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시범사업의 효과성이 확인됐으며 안전성에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과 시범사업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맞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새누리당)은 24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원격의료 시범사업 평가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세 가지 주제로 발제에 나선 전문가들은 원격의료 시범사업 결과, 유효성이 확인됐으며 안전성에도 별다른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원격모니터링의 유효성’에 대해 발제에 나선 윤건호 가톨릭대학교 내분비내과 교수는 지난 2014년 복합만성질환을 대상으로 원격모니터링을 시행한 결과, 혈당 관리에 효과적이며 안전성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서울ㆍ경기 및 지방 중소도시 소재 13개 1차 의료기관에 내원하는 당뇨병 환자 247명을 대상으로 해 3개월 간 ʻ원격모니터링 복합만성질환관리 시스템ʼ의 유효성 및 유용성을 관찰한 결과, 원격모니터링 복합만성질환관리 시스템은 혈당관리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상자들의 약물 복용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치료만족도를 향상시키며, 전반적으로 원격의료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서 복합만성질환 관리에 유용한 것으로 사료된다고 전했다.

윤 교수는 “안전성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라면서도, “좀 더 광범위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유용성과 비용효과성 등을 검증해 건강보험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평가했다.

또, “원격의료에 사용하는 유헬스 기기는 식약처의 규정을 준수해야 하므로 원격의료기기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기준을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박동균 가천대학교 소화기내과 교수는 ‘원격진료의 임상적(의학적) 안전성’에 대해 발제를 진행하며, 지난해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만성질환을 가진 도서벽지 주민 253명을 대상으로 원격모니터링 6,105건과 원격진료 1,216건을 제공하고, 노인요양시설 거주자 357명을 대상으로 원격진료 서비스를 제공한 결과를 설명했다.

박 교수는 “평가결과 도서벽지 주민 중 1명의 고혈압 환자에서 협심증이 발병했으나, 시범사업 시작 후 1개월 내 원격진료 시행 전에 발생했고, 원인적 연관성 결정요소인 시간적 속발성, 통계학적 연관성의 강도, 기존 지식과의 일정성으로 미뤄보아 원격의료와의 인과관계는 ‘관련성이 없다고 생각됨’이라고 담당 의료진이 판단했다.”라고 전했다.

노인요양시설에서는 사망환자가 1명 발생했으나, 전신쇠약으로 인해 보호자가 병원으로 전원을 희망했고, 전원 이후 전신쇄약에 따른 환자 사망으로 담당 의료진이 판단했을 때 원격의료와 인과관계 없다고 결론 내렸다.

박 교수는 “현재까지 시범사업에서 원격의료로 인한 이상반응의 증가는 보고되지 않았다.”라며, “원격의료 활성화 모델 개발 및 실증 사업에서는 2건의 이상반응이 보고됐으나, 원격의료와의 인과관계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ATA는 원격의료의 안전성에 대한 연구 및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원격의료 가이드라인’을 제정했고, 이를 준수하면 안전하다고 판단된다.”라며, “인공지능, 센서, 사물인터넷 등의 발달로 원격의료의 비약적 발전이 예측된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원격의료의 기술적 안정성 및 보안‘에 대해 발제를 한 한근희 고려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교수는 “원격의료 및 기기의 안전성ㆍ보안성은 의료시스템과 별도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해당 의료기관의 안전성ㆍ보안성과 상호 밀접한 관련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현재 원격의료 서비스에 시범 적용한 보안 통제항목들은 국내 의료기관 현실 상황을 고려해서 적용 가능한 수준을 살펴서 설정한 기준으로 향후 지속적으로 현장에 적용하면서 수정ㆍ보완해서 보안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또, 향후 통신기능이 탑재돼 원격의료에 활용될 수 있는 의료기기는 의료기기와 유헬스케어 의료기기 모두를 받지 않고 유헬스케어 의료기기만으로 허가받을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이어 “원격진료용 화상모니터 등 일반 ICT제품을 원격의료 모형에 사용했을 때 이를 유헬스케어 의료기기로 취급해야 하는지 등, 원격의료 관련 제품 인허가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다.”라고 지적하며, “이에 대한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지침을 정비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반면, 의료계는 원격의료 시범사업 설계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 결과 역시 신뢰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김형수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실장(건국의대 예방학교실 교수)은 “원격의료의 필요성 자체는 부정하지 않고, 의사협회가 모든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유효성, 안전성 및 기술적 안전성이 뒷받침 되지 않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에는 원칙적으로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번 시범사업의 경우 시험군과 대조군의 연령 및 성별, 경제적 수준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원격모니터링과 원격의료과 고혈압에 효과가 있다는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외국 사례를 들며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그 과정과 원격의료 시스템까지 우리와 같을 것인가. 외국 논문에 안전하다고 나오니 우리도 하자는 것이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라고 꼬집었다.

김 실장은 “정부가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원격의료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라면 좀 더 엄격하게 해야 하지 않느냐.”라며, “의협이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니 의협이 문제인건지,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상황이 문제인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도 “이번 시범사업은 비전문가가 봐도 연구기간이 짧고 대상자 수가 적은 것이 문제로 보인다.”라며, “관련 연구를 할 때는 학술적으로만 하지 말고, 환자와 참여자들의 다양한 목소리와 의견을 반영해 달라.”고 주문했다.

