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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 이 지경 되도록 정부ㆍ의협 뭐했나”[생생인터뷰]대한전공의협의회 기동훈 신임회장
최미라 기자 / 헬스포커스뉴스 | 승인2016.09.12 6:12

대한전공의협의회 신임 회장에 최근 기동훈 전공의(32,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가 선출됐다. 지난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기동훈 신임회장은 최근 집행부 구성을 완료하고, 전공의특별법 정착 등의 포부를 밝혔다. 기 회장은 지난 2011년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2014년 대전협 정책이사와 2015년 대전협 부회장, 세브란스병원 전공의 대표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특히 지난달 취임식에서 정부와 의사협회를 향해 쓴소리를 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최미라 기자: 안녕하세요 회장님.

기동훈 회장: 안녕하세요. 2011년 대공협 회장 때 인터뷰 하고 5년만이네요.

최미라 기자: 기억하시네요. 이번 당선 축하드립니다.

기동훈 회장: 감사합니다.

최미라 기자: 취임식에서 정부와 의사협회에 날 선 비판을 한 게 인상적이었어요.

기동훈 회장: 지난해 메르스 사태 등 의사들은 질병에 맞서 싸우는 동안 정부는 대체 뭘 했는지 의문이에요. 살인적인 저수가로 병원들은 신음하고 있고, 강압적인 실사로 개원의 선생님이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졌잖아요. 젊은의사들은 전문의를 따고 나와도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다른 일을 하며 살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특히 제가 공보의 때 신종플루를 겪었는데, 지난해 메르스 사태까지 5년이 지나도록 뭐가 나아졌는지 모르겠어요. 보건소나 보건지소가 본연의 기능인 에방ㆍ방역ㆍ보건에 집중해야 하는데, 일차의료기관과 경쟁하고 있는 비정사적인 상황이잖아요.

최미라 기자: 최근 의사협회의 찬성 하에 추진되는 복지부의 ‘만성질환관리 수가 시범사업’에 대해서도 비판했죠?

기동훈 회장: 지금까지 이 지경이 되도록 의협이 해 온 행보에 대해서도 젊은의사들은 섭섭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어요. 3년 전 원격의료 저지를 위해 온 의료계가 일어났을 때 젊은의사들이 앞장서서 저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정부에서 추진하는 주치의 제도와 원격의료를 애매하게 결합한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결국 찬성했잖아요. 우리 의사들의 정체성이나 미래에 상관없이 돈 몇 푼에 찬성하는 전문가 집단이 돼 버렸고, 이는 지금까지는 원격의료 저지를 위해 함께 싸워온 단체들의 신뢰를 잃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최미라 기자: 회원들도 혼란스러워 하는 상황인 것 같아요.

기동훈 회장: 의협이 소통이 부족했어요. 이번 만관제 시범사업도 대면진료가 아니니 사실상 원격의료가 맞는데, 그래도 의협이 타당성이 있어서 하게 됐다면 회원과 국민에게 좀 더  설명을 했어야죠. 국민과 의사들이 계속 반대해 온 부분인데, 소통과 교감이 너무 없었어요.

최미라 기자: 임기 중에 중점적으로 추진할 부분이나 정책은 무엇인가요?

기동훈 회장: 일단 가장 중요한게 전임 집행부에서 통과된 전공의특별법이 제대로 정착되도록 하는 거에요. 하위법령이 잘 작동하는지 모니터링해야죠. 또, 올해 6회째를 맞는 ‘젊은의사포럼’을 좀 더 활성화하고 싶어요. 제가 대공협 회장을 할 당시 고 김일호 전 대전협 회장과 젊은의사포럼 1회를 개최해서 더욱 애정이 었어요. 대공협과 대전협, 의대협의 연결고리가 많이 약해졌는데, 유대를 강화할 수 있도록 스킨십을 늘려 나갈 것입니다. 사안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수는 있지만, 같은 의견을 가진 이슈에 대해서는 함께 목소리를 내서 그 힘을 더욱 키워야죠.

최미라 기자: 19대 국회에서 전공의특별법이 극적으로 제정됐죠. 전공의들의 숙원인 법안 제정은 기쁘겠지만, 아쉬운 점도 있을텐데요?

기동훈 회장: 수련시간을 주 80시간으로 한 것과 관련해서 더 줄였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도 그렇고, 미국 등의 경우를 봤을 때도 수련시간을 더 줄이기는 어려웠어요. 일단 법적으로 수련시간에 제한을 두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물론 더 줄일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법은 유명무실하게 될 수도 있잖아요.

최미라 기자: 전공의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현장에서 변화가 있나요?

기동훈 회장: 법 시행 후 바로 수련시간을 조정하면 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저희 병원 같은 경우는 미리 수련시간을 조절 중이에요. 본격적으로 법이 시행되면 인력이 부족할 테고, 그 대안으로 우리가 제시했던 게 호스피탈리스트 제도에요. 이제 공론화돼서 정부가 시범사업까지 이야기하는 상황인데, 잘 정착되길 바라야죠.

최미라 기자: 고년차 전공의들이 좀 손해를 보는 기분일 수도 있겠어요.

