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손명세)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응급의료비 대불제도(응급의료비 미수금 대지급제도)’를 위탁 받아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경제적 이유로 인한 진료거부를 사전에 방지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응급의료를 국가가 보장하기 위해 1995년 도입됐다. 심평원의 응급의료비 대지급 이용 실적 자료를 토대로 제도 운영 상황을 살펴봤다.

▽응급의료비 대불제도 어떻게 운영되나?
응급의료비 대불제도는 응급환자가 응급진료를 받고 그 비용을 지불하지 못한 경우 국가에서 대신 지급해주고 추후 응급환자 본인과 그 배우자, 응급환자의 1촌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에게 상환받는 제도다.

응급의료비 대불제도를 이용하려는 응급환자 및 보호자는 병원에 환자의 신분을 알리고 이 제도를 이용할 것을 병원 측에 밝힌 뒤 병원에 비치돼 있는 ‘응급진료비 미납 확인서’를 작성해 병원에 제출해야 한다.

응급진료비 미납 확인서를 받은 병원은 먼저 응급환자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 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복지부로부터 해당 업무를 위탁 받아 수행하는 심평원에 대지급금을 청구한다.

이후 심평원은 병원의 대지급금 청구를 심사해 대지급금을 지급하고 제도를 이용한 응급환자에게 대지급금을 상환할 것을 통보하게 된다.

응급의료비 대불제도는 응급환자가 당장 돈이 없어 진료를 받지 못하는 일을 예방하기 위해 운영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진료비 지불능력이 있는 경우에는 이용할 수 없다.

또한, 반드시 응급증상으로 진료 받은 경우에만 가능하다. 응급실을 이용한다 할지라도 응급환자가 아니라면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없다. 응급환자에 해당하는 증상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명시돼 있다.

응급진료비 대지급 대상 및 범위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른 증상으로 내원해 의료기관의 응급실 등에서 최초로 진료를 받기 시작한 날부터 그 증상이 완화돼 응급의료가 종료된 날까지 발생된 본인부담 미수금으로 한다.

대지급금 지급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대지급 청구내역을 심사 후 산출된 금액이 대지급금으로 결정된다.

대지급 결정액은 응급의료위탁사업비의 범위 내에서 지급하므로 위탁사업비가 부족할 경우에는 대지급 재원 충당 시까지 대지급금 지급이 지연될 수 있다.

응급의료비용은 진료와 관련돼 발생되는 국민건강보험법령 및 의료급여법령에 따른 급여, 전액본인부담 및 비급여 항목의 비용이 포함된다.

다만, 국민건강보험법령 등에서 정한 선택진료비, 상급병상 이용에 따라 추가 부담하는 입원료 및 환자의 요구로 제공된 비급여식은 미수금 대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지급금 지급률ㆍ상환율 저조
응급의료비 대불제도 운영 현황을 보면, 청구건수와 청구금액은 ▲2012년 8,454건(36억 4,597만원) ▲2013년 1만 1,508건(57억 5,142만원) ▲2014년 1만 1,430건(44억 1,153만원) ▲2015년 1만 2,337건(65억 6,872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급건수와 지급금액은 ▲2012년 7,479건(27억 9,711만원) ▲2013년 8,859건(41억 5,869만원) ▲2014년 7,923건(31억 3,607만원) ▲2015년 8,259건(37억 2,345만원) 등으로 청구건수 및 금액과 격차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심평원 의료급여실 수탁사업부 관계자는 “응급증상이 아닌 경우나 응급환자가 대불 요청을 하지 않는 등 응급의료비 대지급금 청구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청구건(금액)과 지급건(금액)에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심평원의 대지급 청구금 심사결과에 이의가 있는 의료기관은 응급환자진료비(이송처치료) 대지급 이의신청서에 관련 서류를 첨부해 심평원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의신청은 응급환자진료비(이송처치료) 미수금 대지급 심사결과 및 지급통보서가 해당 의료기관에 도달한 날부터 90일 이내에 해야 한다.

심평원은 이의신청을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결정을 해야 한다. 단,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30일의 범위 안에서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상환 건수와 금액을 살펴보면 ▲2012년 1,297건(1억 8,400만원) ▲2013년 1,394건(1억 9,900만원) ▲2014년 1,537건(2억 6,300만원) ▲2015년 1,849건(3억 9,700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대지급금액 대비 상환율은 ▲2012년 6.6% ▲2013년 4.8% ▲2014년 8.4% ▲2015년 10.7% 등으로 매우 낮은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는 지난 6월까지 6,416건(36억 6,100만원)이 청구됐고, 이 가운데 3,210건(17억 2,900만원)이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918건(2억 600만원)이 상환돼 11.9%의 상환율을 기록했다.

▽심평원, 수탁업무 어려움 호소
심평원 수탁사업부 관계자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용자 대부분이 상환 능력이 없는 취약계층으로 상환 받는데 어려움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상환 능력이 있는 이용자 및 상환의무자의 소득과 재산을 파악해 소송 등 집중관리를 통해 상환을 강화하고 있다.”라며, “이로 인해 지난해까지는 상환율이 평균 5.8% 수준이었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11.9%로 상승했다.”라고 덧붙였다.

응급의료비 대지급제도 운영과 관련된 애로사항에 대해서는 “심평원은 요양급여비용 심사 및 평가업무를 수행하는 전문기관으로, 응급환자로부터 상환 받기 위한 상환ㆍ독촉고지나 강제집행 등의 권한이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건강보험료 징수의 경우, 국세징수법에 의하도록 건강보험법에 권한이 부여돼 있지만 응급의료비 대지급금은 그렇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상환자에 대해 상환 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는데도 어려움이 있다.”라며, ”한정된 인력으로 외부기관 자료제공 요청 등 행정적 절차를 진행하다 보니 인력, 시간 등의 소요로 어려움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어 “건강보험료 등의 징수는 건보공단이 전국민의 소득ㆍ재산자료를 보유하고 있고, 관련 업무기능이 부여돼 있으며 인력도 보유하고 있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편, 응급의료비 대불제도의 재원(응급의료기금)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요양기관으로부터 과징금으로 징수하는 금액 중 국민건강보호법에 따라 지원하는 금액 ▲응급의료와 관련되는 기관 및 단체의 출연금 및 기부금 ▲정부 출연금 ▲그 밖에 기금을 운영해 생기는 수익금 등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조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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