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29일 의료정보유출 사건의 첫 공판이 시작된 후, 어느덧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 기간 동안 총 12차례 공판이 진행됐으며, 이 과정에서 의료정보유출 관련 프로그램 중 하나인 e-IRS 2.1버전의 설치과정 공개는 물론, 음해성 고발여부에 대한 지누스와 전 지누스 부사장의 대립, 위증교사를 둘러싼 한국IMS헬스 임원과 약학정보원 관계자의 엇갈린 해석 등 다양한 이슈가 쏟아졌다. 그 동안 진행된 공판에서 다뤄진 이 사건의 핵심 쟁점에 대해 정리했다.

▽검찰과 피고, 개인정보성에 대한 시각 달라
의료정보유출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5년 7월부터였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은 2015년 7월 23일 환자와 의사의 동의 없이 병원 및 약국에서 진료정보 및 처방정보를 불법으로 수집ㆍ판매한 혐의로, 한국IMS헬스와 지누스, 약학정보원 등을 불구속 또는 약식 기소했다.

합수단에 따르면 한국IMS헬스와 지누스, 약학정보원은 2008년 3월부터 2014년 12월까지(피고별 기간 상이) 처방정보 및 조제정보 등의 개인정보 약 47억건(총 4,399만명, 피고별 건수 상이)을 수집ㆍ저장ㆍ판매했다.

합수단의 기소 이후 다섯 번의 준비기일이 진행됐으며, 2016년 2월 29일에서야 비로소 의료정보유출 사건의 첫 번째 공판 열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2형사부가 진행한 1차 공판에서, 검찰 측과 피고 측은 암호화된 정보의 ‘개인정보’ 여부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검찰은 “특정 개인을 구별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과 구분할 수 있는 정보 역시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또한 개인정보를 암호화한다고 해서 개인정보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라며, “환자나 의ㆍ약사들은 프로그램을 이용한다는 데 동의한 것이지, 피고들에게 개인정보 처리업무를 위탁한다는 데 동의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피고들은 “특정한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암호화돼 있는 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말하는 개인정보가 아니다.”라며, “무엇보다 개인정보 자체 수집을 목적으로 정보의 주체 몰래 개인정보를 수집해 유출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지누스 “음해성 고발”vs전(前) 직원 “검찰조사에 응한 것”
지누스와 지누스 전 직원들이 사건고발 계기와 관련해 각기 다른 주장을 펼치며 대립했다.

지누스는 올해 3월 28일 열린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황OO 전 지누스 부사장에게 횡령죄 고발에 대한 보복성 진술이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지누스 측 변호인은 “황 전 부사장은 회사의 자료를 빼돌려 창업을 준비했으며, 퇴사 후 지누스와 유사한 사업목적의 회사를 설립하고 지누스 전 직원을 고용했다.”라며, “특히 횡령죄 공소장을 받은 후 이 사건의 진술서를 검찰에 제출했는데, 결국 용이하게 영업하려는 목적 때문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반대로 황 전 부사장은 검찰에서 먼저 연락이 왔기 때문에 조사에 응한 것이지, 보복하기 위한 고발이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황 전 부사장은 “창립계획은 내부정리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퇴사 전부터 세웠다.”라며, “영업을 편하게 하려고 고발한 것이라니 말도 안 된다. 검찰에서 조사를 한다고 하길래 답을 했을 뿐이다.”라고 반박했다.

지누스는 또한, 황 전 부사장이 설립한 회사에서 근무중인 김OO 영업팀 직원에 대한 증인신문에서도 용이하게 영업하기 위한 음해성 고발이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지누스 측 변호인의 신문과 관련해 “어떤 의도에서 묻는지 모르겠다.”라며, “의료법 위반이라고 한 것은 의료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이 불법이라고 들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위증교사, 피고와 증인의 엇갈린 주장 제기
한국IMS헬스의 한OO 이사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와 함께 위증교사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두 번의 증인신문이 이뤄졌으며, 이때 한 이사와 증인들 간의 주장이 엇갈렸다.

상반된 주장을 한 이유는 한 이사가 약정원 전ㆍ현직 직원에게 한 “(약정원이) 암호화 방식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고 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발언에 대한 각기 다른 해석을 했기 때문이었다.

한 이사는 독자적으로 암호화 방식을 개발했다고 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만 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6월 13일 열린 8차 공판과 6월 27일 열린 9차 공판에 증인으로 각각 출석한 박OO 약정원 팀장과 임OO 전 약정원 팀장은 한 이사가 간접적으로 위증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박 팀장은 “한 이사가 직접적으로 위증을 지시하거나 요청하지는 않았다. 다만 약정원에서 암호규칙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고 진술하는 것이 좋다는 뉘앙스로 설명했다. 또 약정원 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하기 전에 만났을 때도 진술을 바꾸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기에 합의가 됐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다만, 박 팀장은 위험까지 감수하며 위증을 한 이유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이렇다 할 답변을 하지 않았다.

임OO 전 팀장은 한 이사와 검찰 압수수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암호화 방식을 독자 개발했다고 하는 것이 좋다는 데 합의했다고 증언했다.

임 전 팀장은 “한 이사와 검찰 압수수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독자 개발한 것으로 증언하기로 합의했다.”라며, “한 이사가 직접적으로 위증을 요청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IMS는 모른다’, ‘독자 개발한 것이다’ 등과 같은 뉘앙스로 진술해 달라는 식의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의료정보유출 손배소 진행중…유출 피해 원고 수 조정 예정
의료정보유출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총 12차례의 공판이 진행됐다.

이 손해배상 소송은 지난 2014년 2월 13일 대한의사협회가 원고 2,102명을 대신해 대한약사회와 약학정보원, 한국IMS헬스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다.

그 동안 진행된 공판에서 원고 측은 피고들이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불법으로 개인정보를 처리해 인격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고 측은 암호화돼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정보는 개인정보가 아니며 침해하거나 손해를 발생시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특히, 오는 10월 7일 3시 30분 진행될 예정인 13차 공판부터는 원고의 수가 줄어들 것으로 비인다. 이는 지난 4월 26일 검찰로부터 ‘의료정보유출 피해자 확인목록 사실조회회신서’가 도착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검찰로부터 도착한 회신서에 따르면 1,799명의 의료정보 유출 피해가 확인됐다.”라며, “이를 통해 유출 사실이 입증되지 않은 원고에 대해서는 원고 측 소송대리인이 정리해 달라.”라고 주문했다.

원고 측 소송대리인은 “1차로 접수된 사건과 2차로 접수된 사건이 병합해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1차 접수 사건의 피해명단은 확보됐으며, 2차 접수 사건의 피해자 여부는 확인 중이다.”라며, “민사재판은 형사재판의 추이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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