기동훈 회장: 그렇죠. 사실 3ㆍ4년차들이 1ㆍ2년차 때 고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근무시간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고년차들이 억울한 마음이 들 수도 있고, 그 부분은 전집행부 부회장으로서 죄송스런 마음도 들어요. 하지만 후배들에게 좀 더 좋은 미래와 환경을 남겨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1년차에 비해 근무시간이 많이 늘었지만, 후배들이 선배들의 희생을 알아주겠죠.

최미라 기자: 최근 치과의사 보톡스 시술과 프락셀 시술 합법 등, 직역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듯한 판결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기동훈 회장: 법원의 판결이 상식선에서 나오지 못한 것 같습니다. 치과 보톡스야 턱 관절을 치료하는데 필요하다고 해도, 레이저는 정말 다른 영역이거든요. 치과 가서 치과진료 받는거지 피부과 진료를 받는건 아닌데 상식에 어긋난 판결이라고 생각해요.

최미라 기자: 의료계는 이 같은 판결이 이어져서 좀 충격을 받는 듯 한데요.

기동훈 회장: 앞으로도 치과의사, 한의사, 의료기사 등과 영역 다툼이 계속 있지 않겠어요. 소송하다 보면 질 수 있지만, 그 후에는 판결이 그렇게 나오게 된 이유를 복기해 봐야죠. 재판과정 준비나 우리의 논조도 다시 점검하고, 철저히 대비해야 합니다.

최미라 기자: 지적처럼 비슷한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을까요?

기동훈 회장: 의료법 상 면허범위에 대한 부분이 미흡해서 판결이 그렇게 나온다면 법을 개정해서 면허간 지켜야 할 선을 명확히 해야죠. 어떤 진료나 의료행위에 있어서 본인이 책임질 수 있어야 해요.

최미라 기자: 그렇죠.

기동훈 회장: 의사들이 치과진료를 안하는 것은 당연히 우리보다 더 전문적인 사람이 있고, 그분들이 하면 되기 때문이에요. 전문직 의료인이라면 의료행위 뿐 아니라 이후 문제나 부작용까지 감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진료영역 간 침해 문제에 있어 부작용이 생겼을 때 치과의사나 한의사가 감당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에요.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부분에 있어 전문직 의료인으로서 자존감과 정체성이 퇴색되는게 아닌가 안타까워요.

최미라 기자: 지금 응급의학과 전공의를 하고 있는데,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이나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기동훈 회장: 응급실 내원 환자수는 메르스 당시가 가장 적정하다고 생각해요. 그 때는 정말 응급환자들만 왔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다시 경증환자들까지 많이 오는 상황이에요. 경증환자들은 2차 병원에 가야하는데 잘 모르기도 하고, 시설이나 인력 부분에서 떨어질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있어요. 사실 2차 병원에 있는 전문의들의 실력은 전공의보다 더 뛰어날텐데 말이에요. 고열이라고 응급실 오는 경증환자도 많은데, 그런 환자 때문에 중증환자들에게 집중을 못할 경우 결국 중증환자들이 피해를 받고, 응급실 본연의 기능을 못하는 경우가 많이 생깁니다.

최미라 기자: 정부가 그런 문제를 해결한다고 나름 노력을 하고 있는데, 좀 더 획기적인 개선책이 필요하겠네요.

기동훈 회장: 응급관리료를 지금보다 두 배는 더 올려야 합니다. 2차와 3차 의료기관 응급실의 응급관리료에 차등을 많이 둬서 비응급환자가 3차로 오면 응급관리료를 정말 많이 내는 식으로 해야죠. 응급관리료를 올려야 2차 병원의 시설 및 의료진에 대한 투자도 확충돼 발전할 수 있지 않겠어요? 2차 병원들의 경우 의료진의 실력은 좋아도 워낙 저수가이다 보니 시설에 투자할 여력이 안됩니다. 그래서 환자들은 자꾸 3차로 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구요. 2차 병원들이 재투자하고, 응급실 인력도 확충될 수 있도록 응급관리료를 많이 올려야 합니다.

최미라 기자: 응급실 뿐 아니라 대형병원 쏠림현상도 심각하죠?

기동훈 회장: 환자들의 인식 변화가 중요합니다. 대면진료가 중요한데, 대형병원에 가면 약 6개월치씩 주잖아요. 그것보다 2주에 한 번씩 동네병원에 가서 의사 자주 보고 철저히 관리를 하는게 더 좋아요. 저희 부모님도 아직 만성질환은 없지만, 나중에 가게 된다면 가까운 일차의료기관에 가라고 할 거에요. 의사니까 아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죠. 일반인들은 대형병원으로 가는게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는데, 동네병원에 자주 가는게 더 좋다는 부분을 많이 홍보해야 할 것 같아요. 정부가 미디어 등을 통해 그런 메시지를 계속 전해야죠. 요새 대형병원장들 취임사도 보면 일차의료기관으로의 회송을 늘리겠다고 하고 있어요. 경증환자들 본다고 해서 3차 병원의 경쟁력이 높아지는게 아니거든요. 종별 의료기관의 제기능을 회복하는게 각자의 경쟁력을 높이는게 맞겠죠.

최미라 기자: 마지막으로 전공의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요.

기동훈 회장: 의료환경의 변화속도가 급격히 빨라졌고, 그 변화의 한복판에 전공의들이 있습니다. 의료분쟁조정법과 김영란법 등 거대한 변화의 파도 안에서 전공의들이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대전협이 도울 수 있는 단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전공의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기다리고 있으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최미라 기자  mil072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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