안 대표는 또, 1차 의료기관 중심으로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원격의료와, 의료 취약지, 중증환자, 거동 불편 노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원격의료는 다른 부분인데 정부가 너무 전자 쪽에만 포커스를 맞춰 시범사업을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 취약지, 중증환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원격의료는 의료 접근성의 문제이기 때문에 어떤 이유로도 반대할 수 없다.”라며, “해당 대상자들은 법 개정을 통해 빨리 시행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향후 연구에서는 목표를 구체화하고, 대조군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전반적으로 별로 문제 삼을만한 여지가 없는 좋은 연구라고 생각한다.”라면서도, “당장 원격의료의 효과성과 안전성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연구 기간을 2년 이상으로 권장하는데 반해 이번 시범사업은 연구 관찰기간이 3개월로 짧고, 200~300명 정도의 적은 숫자를 대상으로 한 것도 문제라며, 다음 연구에서는 좀 더 체계화하고 목표를 명확히 할 것을 제언했다.

김 교수는 “이제 원격의료의 효과성 유무가 아닌,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서비스 모형으로 어떤 사업을 하면 효과가 있고, 어떻게 하면 효과가 없는지를 논해야 한다.”라며, “결과 뿐 아니라 모형과 서비스의 내용, 과정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유태규 남서울대 노인복지학과 교수는 “앞으로는 연구 설계 시 대조군을 다양화 해야 한다.”라며, “단순한 원격의료 수행 여부가 아닌, 가정간호 등 기존의 사업과 원격진료 등으로 대조군을 확대하면 기존 대조군이 갖는 에러들을 상쇄하거나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유 교수는 이어 “기존 114개 국제의료표준이 제시하는 기술적 가이드라인이 어떻게 51개로 도출됐는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면서, “정부와 의료계는 객관적 근거를 논의할 수 있는 정책협의체를 구성하고 보완하는 것이 생산적 방향의 논의가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박래웅 아주대 교수는 “원격의료가 첨단기술이라고 생각하는데, 원래 1928년 호주에서 시작돼 90년이 다 된 기술이다.”라며, “안전성과 효과를 검색하면 3만건의 외국 학술자료가 검색된다. 우리나라에서는 1,000번 정도 더 연구해야 그 정도 성과가 가능한데, 그 정도의 에비던스가 필요한지 의문이다. 약물 등 특별성이 아닌 서비스의 문제인데, 그 만큼의 임상시험을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박 교수는 이어 원격의료의 효과와 안전성이 어느 정도 인정되면 일단 시행한 후 의약품 PMS 제도처럼 안전성을 계속 보고 받아 보완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당국은 시범사업에서 제기된 문제들은 향후 보완하며 된다며, 원격의료 시행 의지를 재차 다졌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시범사업 설계와 관련해 대조군과 실험군 등 여러 지적이 나왔지만, 이 정도의 환자군을 모으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라며, “일선현장의 반발과 우려 때문에 참여의사를 확보하고 환자 모으는 것조차도 쉽지 않았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김 국장은 “왜 이렇게 원격의료를 고집하는지에 대해 늘 질문을 받는다.”라며, “흔히 얘기하는 대면진료 원칙은 반드시 고수돼야 한다. 국민 모두가 의사를 직접 만나 진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구현 가능하다면 정부도 바랄 바가 없지만, 현실적으로는 의료인을 충분히 만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지리적으로 도서산간 지역이나 기능적으로 중증 장애인과 거동 불편 노인, 원양어선이나 최전방의 특수지역 등에 대해서는 기존 의료시스템으로 충분하고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원격의료로 기존의 대면진료 대체가 아니라 보완, 보충하는 형태로 진행된다면 충분히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는 설명이다.

김 국장은 “이런 정책이 실현되기 위한 전제조건은 원격의료의 안전성과 효과성이다.”라며, “오늘 발표한 2차 시범사업 결과보고서가 그간 시범사업 중에서는 그나마 가장 완성도 높은 형태다. 몇 가지 문제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의 가장 핵심적 가치는 집단 사이즈는 작지만, 전문기관에서 유효성 부분의 효과를 확인한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상식적으로 보면 만성질환자들은 그냥 대면진료만 하는것보다 중간에 전문가들의 잔소리, 지적들을 하는 것이 치료효과를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안전성 문제의 경우 전문가들과 고민하고, 최대한 어떻게 하면 적정수준 이상의 안전성 확보할 수 있을지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김 국장은 “원격의료가 정말 안전하지 않고 효과가 없다면 왜 미국, 일본, 유럽은 확대하는지 의문이다.”라며, “원격의료를 담은 의료법은 무슨 서자도 아니고, 18, 19대에서 제대로 상정조차 못 되고 폐기됐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적어도 이제는 소비자, 환자 입장에서 고민을 공유하고, 문제가 있고 사회에 필요하다면 어떤 방향으로 발전적으로 도입할지에 대한 생산적 논의가 필요할 때다.”라며, “국회에서 의료법 개정방향에 대한 논의과정에서 이런 건설적인 내용이 녹아들어갈 수 있도록 합리적 토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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