱 대의원이 “기존 대의원회의 구성에 대해 대의원총회에는 아무런 감사보고나 언급도 없었다.”라고 발표한 부분에 대해서도 김 전 감사는 “이미 2014년 4월 27일 열린 제66차 정기대의원총회에 제출한 감사보고서를 통해 대의원선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라고 반박했다.

▽회원 7,063명 요청 무시한 건 누구인가?
불신임 발의자들이 첫손에 꼽은 감사 불신임 사유는 회원 7,063명이 불신임 요청을 한 추무진 집행부의 회무 및 회계를 부실ㆍ편향 감사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부실ㆍ편향 감사의 기준이 불분명한데다가 의협 정관상 불신임 사유에 해당된다고도 볼 수 없다.

반면, 대의원회는 회원 7,063명의 요청을 명백하게 외면했다.

지난 4월 24일 정기총회로 돌아가 보자.

본회의에 앞서 열린 법령및정관심의분과위원회는 경상남도의사회에서 부의된 ‘추무진 회장 자진사퇴 권고안’을 ‘자진사퇴 권고 폐기안’으로 바꿔 통과시켰다.

정인석 경남대의원은 제안설명에서 “의협은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시도와 원격의료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했고, 한특위와 비대위 활동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으며, 의료일원화 정책을 밀실에서 몰래 추진했다.”라고 지적하고, “7,000명이 넘는 회원이 회장 사퇴청원서를 대의원회에 전달한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라며 사퇴권고안을 제출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대의원들은 ‘추무진 회장 자진사퇴 권고안’이 정관에 위배되고, 추무진 회장이 자진사퇴를 권고할 정도로 회무를 못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결국, ‘추무진 회장 자진사퇴 권고 폐기안’이 동의안으로 제출됐고, 재석대의원 51명 중 41명(80.39%)이 찬성하면서 자진사퇴 권고는 없던 일이 됐다.

대의원들은 회원 7,063명이 불신임 요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진사퇴 권고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대의원들은 ‘회장 사퇴 권고안’을 ‘사퇴 권고 폐기안’으로 수정해 가결함으로써 추무진 회장을 신임해 놓고, 회장 회무 감사를 부실하게 했다며 감사는 불신임한 것이다.

김세헌 전 감사는 불신임 과정에서 허위사실 유포에 의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형사소송을 예고했다. 또, 감사업무중지에 대한 가처분 소송도 준비중이다.

의사협회는 감사 불신임 사태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게 될 것이다. 감사 불신임 2라운드를 바라보는 회원들은 어떤 심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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